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사와 아키라와 타르코프스키

내가 처음 타르코프스키를 만난 것은 첫 소련 방문 때 모스필름에서 열린 환영오찬 자리에서였다.
그는 키가 작고 말랐으며 다소 몸이 약해 보였으나 머리가 굉장히 뛰어나 보였고 유난히 감성이
도드라져 보여서 왠지 다케미츠 토루와 매우 닯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타르코프스키는 영화촬영이 있다면서 도중에 자리를 떴는데 잠시 뒤 식당 창문 유리가 심하게
떨릴 정도의 폭발음이 들렸다. 내가 놀란 얼굴을 하자 모스필름 소장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전쟁이 일어난 게 아닙니다. 타르코프스키가 로켓을 쏘아올린 거예요. 하긴 저한테 이번 타르코프
스키와의 작업이 큰 전쟁이긴 합니다만.'

타르코프스키는 그때 솔라리스를 촬영중이었던 것이다. 점심식사후 나는 타르코프스키의 솔라리스
세트를 방문했다. 과연 까맣게 타버린 로켓이 우주위성기지 세트의 한쪽 구석에 있었다. 세트에서
로켓을 쏘아올리는 장면을 어떻게 촬영했는지 묻는다는 걸 아쉽게도 깜빡하고 말았다. 위성기지 세트는
큰 돈을 들여서 공들인 것으로 두꺼운 듀랄루민으로 제작된 것이었다. 차가운 금속제의 은색 빛으로 빛났고
나란히 늘어서있는 계기류의 광전관이 적색, 청색, 녹색의 광선으로 미묘하게 깜빡이거나 물결치듯이 움직
이고 있었다. 그리고 복도 상부에는 두 개의 듀랄루민 레일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작은 바퀴가 달린 카메라가
매달린채 위성기지 내부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타르코프스키는 마치 아끼는 장난감
상자를 보여주려는 아이마냥 밝은 표정으로 설명을 해가면서 세트를 안내해주었다. 함께 따라온 본다르추크가
세트 제작에 들어간 비용을 물었는데 타르코프스키의 대답을 듣고서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트 제작비용은
'전쟁과 평화'의 본다르추크마저도 놀라게할 정도로 큰 금액이었는데 일본돈으로 하면 약 6억엔 정도가 들었
다고 한다. 모스필름 소장이 자신에게 큰 전쟁과 같다고 말한 의미를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의
돈을 쓴다는 것은 그만큼의 재능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건 굉장한 작업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열정적
으로 세트를 안내하는 타르코프스키의 뒷모습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솔라리스가 지나치게 길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도입부의 자연묘사가
너무 긴게 아닌가 싶지만 지구의 자연과 이별이라고 할 수 있는 장면의 중첩이 주인공이 우주위성기지에 쏘아
올려진 이후의 이야기 밑바닥에 깔려있어서 견딜 수 없는 지구 자연에 대한 향수로서 관객의 가슴을 죄어온다.
그것은 향수병과도 닮아 있는 것이다. 이렇게 긴 도입부가 없다면 위성기지에 갇혀 있는 사람들의 간절한 기분을
관객이 직접 느끼도록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이 작품을 밤늦게 모스필름 시사실에서 보았는데 보고 있는 동안 지구로 빨리 돌아가고 싶다는 기분이 들
면서 가슴이 아파왔다. 과학의 진보는 인간을 대체 어디로 끌고 데려가는 것일까. 무서운 감정을 이 영화는 훌륭
하게 담아서 보여주고 있다. SF영화에 이것이 없다면 단순한 몽상이 되고 만다. 솔라리스를 보고 있는 나의 머리
속에 그런 감회가 오고 갔다. 그때 타르코프스키는 시사실 구석에서 함께 보았는데 영화가 끝나자 부끄러운 듯이
나를 보면서 일어섰다. 나는 타르코프스키에게 말했다.
'굉장히 좋네요. 무서운 영화군요'
타르코프스키는 수줍은 듯 하지만 기쁜 듯이 웃었다. 그리고 우리 둘은 영화인협회 식당에서 보드카로 건배를 했다.
평소 술을 마시지 않는 타르코프스키는 크게 취해서 식당에서 틀고 있던 스피커의 음악을 끄고서는 7인의 사무라이
테마 음악을 큰 목소리로 부르기 시작했다. 나 역시 지지 않고 함께 불렀다. 나는 그때 지구에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행복했다. 솔라리스는 보는 사람에게 그런 감정을 안겨주는 것만으로도 보통의 SF영화가 아니다. 굉장한 공포를 안
겨 주는 영화다. 그리고 그것은 타르코프스키의 날카로운 감성이 잡아낸 것이다. 이 세계에는 아직 인간이 모르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인간이 엿본 우주의 심연, 위성기지의 기묘한 방문객, 죽음에서 삶으로 역행하는 시간, 무중력의
기묘한 감각, 위성기지의 주인공이 떠올린 그의 집은 물에 젖어 있다. 그것은 무언가 주인공의 절실한 감정이 온몸
에서 짜낸 땀이나 눈물처럼 보인다. 그리고 소름끼치게 하는 것은 도쿄 아카사카미츠케의 로케이션 장면. 거울을 능숙
하게 사용하면서 자동차의 헤드램프와 테일 램프의 움직임을 증폭시켜서 미래도시를 만들어낸 쇼트. 솔라리스에서
타르코프스키의 재능은 곳곳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타르코프스키는 난해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지만 나는 동의
하지 않는다. 타르코프스키의 감성이 남달리 날카로울 뿐이다.

