야나기마치 미츠오: 까뮈 따윈 몰라 (2005)
http://www.imdb.com/title/tt0456873/

야나기마치 미츠오 감독의 영화는 '갓스피드 유 블랙 엠퍼러 (1976)'만이 유일한 감상작이었는데
그 간의 작품은 접하지 못하고 30여년이 흐른 시점의 '까뮈 따윈 몰라'를 통해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는게 아쉽기도 했어요. '갓스피드 유 블랙 엠퍼러'는 다큐멘터리 영화이다보니 '까뮈 따윈
몰라'가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까뮈 따윈 몰라'는 영화에 관한 영화입니다. 워크숍에서 영화를
만드는 일단의 학생들을 뒤따르며 촘촘하게 기록해나가고 있습니다. '갓스피드 유 블랙 엠퍼러'
에서 감독이 그리 멀리 온 것이 아니구나하고 생각을 했지요. 제작 중의 다른 해석에 따른 의견
대립, 남녀 스태프 간의 연애감정 등 젊은 학생들이기에 겪을 수 있는 혼란을 재치있게 그려내고
있고 소홀해지는 인물들이 없이 풍성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감독 인터뷰를 보니 베르트랑
블리에의 '히틀러 따윈 몰라'에서 제목을 따왔다고 하는데 중요한 현실임에도 애써 무신경한
세대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낸 제목이지 않나 생각이 드네요.

영화의 오프닝은 7분 30여초에 달하는 롱테이크. 영화의 무대인 대학 캠퍼스를 인물의 동선에
따라 누비기 시작합니다. 로버트 알트만의 '플레이어'를 단 번에 떠올리게 하는데 학생들이
롱테이크가 쓰인 오손 웰즈의 '악의 손길', 소마이 신지의 '숀벤 라이더', 로버트 알트만의 '플레
이어'에 대해 이야기하며 지나간다는 설정이어서 원조에 대한 깍듯한 인사를 합니다. 그 외에도 지독
하게 컷이 적은 미조구치 겐지의 '겐로쿠 츄신구라'나 비스콘티 감독의 주요작 이름들이 스쳐 지나
갑니다. 영화 전체를 통해 무수히 등장하는 선배 영화인들의 이름을 만나는 즐거움은 영화에 관한
영화를 통해 누릴 수 있는 재미 중 하나이지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심리같은게 있지 않습니까... 

영화 제작 중의 사건만으로 가득할 법한 이 영화에서 왠지 모를 불안감을 조성하는 두 인물이 등장
하는데 감독 마츠카와를 좇아다니는 유카리와 미모의 여학생에게 사랑을 느끼는 교수 나카조가
그들이죠. 결국에 드러나는 그들의 결말에는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합니다. 좇아다니는 유카리를
안타깝게 생각한 스태프가 유카리를 아델 위고에 빗댄 재미있는 대화를 나눕니다.
'유카리는 아델 H. 이야기의 아델 같아'
'고다르가 연출한 거 맞지?'
'파트리스 르콩트야!'
'아니야, 폴라 X의 레오스 카락스지'
'다 틀렸어. 트뤼포야. 빅토르 위고의 딸 아델 위고는 영국 선인이 가는 곳마다 따라가지
결국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어 버려. 정말 대단한 영화야. 마츠카와도 이 영화를 보고
여자의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어'

초반 나카조 교수는 엄청 품위를 지키시는데 결국엔 너무 처참해져서 마음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
미모의 여학생 레이에게 마음을 두게 된 교수님은 레이의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죠. 학생들이 베니스
교수(비스콘티의 '베니스의 죽음'에서 따온)라고 부르는 나카조 교수가 취할 수 없는 미를 욕망하는
모습은 '베니스의 죽음'의 주인공을 오마쥬한 것이라기 보다는 패러디에 가깝게 가져온 느낌이 듭니다.
나카조 교수는 쇼크 상태이고 음악은 말러 음악이 흐르고.. 재미있는 장면 중 하나입니다.

오프닝을 '플레이어'처럼 롱테이크로 구성했는데 후반부 역시 '플레이어'와 마찬가지로 영화 촬영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플레이어'에서는 현실과 영화를 완전히 구분하면서 자본을 가진
제작자를 향한 조롱 섞인 풍자의 의미가 컸었죠. '까뮈 따윈 몰라'의 마지막 살해 장면은 상당히 교묘
하게 현실과 영화를 구분할 수 없게 구성해 놓았습니다. 긴장감과 충격을 선사하는 멋진 마무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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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avaop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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