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익스피어의 원작에는 도입에 마녀가 등장하지만 이것을 일본의 이야기로 할 경우,
어떻게 하는게 가장 좋을지, 이 마녀에 대해서도 상당히 생각을 했다.
그리하여 생각해낸 것이 '노'의 형식이다. '노'에서 그것과 닮아 있는 것으로 사람을 잡아먹는
노파가 나오는 '구로즈카'가 있지만 마녀는 그 중에서 일부 가져와 실을 잣는 노파로 설정했다.
그래서 전편을 통해 '노'의 형식을 살리기 위해서 힘차게 극적으로 상승하는 부분에서도 배우의
클로즈업된 얼굴을 되도록 보여주지 않고 가능한한 롱 풀쇼트로 보여주도록 했던 것이다.
대체로 '노'는 전신의 동작으로 표정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구로사와 아키라 <그 작품과 얼굴> "내 영화인생의 기록" (키네마 준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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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자키 츠토무(山崎努) - 천국과 지옥(天国と地獄) 인터뷰
*크라테리온 콜렉션 '천국과 지옥' DVD에 수록된 야마자키 츠토무의 인터뷰를 옮긴 것임.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천국과 지옥'에서 유괴범을 연기한 야마자키 츠토무의 인터뷰.
인상 깊었던 야마자키 츠토무의 출연작들을 꼽아보니 '고 GO'의 스기하라 아버지, '팔묘촌'의
살인광, '도톤보리가와'의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진 중년 남자 등 수많은 인물이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오른팔 역할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이타미 주조 영화에서 보였던 자기 중심 확실한
캐릭터들은 깊은 인상으로 남아있다. 이제는 중견 중의 중견이 된 야마자키 츠토무의 신참 시절
에피소드는 초짜 배우시절 단역 연기에도 벌벌 떨었다는 로버트 드니로의 유쾌한 전설같은 이야기가
생각날만큼이나 미소를 짓게 만든다.
배우로서 구로사와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 것은 영광이었습니다. 정말 행운이었습니다. 이 작품 이후에도 몇 작품을 할 기회가 있었고 여러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야마자키는 뻔뻔하다'고 '이렇게 뻔뻔한 녀석은 본 적이 없다'고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어느날 제가 '아니요, 사실... 저는 겁이 많고 소심합니다'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구로사와 감독이 알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를 잘 파악하고 계셨던 것이었습니다. 구로사와 감독은 아마도 영화 경험이 전혀 없는 신인을 찾고 있었던 듯 싶습니다. 저는 사실 이전에 몇 작품을 한 바가 있습니다. 그 조건에 부합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구로사와 감독의 아이디어에 어울리는 신인이 없어서 저에게까지 기회가 왔습니다. 그래서 오디션도 거의 막바지였습니다. 굉장히 긴장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구로사와 영화의 팬이었기 때문에 '7인의 사무라이'는 고교시절 아홉번을 보았습니다. 두려워서 떨렸습니다. 앞에는 구로사와 감독이 있고 양 옆에는 십수명의 관계자가 있었던 걸로 생각되는데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구로사와 감독이 라스트 신을 연기 해보라고 선글라스를 벗으며 말씀하셨습니다. 그 당시에 저는 얼굴을 붉히기 일쑤여서 사람 눈을 마주보는게 안 되었습니다. 바로 앞에 구로사와 감독이 있으니깐 '이거 큰 일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구로사와 감독의 눈이 따뜻하고 친절해서 '창피해도 괜찮잖아? 두려워 하는 기분은 잘 알고 있어' 그런 말을 하는 듯한 정말 친절한 눈이었습니다. 그 눈에 빠져들어서는 상당히 긴 장면이었는데 계속 눈을 마주보며 연기를 하는게 가능했습니다. 그것이 무척 기뻐서... 오디션 보다도 눈을 마주보며 연기를 했다는 것이 기뻐서 돌아갔던게 생각납니다. 무척 힘들듯 싶어서 '솔직히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촬영이 1년동안 이뤄진다는 얘길 들었던 탓입니다. 그랬더니 구로사와 감독이 '영화라는 것은...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쥬스를 뽑아먹는 것과 같을 리가 없지 않나? 하나씩 하나씩 눈 앞에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 하나씩 하나씩, 순간 순간 눈 앞에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 그러다보면 어느샌가 끝나 있는 것일세' 그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수로를 걸어가는 범인의 첫 등장장면]
요코하마라는 도시는 외국인이 붐비던 곳으로 이국적인 분위기의 도시입니다. 언덕이 있고 바다를 접하고 있습니다. 지형적으로 이 영화의 다이나믹함을 표현하기 쉬운 곳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선택한 것일겁니다. 범인이 등장하는 수로 장면입니다. 수로는 쓰레기가 흐르고 있습니다. 메탄 가스가 뿜어져 나올 듯한 더러운 수로입니다. 그것이 구로사와 감독이 생각한 이미지였습니다. 하지만 실제 그 수로는 굉장히 깨끗했습니다. 깨끗한 수로를 그토록 지저분하게 보이게 하는 것이 잘 되지 않아서 조감독들이 상당히 야단을 맞았습니다.

