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다이 다츠야 인터뷰 ['여자가 계단을 오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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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연극배우 출신인데 이후 영화일에 뛰어 들게 되었어요. 당시는 계약에 의해서 토호의 배우는 토호의 영화에만 나오고 쇼치쿠의 배우는 쇼치쿠의 영화에만 나오고 다이에이이 배우는 다이에의 영화에만 나오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연극배우 출신이어서 어디든 출연할 수 있었어요. 감독이 나를 쓰고 싶다고 하면 출연할 수 있었던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운이 좋았고 여러 감독과 작업할 수 있었어요. 물론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고바야시 마사키 감독, 키노시타 케이스케 감독, 이치가와 곤 감독 등의 영화에 나올 수 있었죠. 그 중에서 역시 나루세 미키오 감독만이 왠지 독특했습니다. 뭐가 독특했냐면 조용함이었죠. 조용하게 배우에게 다가와서 조용하게 말을 건넵니다. '움직이지 않고 그저 가만히 있기만 하면 돼'라고 말하고는 촬영을 합니다. 내면까지는 모르겠지만 나루세 감독 자신이 굉장히 조용한 사람이었습니다. 나루세 감독의 영화를 보면 차분함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지금에 와서도 굉장히 독특한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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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세 감독의 영화를 하면서 뭔가 성에 차지 않은 기분이 들면서도 한 번 완성된 영화를 보게 되면... 나루세 감독과 작업한 첫 작품이 '아라쿠레'였기때문에 '아라쿠레'를 보면서 굉장한 영화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토 다이스케 상과 다카미네 히데코 상이 부부인데 직원으로 제 캐릭터가 들어가 있습니다. 부부관계가 점점 뜻대로 되지 않고 마지막 장면에 내가 '네... 네...' 하면서 전화를 받을 때 이 직원이 일을 떠맡게 되는구나라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사는 읽는 듯이 해도 괜찮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다만 지금 생각해보면 인물이 느끼는 것이 눈에서 나온다는 의미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스스로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느낌이랄까 다소 제멋대로인 느낌이랄까. 자연체와 같은 것이랄까. 배우의 가장 자연스러운 연기를 원하셨습니다. 나는 여러 역할을 했지만 '여자가 계단을 오를 때'는 상당히 보기 드문 역할이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자랑스러워 할 것도 없는 민망스러운 얘기지만 160편의 영화를 한 가운데 상당히 이색적인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다 강렬한 역할이나, 보다 악랄한 역할 등 여러 역할을 했지만 모호하면서도 어떤 류의 차가움을 지니고 있고 내면은 뜨거운 이런 역은 상당히 이색적입니다.  당시엔 내가 20대여서 나루세 감독과는 연령적인 차이가 물론 있었지만 어쨌든 함께 작업하면서 '이 부분은 이렇게 하고 싶습니다'라거나 '이 부분은 이렇게 하면 안될까요'라는 식의 얘기를 못했습니다. 아직 20대 초반이어서 말할 용기가 없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을 배우로서 몸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해 조금 더 공부해야 한다고 느꼈고 시키는대로 하였습니다. 그것이 나루세 감독과의 커뮤니케이션이었습니다. 그 때 깨달은 것은 가감이었습니다. 강하게 하라고 하면 배우는 종종 너무 강하게 해버리지요. 조금 톤을 낮추라고 하면 너무 낮춰 버리기도 합니다. 적절히 가감을 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는 것을 그 때 깨달았습니다. 연극과 영화 연기의 차이는 이런 것이구나 라고 깨달은 것이 나루세 감독의 영화였습니다. 구로사와 감독의 영화라면 네 대의 카메라로 원 신 원 커트로... 필름 원 롤이 10분 정도되니깐 굉장히 연극적인 연기가 됩니다. 그와 반대로 나루세 감독은 한 커트를 찍고 '어 저기 누군가 상대인물이 있다' 그런데도 그것을 무시하고 다음 신을 계속 이어서 동일한 커트로 찍습니다. 그런 차이를 느꼈습니다. 그러니깐 결국 두 인물이 있는 신을 한다면 한 배우만 찍어내고 전부 편집으로 이어냅니다. 카메라가 나를 찍고 이 번엔 다카미네 상을 찍으려면 조명을 조절하는데 시간이 걸리겠죠. 돈절약이라는 게 아니더라도 그런 기술을 나루세 감독은 지니고 있어서 한 배우의 신을 모두 찍고 조명을 조절하고 다음 배우의 신을 또 모두 찍고 결국 모두 편집으로 이어냅니다. 자신의 연출능력을 믿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래서 한 번은 조감독이 '다카미네 상의 시선은 여기입니다.'