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노트

구멍 (1960)

javaopera 2008. 8. 7. 11:47

자크 베케르 Jacques Becker : Le Trou (1960)
탈옥을 소재로 한 영화는 적지 않지만 영화의 전체 상영시간 동안 탈옥의
과정을 세밀히 펼쳐 보여주는 작품은 '구멍'과 '알카트래즈 탈출' 등이 독보적인
위치에 있을 듯 싶습니다. 영화의 원제인 Le Trou는 직접적으로 '구멍'이나
'감옥'을 뜻하는 단어이기도 하지만 또한 (계획의) 실패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영화의 결말을 은연 중에 드러내고 있는 제목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죄수들이 탈옥을 위해 비밀리에 구멍을 파내는 매 순간의 긴장감이 이 영화의 주된
스펙타클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어느 순간 훌쩍 뛰어서 단순한
탈옥영화 이상의 본모습을 드러내는 건 영화의 막바지에 이르러서입니다. 미처
예상치 못했던 극의 급반전이 드러나게 됩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구라도 경험
하게 될 협잡과 음모의 모습, 가진 자에게 유린되는 소수자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반전영화라고 불리는 깜짝쇼같은 영화들이 많지만 이 영화처럼 반전의 적절한 쓰임새를
보여준 영화는 쉽게 떠올려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