타르코프스키는 솔라리스 이후 거울이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이 영화는 그의 어릴 적 기억을 그려낸 작품이지만 이
영화 역시 난해하다는 사람이 많다. 얼핏 보기에 맥락없는 전개를 보여주는 영화다. 하지만 어릴 적 기억이 논리정연
하게 이어져 있을 리 없다. 조각나있는 기억의 파편이 기묘하게 이어져 있는 것에서 유년 시절에 대한 시를 만들어
낸다. 그렇게 본다면 이렇게 이해하기 쉬운 영화는 없다. 하지만 타르코프스키는 그러한 것은 아무런 말도 없이 입을
다물고 있다. 나는 그것에서 타르코프스키의 장래성을 본다. 자신의 작품을 해설하기 바쁜 사람에게는 희망이 없다고
본다.

Posted by javaopera

댓글을 달아 주세요

세익스피어의 원작에는 도입에 마녀가 등장하지만 이것을 일본의 이야기로 할 경우,
어떻게 하는게 가장 좋을지, 이 마녀에 대해서도 상당히 생각을 했다.
그리하여 생각해낸 것이 '노'의 형식이다. '노'에서 그것과 닮아 있는 것으로 사람을 잡아먹는
노파가 나오는 '구로즈카'가 있지만 마녀는 그 중에서 일부 가져와 실을 잣는 노파로 설정했다.
그래서 전편을 통해 '노'의 형식을 살리기 위해서 힘차게 극적으로 상승하는 부분에서도 배우의
클로즈업된 얼굴을 되도록 보여주지 않고 가능한한 롱 풀쇼트로 보여주도록 했던 것이다.
대체로 '노'는 전신의 동작으로 표정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구로사와 아키라 <그 작품과 얼굴> "내 영화인생의 기록" (키네마 준포)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javaopera

댓글을 달아 주세요

http://www.sanspo.com/geino/news/101028/gnj1010281350030-n1.htm

영화계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1910 - 1998)이 초기에 참여한 영화와 라디오드라마의 각본 3편이 28일 현재까지 발견되었다. 구로사와 작품을 살펴보는데 귀중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발견된 작품은 영화 '칸오케마루의 사람들,'내일을 만드는 사람들'과 라디오드라마 '활기찬 공장'의 초기 원고와 본 원고. 하마노 야스키 도쿄대 교수(미디어론)가 '대계 구로사와 아키라'(고단샤) 편찬하는 과정에서 확인하였다.

