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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4.05.05 어린이날 비오는 날

점심을 먹고서 동네 산책을 나갔는데 생각보다 비가 세차더군요. 금방 젖은 옷에 화들짝 놀라서 바로 집으로 들어왔어요. 동네 산책을 나갈 때마다 지나가게 되는 이웃집에 모과나무가 있어요. 꽃이 지고서 열매 같은 게 열려 있더군요. 재작년 가을에는 주렁주렁 열린 노란 모과 열매의 향을 맡으면서 지나치는 게 좋았는데 작년에 어쩐 일인지 열매가 하나도 보이지 않더군요. 아쉬웠는데 올해는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이건 4월 2일날 지나치다가 모과나무 꽃이 피었길래 찍은 거예요. 꽃이 예쁘네요.



5월 4일 토요일 도서관에 가서 대출해온 책들입니다. 예세닌 시선, 르누아르 그리고 만화책 리틀 포레스트를 골랐어요. 예세닌 시집이랑 르누아르는 전에 빌렸던 적이 있는데 다시 보고 싶어서 대출한 거예요. 히가시 요이치 감독의 "사계 나츠코" 영화를 보는데 이 시인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궁금해서 빌렸던 시집이죠. '어머니께 드리는 편지', '자작나무' 같은 시들이 좋았어요.



시공디스커버리 총서로 나온 르누아르에 대한 책은 전자책으로 가지고 있긴 한데 더 큰 판형의 책으로 봐서 그런가 그림이 한층 멋져 보이더군요. 그리고 장 르누아르 감독의 아버지에 대한 회고글 발췌분이 실려 있어서 좋았어요. 아쉽게도 책은 현재 절판이 된 모양이에요.

'올리브 나무가 드리우는 그늘은 흔히 연자줏빛이다. 그곳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반짝거리며 즐거움과 생기로 가득 차 있다.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면 아버지가 여전히 거기에 있으며 아버지가 그림을 구상할 때 내던 콧노래 소리를 문득 듣게 될 것이다. 아버지는 그 풍경의 일부이다. 아버지가 머리에 비스듬히 흰색 리넨 모자를 쓰고 거기 이젤 앞에 앉아 있는 것을 보는 데는 많은 상상력이 필요치 않다.
아버지의 여윈 얼굴은 정답게 놀리는 표정을 짓고 있다. 생애의 마지막 몇 주를 제외하면, 우리는 딱하도록 몸이 수척해지고 마비된 아버지의 모습을 그다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가브리엘과 형과 나는 그 때문에 근심하지도 않았고, 누군가가 아버지옆에 붙어 있지도 않았다. 우리는 거기에 익숙해졌고 아버지 역시 그러했다. 이제 시간이 흐르면서 내 눈에는 아버지가 더욱 잘 보인다.'



일본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재밌게 봤었는데 거기에 밤조림을 조리하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어릴 적에 할머니가 해주신 밤조림 먹으면서 정말 맛있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정작 원없이 먹진 못했죠. 부족한 양이 아쉬웠어요. 그때는 더 많이 먹고 싶었고 이제는 나이 들어서는 해줄 사람이 없어서 먹을 일이 없는 것이 아쉽죠. 리틀 포레스트에는 잼 만드는 장면도 나오죠. 2018 월드컵 한국 대 독일 경기를 할 때 저는 보리수 열매로 잼을 만들고 있었죠. 정말 맛있더라고요. 



5월 3일 금요일 오후 산책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형님이 열무를 가져다 놓았더라고요. 두 단 정도 되는 듯 한데 쌈만 싸먹기에는 양이 많은 듯 해서 반 정도만 물김치를 담궜어요. 직접 담아본 적은 처음이네요. 금요일 밤에 담아서 일요일인 오늘 조금 덜어서 먹어봤는데 '이런 미라클!!' 생각보다 너무 맛이 있어서 스스로 당황했네요. 너무 맛있는 걸. 이렇게 간단하게 맛있게 된다고? 이건 축복인데. 

Posted by javaop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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