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사와 아키라와 타르코프스키

내가 처음 타르코프스키를 만난 것은 첫 소련 방문 때 모스필름에서 열린 환영오찬 자리에서였다.
그는 키가 작고 말랐으며 다소 몸이 약해 보였으나 머리가 굉장히 뛰어나 보였고 유난히 감성이
도드라져 보여서 왠지 다케미츠 토루와 매우 닯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타르코프스키는 영화촬영이 있다면서 도중에 자리를 떴는데 잠시 뒤 식당 창문 유리가 심하게
떨릴 정도의 폭발음이 들렸다. 내가 놀란 얼굴을 하자 모스필름 소장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전쟁이 일어난 게 아닙니다. 타르코프스키가 로켓을 쏘아올린 거예요. 하긴 저한테 이번 타르코프
스키와의 작업이 큰 전쟁이긴 합니다만.'

타르코프스키는 그때 솔라리스를 촬영중이었던 것이다. 점심식사후 나는 타르코프스키의 솔라리스
세트를 방문했다. 과연 까맣게 타버린 로켓이 우주위성기지 세트의 한쪽 구석에 있었다. 세트에서
로켓을 쏘아올리는 장면을 어떻게 촬영했는지 묻는다는 걸 아쉽게도 깜빡하고 말았다. 위성기지 세트는
큰 돈을 들여서 공들인 것으로 두꺼운 듀랄루민으로 제작된 것이었다. 차가운 금속제의 은색 빛으로 빛났고
나란히 늘어서있는 계기류의 광전관이 적색, 청색, 녹색의 광선으로 미묘하게 깜빡이거나 물결치듯이 움직
이고 있었다. 그리고 복도 상부에는 두 개의 듀랄루민 레일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작은 바퀴가 달린 카메라가
매달린채 위성기지 내부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타르코프스키는 마치 아끼는 장난감
상자를 보여주려는 아이마냥 밝은 표정으로 설명을 해가면서 세트를 안내해주었다. 함께 따라온 본다르추크가
세트 제작에 들어간 비용을 물었는데 타르코프스키의 대답을 듣고서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트 제작비용은
'전쟁과 평화'의 본다르추크마저도 놀라게할 정도로 큰 금액이었는데 일본돈으로 하면 약 6억엔 정도가 들었
다고 한다. 모스필름 소장이 자신에게 큰 전쟁과 같다고 말한 의미를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의
돈을 쓴다는 것은 그만큼의 재능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건 굉장한 작업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열정적
으로 세트를 안내하는 타르코프스키의 뒷모습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솔라리스가 지나치게 길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도입부의 자연묘사가
너무 긴게 아닌가 싶지만 지구의 자연과 이별이라고 할 수 있는 장면의 중첩이 주인공이 우주위성기지에 쏘아
올려진 이후의 이야기 밑바닥에 깔려있어서 견딜 수 없는 지구 자연에 대한 향수로서 관객의 가슴을 죄어온다.
그것은 향수병과도 닮아 있는 것이다. 이렇게 긴 도입부가 없다면 위성기지에 갇혀 있는 사람들의 간절한 기분을
관객이 직접 느끼도록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이 작품을 밤늦게 모스필름 시사실에서 보았는데 보고 있는 동안 지구로 빨리 돌아가고 싶다는 기분이 들
면서 가슴이 아파왔다. 과학의 진보는 인간을 대체 어디로 끌고 데려가는 것일까. 무서운 감정을 이 영화는 훌륭
하게 담아서 보여주고 있다. SF영화에 이것이 없다면 단순한 몽상이 되고 만다. 솔라리스를 보고 있는 나의 머리
속에 그런 감회가 오고 갔다. 그때 타르코프스키는 시사실 구석에서 함께 보았는데 영화가 끝나자 부끄러운 듯이
나를 보면서 일어섰다. 나는 타르코프스키에게 말했다.
'굉장히 좋네요. 무서운 영화군요'
타르코프스키는 수줍은 듯 하지만 기쁜 듯이 웃었다. 그리고 우리 둘은 영화인협회 식당에서 보드카로 건배를 했다.
평소 술을 마시지 않는 타르코프스키는 크게 취해서 식당에서 틀고 있던 스피커의 음악을 끄고서는 7인의 사무라이
테마 음악을 큰 목소리로 부르기 시작했다. 나 역시 지지 않고 함께 불렀다. 나는 그때 지구에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행복했다. 솔라리스는 보는 사람에게 그런 감정을 안겨주는 것만으로도 보통의 SF영화가 아니다. 굉장한 공포를 안
겨 주는 영화다. 그리고 그것은 타르코프스키의 날카로운 감성이 잡아낸 것이다. 이 세계에는 아직 인간이 모르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인간이 엿본 우주의 심연, 위성기지의 기묘한 방문객, 죽음에서 삶으로 역행하는 시간, 무중력의
기묘한 감각, 위성기지의 주인공이 떠올린 그의 집은 물에 젖어 있다. 그것은 무언가 주인공의 절실한 감정이 온몸
에서 짜낸 땀이나 눈물처럼 보인다. 그리고 소름끼치게 하는 것은 도쿄 아카사카미츠케의 로케이션 장면. 거울을 능숙
하게 사용하면서 자동차의 헤드램프와 테일 램프의 움직임을 증폭시켜서 미래도시를 만들어낸 쇼트. 솔라리스에서
타르코프스키의 재능은 곳곳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타르코프스키는 난해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지만 나는 동의
하지 않는다. 타르코프스키의 감성이 남달리 날카로울 뿐이다.