라고 외치면서 종이로 만든 큰 눈을 들고 있어서 야단을 맞은 적도 있습니다. [웃음] 그 위치를 맞춰서 내 대사를 합니다. 다음 신은 다카미네 상이 대사를 하겠지만 대신 나의 반응 커트를 찍습니다. 다카미네 상은 이 쪽으로 조금 움직였다는 얘기를 듣고 그 쪽을 보고 또 대사를 합니다. 그것은 역시 연출기술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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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계단을 오를 때'의 모델이 된 '바'가 있을 겁니다.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바'가 있었습니다. 긴자에서 유명한 '바'였습니다.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아마 그 곳이 모델이 된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영화의 대부분은 세트였습니다. 곳곳에 로케를 한 것도 있지만 80퍼센트 이상은 세트였을 겁니다. 거리를 걷는 장면이 있어서 로케를 했습니다만 토호에는 긴자 세트가 있었습니다. 영화에 많은 호스테스가 나오지 않습니까? 모두 구김살이 없습니다. 나루세 감독의 다른 영화를 봐도 여성 중심이지요. 강한 여성이고 그것을 대표하는 여배우는 다카니메 히데코 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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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여성을 그리는 것을 나루세 감독은 좋아했습니다. 단지 예쁘다거나 귀엽다거나 하는 여성의 매력이 아닌... 물론 여성적인 매력이 있는 배우이지만 여성이 지닌... 지금에서 보자면 니힐리즘과 같은 것을 나루세 감독은 강하게 느껴서 함께 작업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니힐리즘이라는 표현이 너무 과하게 말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여성이 지닌 숙명에 대한 저항감. 그것을 깨달으면서 헤쳐나가는 여자의 강인함과 같은 것을 다카미네 히데코라는 배우를 통해 느꼈던 것이라고 봅니다. 다카미네 히데코 상은 그렇게 애교가 넘치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상냥하다거나 애교가 있다거나 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카메라 앞에 서면 완전히 바껴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녀와는 나이차가 있었습니다. 나는 그저 머리를 숙이기만 하고 잘 부탁드린다고... [웃음] 영화연기에 있어서는 그녀는 나에게 가장 훌륭한 연기 선생님이었습니다. 일상적인 모습을 연기하는 '사실연기'라고 할까요. '그렇게 눈을 크게 뜨지 않아도 돼요' 그렇게 나의 선생님이었습니다. 하지만 무서웠어요. [웃음] 몇 살 차이였더라... 8살 차이였을 겁니다. 예를 들어 차를 마시잖아요. 차를 마시고 찻잔을 내리죠. 내리면 커트를 합니다. 다음은 내 얼굴 클로즈업입니다. 찻잔 위치는 어떻게 하지 우물쭈물하고 있으면 '화면에 나오지 않아요. 전혀 안 나와요. 치워버려도 돼요'라는 식의 조언을 해줍니다. 또는 '큰 소리 내지 않아도 돼요. 마이크가 바로 밑에 있으니깐' 무서웠어요. 무서웠지만 기본적으로 친절한 사람이었습니다. 말은 쌀쌀맞지만 친절한 사람이었습니다. 두 번 그녀를 때리는 연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한 번은 키노시타 감독의 영화에서였습니다. 때리는 연기를 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나루세 감독은 진심으로 때리라고 했습니다. 나는 어리니깐 못한다고도 못하고... [웃음] 다만 귀는 고막이 울리니깐 대신 뺨을 세게 때리라고 했습니다. 감독님의 지시였지요. 많은 말을 쏟아내는 것보다 한 대 때리면서 모든 감정을 표출하게 하는 것이 나루세 감독답다고 느껴졌습니다. 인물이 '매니저'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있다면 지루한 역할이 되겠지요. 밖으로 펑하고 본심을 드러내면서 해방시키는 것이 인물을 흥미롭게 만듭니다.

때때로 영화가 그 때의 유행에 따라서 큰 인기를 얻게 됩니다. 큰 인기를 얻으면서도 5년이 지나면 사라지는 영화가 있습니다. 반면 30년전의 영화이지만... 30년전의 영화라면 오래된 영화이지요... 그래도 지금 봐도 신선한 작품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나루세 미키오 감독의 '여자가 계단을 오를 때'입니다.
Posted by javaop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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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씨네필 2009.10.26 22: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거 퍼갈께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