[마약굴 장면]
그건 구로사와 매직이었습니다. 아연 철판으로 만들어 낸 벽에 헤로인 가루같은 것들이 잔뜩 붙어 있습니다.
그것이 굉장했습니다. 조명이 뜨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촬영 대부분 더웠습니다. 구로사와 감독은 촬영기간이 1년이었습니다. 그러니깐 여름 장면은 여름에 찍으면 좋지 않겠습니까? 여름 장면에서는 하얀 와이셔츠 한 장을 걸칩니다. 그걸 겨울에 찍는 겁니다. 실외 세트였습니다. 그래서 땀 흘린 모습을 위해 스프레이를 뿌렸습니다. 그것에 대해서 구로사와 감독에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왜 여름 장면을 여름에 찍지 않습니까?' 그랬더니
'여름에는 연기하는 사람도, 찍는 사람도 당연히 더우니깐 덥다는 것을 표현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게 되네. 추울 때는 어떻게 해서 따뜻함을 표현할까 궁리를 하게 되지. 그래서 겨울에 여름 장면을 찍는 걸세' '과연 그렇군!'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모두 더울 때는 덥다는 것이 당연히 영상에 보여진다고 생각하지만 역시 영상이라는 것은 읽어낼 수 있도록 궁리를 해야 하는 겁니다. 과연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유괴범과의 전화장면]
보통 전화통화 장면은 한 사람의 목소리를 미리 녹음한 후에 테이프를 틀어놓고서 촬영을 하는 것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스튜디어 안에 부스를 만들어서 유괴한 어린아이를 옆에 앉히고 소리를 지르게 했습니다.
'아빠!' 소리를 지르게 하고서는 입을 막았습니다. 부스에서 한 것입니다. 재미있었습니다.

미후네 상의 교섭과 분노 연기는 매우 박력이 있었습니다. 그걸 보고 있으면 자연적으로 전장에서 패전을
맞이한 병사의 괴로움을 느끼게 했습니다. 그건 아마도 '들개 (1949)'에서 미후네 상이 귀향한 병사의 모습으로 마을을 헤매는 장면이 있습니다만 제가 그 모습을 연결시킨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미후네 상 자신도 공군에서 복무를 했었습니다. 그런 인상이 있습니다. 우리들이 경험하지 못한 지옥을 경험한 사람같은... 정말 친절한 사람이고 사람들을 잘 돌봐줬습니다. '천국과 지옥' 촬영 때도 저는 전차로 통근을 했는데 미후네 상이 빨간 2인승 MG 스포츠카로 역까지 바래다 줬습니다. 하지만 굉장히 조급한 성격이었습니다. 저도 그다지 느긋한 성격은 아니지만 미후네 상은 정말 조급한 성격이었습니다. [웃음] 제가 메이크업을 지우고 의상을 벗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면 엔진을 켜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차에 타자마자 바로 출발입니다. 역 앞에 정차해서는 '그럼 내일 봐' 그러고는 바로 출발입니다. 아주 친절한 사람이었습니다. 범인 역으로 오디션을 본 사람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제 친구들도 꽤 있었습니다. 동급생들도 있었습니다. 배우 학교의 동급생 한 명은 형사 중 한 명으로 출연했습니다. 저를 미행하는, 하와이 셔츠로 변장한 형사였습니다. 춤을 잘 추는 친구였습니다. 촬영이 끝나고 얼마되지 않아 세상을 뜨게 되었습니다. 아주 친하게 지내던 친구여서 그 장면을 볼 적마다 그 친구가 생각납니다. 가슴이 아파옵니다.