타르코프스키는 솔라리스 이후 거울이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이 영화는 그의 어릴 적 기억을 그려낸 작품이지만 이
영화 역시 난해하다는 사람이 많다. 얼핏 보기에 맥락없는 전개를 보여주는 영화다. 하지만 어릴 적 기억이 논리정연
하게 이어져 있을 리 없다. 조각나있는 기억의 파편이 기묘하게 이어져 있는 것에서 유년 시절에 대한 시를 만들어
낸다. 그렇게 본다면 이렇게 이해하기 쉬운 영화는 없다. 하지만 타르코프스키는 그러한 것은 아무런 말도 없이 입을
다물고 있다. 나는 그것에서 타르코프스키의 장래성을 본다. 자신의 작품을 해설하기 바쁜 사람에게는 희망이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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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videolan.org/vlc/releases/3.0.0.html

미디어 재생기 VLC의 메이저 업데이트인 3.0 버전이 릴리즈되었다.

추가된 주요 기능
-하드웨어 디코딩 기본 활성화 (4K와 8K 재생 가능)
-10비트와 HDR 지원
-360도 동영상과 3D 오디오 지원
-HD 오디오 코덱을 위한 오디오 패스쓰루 지원
-크롬캐스트 지원 (크롬캐스트를 지원하지 않는 파일포맷도 재생 가능)
-블루레이 자바 메뉴(BD-J) 지원
-로컬 네트워크와 나스(SMB, FTP, SFTP, NFS...) 브라우징 지원
-TTML 자막 지원


크롬캐스트로 재생을 하기 위해서는 재생 - 렌더러 메뉴에 들어가서
크롬캐스트 기기를 선택하면 된다.




블루레이 디스크의 메뉴 지원을 위해서는 Java를 설치해야 한다. https://www.java.com/




Java를 설치하면 깔끔한 메뉴 화면을 만날 수 있다.




안드로이드 용 VLC 3.0 역시 크롬캐스트 기능이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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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제 91회 키네마 준포 베스트 텐

일본영화 베스트 10
1.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이시이 유야)
2. 하나가타미 (오바야시 노부히코)
3. 아, 황야 전편 / 후편 (키시 요시유키)
4. 친애하는 우리 아이 (미시마 유키코)
5. 산책하는 침략자 (구로사와 기요시)
6. 방콕 나이트 (토미타 카츠야)
7. 그녀의 인생은 잘못이 없어 (히로키 류이치)
8. 세번째 살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9. 이름없는 새 (시라이시 카즈야)
10.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 (오기가미 나오코)

외국영화 베스트 10 
1. 나 다니엘 블레이크
2. 패터슨
3. 맨체스터 바이 더 씨
4. 덩케르크
5. 떠나간 여인
6. 사일런스
7. 희망의 건너편
8. 히든 피겨스
9. 문라이트
10. 라라랜드

문화영화 베스트 10
1. 인생은 후루티 (후시하라 켄시)
2. 표적의 섬 카지카타카 (미카미 치에)
3. 상냥하게, 나오와 가족의 30년 (이세 신이치)
4. 워너의 리스트 (카네타카 켄지)
5. 시인 코다마 유지, 한센병과 함께 한 생애 (오츠카 마사유키)
6. 침묵, 위안부의 진실 (박수남)
7. 미군이 가장 두려워 했던 남자, 그 이름은 카메지로 (사코 타다히코)
8. 웃는 101살 사사모토 츠네코와 무노 타케지 (카와무라 아츠노리)
9. 배움의 길, 통신제 중학 60년의 공백을 넘어서 (오타 나오코)
10. 마와리카구라 (엔도 카노)

주연여우상: 아오이 유우
주연남우상: 스다 마사키
조연여우상: 다나카 레나
조연남우상: 양익준
신인여우상: 이시바시 시즈카
신인남우상: 야마다 료스케
감독상: 오바야시 노부히코
각본상: 이시이 유야
외국영화감독상: 켄 로치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인생은 후루티'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예고편



'인생은 후루티' 예고편
고도성장기 일본의 도시계획에 관여했던 건축가 츠바타 슈이치와
아내 에이코의 일상을 그린 다큐멘터리. 나레이션 키키 키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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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남: 깊은 밤 갑자기 (1981) DVDPRIME Series No. 22
http://www.imdb.com/title/tt0301345/



영화 해설을 담고 있는 소책자, 한국 공포영화 자료가 실린 소책자 그리고
이기선과 김영애의 모습이 담긴 포토카드와 미니 포스터 등이 수록되어 있다.
아웃케이스의 재질이 꺼칠꺼칠한데 만질 때의 느낌이 아주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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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플먼트로는 영화평론가 정성일의 음성해설과 Korean Horror Films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한국 공포영화 자료가 수록되어 있다.