효고현 이치카와 하시모토 시노부 기념관에서 발견된 '칸오케마루의 사람들'은 구로사와 감독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각본가 하시모토가 집필. 미후네 도시로 주연으로 51년 공개예정이었지만 도중 제작이 중단되었다. 낡은 운송선의 선원들이 악천후를 이겨나가는 스토리로 감독의 액션영화의 계보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활기찬 공장'은 구로사와 감독이 조감독 시절 썼던 작품으로 42년 8월 NHK 라디오드라마로 방송된 후 와세다 대학 연극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었다.

'내일을 만드는 사람들'은 46년 도호 노동조합이 기획. 다른 감독과의 공동작품으로 명시되어 있지만 구로사와 감독은 생전 자신의 작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영화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폭력써클 DVD  (0) 2010.11.26
일본최초의 영화대학 탄생  (0) 2010.10.29
구로사와 아키라의 초기각본 발견  (0) 2010.10.29
가네코 슈스케 블로그 글 몇개  (0) 2010.10.04
시노다 마사히로 ['말라버린 꽃 / 마른 꽃']  (1) 2010.02.01
고백 (2010)  (0) 2010.01.29
Posted by javaopera

댓글을 달아 주세요

야마자키 츠토무(山崎努) - 천국과 지옥(天国と地獄) 인터뷰
*크라테리온 콜렉션 '천국과 지옥' DVD에 수록된 야마자키 츠토무의 인터뷰를 옮긴 것임.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천국과 지옥'에서 유괴범을 연기한 야마자키 츠토무의 인터뷰.
인상 깊었던 야마자키 츠토무의 출연작들을 꼽아보니 '고 GO'의 스기하라 아버지, '팔묘촌'의
살인광, '도톤보리가와'의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진 중년 남자 등 수많은 인물이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오른팔 역할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이타미 주조 영화에서 보였던 자기 중심 확실한
캐릭터들은 깊은 인상으로 남아있다. 이제는 중견 중의 중견이 된 야마자키 츠토무의 신참 시절
에피소드는 초짜 배우시절 단역 연기에도 벌벌 떨었다는 로버트 드니로의 유쾌한 전설같은 이야기가
생각날만큼이나 미소를 짓게 만든다.
배우로서 구로사와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 것은 영광이었습니다. 정말 행운이었습니다. 이 작품 이후에도 몇 작품을 할 기회가 있었고 여러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야마자키는 뻔뻔하다'고 '이렇게 뻔뻔한 녀석은 본 적이 없다'고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어느날 제가 '아니요, 사실... 저는 겁이 많고 소심합니다'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구로사와 감독이 알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를 잘 파악하고 계셨던 것이었습니다. 구로사와 감독은 아마도 영화 경험이 전혀 없는 신인을 찾고 있었던 듯 싶습니다. 저는 사실 이전에 몇 작품을 한 바가 있습니다. 그 조건에 부합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구로사와 감독의 아이디어에 어울리는 신인이 없어서 저에게까지 기회가 왔습니다. 그래서 오디션도 거의 막바지였습니다. 굉장히 긴장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구로사와 영화의 팬이었기 때문에 '7인의 사무라이'는 고교시절 아홉번을 보았습니다. 두려워서 떨렸습니다. 앞에는 구로사와 감독이 있고 양 옆에는 십수명의 관계자가 있었던 걸로 생각되는데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구로사와 감독이 라스트 신을 연기 해보라고 선글라스를 벗으며 말씀하셨습니다. 그 당시에 저는 얼굴을 붉히기 일쑤여서 사람 눈을 마주보는게 안 되었습니다. 바로 앞에 구로사와 감독이 있으니깐 '이거 큰 일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구로사와 감독의 눈이 따뜻하고 친절해서 '창피해도 괜찮잖아? 두려워 하는 기분은 잘 알고 있어' 그런 말을 하는 듯한 정말 친절한 눈이었습니다. 그 눈에 빠져들어서는 상당히 긴 장면이었는데 계속 눈을 마주보며 연기를 하는게 가능했습니다. 그것이 무척 기뻐서... 오디션 보다도 눈을 마주보며 연기를 했다는 것이 기뻐서 돌아갔던게 생각납니다. 무척 힘들듯 싶어서 '솔직히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촬영이 1년동안 이뤄진다는 얘길 들었던 탓입니다. 그랬더니 구로사와 감독이 '영화라는 것은...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쥬스를 뽑아먹는 것과 같을 리가 없지 않나? 하나씩 하나씩 눈 앞에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 하나씩 하나씩, 순간 순간 눈 앞에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 그러다보면 어느샌가 끝나 있는 것일세' 그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수로를 걸어가는 범인의 첫 등장장면]
요코하마라는 도시는 외국인이 붐비던 곳으로 이국적인 분위기의 도시입니다. 언덕이 있고 바다를 접하고 있습니다. 지형적으로 이 영화의 다이나믹함을 표현하기 쉬운 곳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선택한 것일겁니다. 범인이 등장하는 수로 장면입니다. 수로는 쓰레기가 흐르고 있습니다. 메탄 가스가 뿜어져 나올 듯한 더러운 수로입니다. 그것이 구로사와 감독이 생각한 이미지였습니다. 하지만 실제 그 수로는 굉장히 깨끗했습니다. 깨끗한 수로를 그토록 지저분하게 보이게 하는 것이 잘 되지 않아서 조감독들이 상당히 야단을 맞았습니다.