당시 연극을 하고 있었는데 셰익스피어같은 번안극이었습니다. 저의 건들거리는 걸음에 대해 말하자면 당시 일본의 셰익스피어극은 배우들이 발레를 하는 듯이 움직였습니다. 그런 세계에서 제가 건들거리며 걸으니깐 연극계에서는 평판이 안 좋았습니다. '야마자키는 걷는 법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구로사와 영화 팀에 들어가서는 '자네는 걷는 법이 상당히 좋다'라고 구로사와 감독으로부터 얘길 들어서 조금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걷는 법은 중요합니다. 즉, 하반신을 이용해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캐릭터의 걷는 리듬이 캐릭터이기도 하고 캐릭터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구로사와 감독의 인정을 받아서 기뻤습니다. 선글라스 역시 구로사와 감독의 아이디어였습니다. 시나리오에는 쓰여져 있지 않았습니다. 제 연기에 관해 얘기하자면 지금 한다면 조금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지만 하지만 그 당시의, 25살 그 때의 오만이나, 잘못된 허세나 서투름은 지금에서는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연기라는 것은 그 순간 순간의 것입니다. 구로사와 감독은 저에게는 연기에 관한 충고를 해주지 않으셨습니다. 아마도 이 녀석에게는 소용없다고 생각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새파란 어린 배우였으니깐요. 하고 싶은대로 연기하도록 하셨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저도 제멋대로 할 생각이었지만 결국 구로사와 감독의 손바닥 안에서 놀았던 것입니다.

[체포된 범인과 마주하는 라스트장면]
진실은... 왜 범행을 저질렀는가 범인은 어떤 캐릭터인가는 라스트 신에서 자신의 입에서 밝혀집니다. 이 캐릭터는 범죄마저도 용인받을 수 있는 특별한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라스콜리니코프와 닮은 면이 있습니다. 시나리오에도 이 캐릭터에 대한 어떤 동정같은 것이 쓰여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구로사와 감독이 영화를 만들면서 그런 동정같은 것이 훨씬 커저버렸습니다. 범죄인에 대해, 범죄인과 범행에 대해서는 완전히 용인하지 않으면서도 그 젊은이에 대한 동정을 느낍니다. 그것이 구로사와 감독의 위대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웠던 장면은 역시 라스트 신이었습니다. 눈 앞이 하얘졌습니다. 어떻게 하고 있는지 스스로도 몰랐습니다.
어느 순간 일어서서 눈 앞의 철장을 부여잡았습니다. 그것은 즉흥적으로 한 것이었습니다. 철장은 조명이 강렬해서 뜨거웠습니다. 화상을 입고 말았습니다. 화상에도 불구하고 눈치를 못 챘습니다. 연기가 끝나고 알아차렸습니다. 그 정도로 빠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잘 했는지 못 했는지 조차도 몰랐습니다. 실은 이 장면 이후에 실질적인 라스트 신이 있었습니다만 그것은 잘라내고 이것을 라스트 신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무척 기뻤습니다. 책임을 다한 기분이었습니다.

여전한 현역 야마자키 츠토무. 근래 우리 극장가를 찾았던 '굿' 바이'에서도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다.

 


콧수염을 한 미후네 도시로와 선글라스를 쓴 구로사와 감독

 


'천국과 지옥' 라스트 신
'내 집은 겨울엔 추워서 못 자고 여름엔 더워서 못 잡니다. 좁은 내 방에서 보면 당신 집은 천국처럼 보였습니다.
매일 보면서 점점 당신이 미워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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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사와 아키라: 악인이 더 편히 잔다 / 악인일수록 더 편히 잔다 悪い奴ほどよく眠る
http://www.imdb.com/title/tt0054460/
http://www.jmdb.ne.jp/1960/cj004290.htm

'이 작품에서부터 나는 제작을 하게 되었다. 그럼 첫 작품으로 무엇을 할까 고심하면서
처음부터 흥행을 노려서 돈만 생각해서는 관객에게 실례가 아닌가, 무언가 사회적인
의의가 있는 제재를 찾고 싶었다.
그 때 가장 사회적 문제가 되는게 무엇일까 생각한 결과, 독직 사건의 진상을 다뤄보자고 마음
먹게 되었다. 악당에도 상당히 여러 종류가 있지만 독직관계의 악당만큼 나쁜 악당은 없다.
거대 조직의 그늘에 숨어서 보통 사람은 할 수 없는 악을 저지른다. 이것을 어떻게든 도려내
보이려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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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幕末 (1970)

영화노트 2008. 8. 13. 00:05

이토 다이스케 伊藤大輔: 막말 幕末  (1970)
http://www.imdb.com/title/tt0065443/
http://www.jmdb.ne.jp/1970/ct000350.htm
원작: 시바 료타로 司馬遼太郎: 료마가 간다 竜馬がゆく
출연: 나카무라 긴노스케(사카모토 료마 역), 나카다이 다츠야(나카오카 신타로 역),
미후네 도시로(고토 쇼지로 역), 요시나가 사유리(오료 역, 료마의 부인)

서로 대립하던 번을 규합하고 개화 노선을 통해 강력한 통합 일본을 꿈꾸었던 사나이
사카모토 료마의 생애를 다룬 작품. 료마가 출사표를 던지고 에도로 떠나는 시점을 시작
으로 최후의 암살까지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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