본편 스크린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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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용: 최후의 증인 (1980)


하녀 블루레이는 DVD에 수록되었던 음성해설을 만나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었는데 이번
최후의 증인 블루레이는 그런 아쉬움은 없을 듯 하다. DVD가 별도로 포함되면서 빠짐없이 음성 해설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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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본편 스크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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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얄프린스 2017.12.11 13: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바 오페라님 올만이네요 요즘 어디서 활동 하나요? 오페라님 영화 보고 싶네요 ~~ ^^

    • javaopera 2018.01.03 21: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안녕하세요. ^^ 요즘 관심 가는 공부를 하느라 조금 바빴네요. 한동안 영화도 통 못 봤어요. 어디 딱히 다니는 사이트도 없고 해서 심심하네요. ^^;;

고수 (코리앤더, 실란트로) 키우기
알리에서 구입한 고수 씨앗. 집 근처 다이소에서 팔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허탕을 치고 돌아와서 알리에서 주문을 했다. 4월 16일 주문했는데 한달여가
지나서 5월 19일 수령을 했다. 고수 씨앗 50립, 200립에 각각 0.11 달러를 줬다. 





고수 씨앗이 물을 듬뿍 머금도록 하루나 이틀 동안 물에 불린다.
그리고 손으로 힘껏 눌러서 반으로 쪼갠 후 화분에 심는다.





뿌리가 난 고수 씨앗





고수 씨앗을 파종한 지 6일 만에 싹이 나왔고 15일이 경과된 현재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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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주식을 보유하고 있어서 배당금을 받을 경우 배당소득세를 내게 된다.

국외세율이 국내세율(15.4%) 보다 높을 경우 : 국외에서 전액징수한다. 우리나라와 조세조약이
체결된 국가인 경우 제한세율 적용으로 거주자 증명 서류 제출 시 세율 차액만큼 환급한다.

국외세율이 국내세율(15.4%) 보다 낮을 경우 : 국외에서 징수 후 국내에서 세율 차액만큼 추가로
징수한다. 

예) 보유하고 있는 해외주식 종목이 현금 배당이 이뤄졌고 현지 세율이 30%다. 우리나라와 조세
조약이 체결된 국가인 경우 거주자 증명서를 증권사 지점에 제출하면 국내세율 15.4%를 적용받게
된다. 

예) 보유하고 있는 해외주식 종목이 현금 배당이 이뤄졌고 현지 세율이 10%다. 국외세율 10%와
국내세율의 차액인 5.4%만큼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거주자증명서 발급 신청
http://www.egov.go.kr/main?a=AA020InfoCappViewApp&HighCtgCD=01&CappBizCD=1210000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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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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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bbc.com/news/entertainment-arts-39724613

'양들의 침묵'의 조나단 드미 감독이 식도암 합병증으로 인해 사망했다. 항년 73세.
그 외 주요작으로 '썸씽 와일드'와 록밴드 토킹 헤즈의 라이브 다큐멘터리 '스톱 메이킹 센스'를
남겼다.

'Hea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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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풀 데드의 음악이 삽입되었다는 얘기를 듣고서 덕분에
미드 프릭스 앤 긱스(Freaks and Geeks)도 알게 되었다. 평소 미드를
안 보니깐 이런 흥미 요인이라도 접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건 좋은 일인
듯 하다. 그레이트풀 데드 뿐만 아니라 스틱스, 재니스 조플린, 벤 헤일런 등
옛 히트곡들이 매 회 주제와 어울려 등장하는 것에 반가운 마음이 컸다.
넷플릭스에서 서비스 중이니 흥미가 동한 분들은 감상의 기회를 가져 보면
좋겠다.


우등생인 린지가 공부와 담 쌓은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학업을 등한시하는데
상담 역할을 하는 로소 선생님이 린지에게 조언을 하면서 그레이트풀 데드의
American Beauty 앨범의 수록곡인 Box of Rain 가사를 읊는 장면이 나온다.

Maybe you're tired and broken
Your tongue is twisted with words half spoken and thoughts unclear
What do you want me to do
To do for you, to see you through?

스트레스 받을 때 마다 그레이트풀 데드 앨범을 들었고 도움이 되었다는 로소 선생님의
대사에 나는 바로 공감이 되었다.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이건 정말이었다.




극중에서 Box of Rain이 흐르는 장면. 그레이트풀 데드의 필 레시가 이 곡을 만들
당시에 자신의 아버지가 암으로 투병 중이었다고 한다. 가사의 의미는 명확하게 다가오진
않았지만 슬픔과 기쁨이 빈번하게 교차하는 일상의 느낌으로 나에겐 다가왔다.







드라마의 엔딩에는 American Beauty 앨범의 다른 수록곡인 Ripple이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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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이 신지: 러브 호텔 (1985)
http://www.imdb.com/title/tt0089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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