[마약굴 장면]
그건 구로사와 매직이었습니다. 아연 철판으로 만들어 낸 벽에 헤로인 가루같은 것들이 잔뜩 붙어 있습니다.
그것이 굉장했습니다. 조명이 뜨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촬영 대부분 더웠습니다. 구로사와 감독은 촬영기간이 1년이었습니다. 그러니깐 여름 장면은 여름에 찍으면 좋지 않겠습니까? 여름 장면에서는 하얀 와이셔츠 한 장을 걸칩니다. 그걸 겨울에 찍는 겁니다. 실외 세트였습니다. 그래서 땀 흘린 모습을 위해 스프레이를 뿌렸습니다. 그것에 대해서 구로사와 감독에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왜 여름 장면을 여름에 찍지 않습니까?' 그랬더니
'여름에는 연기하는 사람도, 찍는 사람도 당연히 더우니깐 덥다는 것을 표현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게 되네. 추울 때는 어떻게 해서 따뜻함을 표현할까 궁리를 하게 되지. 그래서 겨울에 여름 장면을 찍는 걸세' '과연 그렇군!'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모두 더울 때는 덥다는 것이 당연히 영상에 보여진다고 생각하지만 역시 영상이라는 것은 읽어낼 수 있도록 궁리를 해야 하는 겁니다. 과연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유괴범과의 전화장면]
보통 전화통화 장면은 한 사람의 목소리를 미리 녹음한 후에 테이프를 틀어놓고서 촬영을 하는 것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스튜디어 안에 부스를 만들어서 유괴한 어린아이를 옆에 앉히고 소리를 지르게 했습니다.
'아빠!' 소리를 지르게 하고서는 입을 막았습니다. 부스에서 한 것입니다. 재미있었습니다.

미후네 상의 교섭과 분노 연기는 매우 박력이 있었습니다. 그걸 보고 있으면 자연적으로 전장에서 패전을
맞이한 병사의 괴로움을 느끼게 했습니다. 그건 아마도 '들개 (1949)'에서 미후네 상이 귀향한 병사의 모습으로 마을을 헤매는 장면이 있습니다만 제가 그 모습을 연결시킨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미후네 상 자신도 공군에서 복무를 했었습니다. 그런 인상이 있습니다. 우리들이 경험하지 못한 지옥을 경험한 사람같은... 정말 친절한 사람이고 사람들을 잘 돌봐줬습니다. '천국과 지옥' 촬영 때도 저는 전차로 통근을 했는데 미후네 상이 빨간 2인승 MG 스포츠카로 역까지 바래다 줬습니다. 하지만 굉장히 조급한 성격이었습니다. 저도 그다지 느긋한 성격은 아니지만 미후네 상은 정말 조급한 성격이었습니다. [웃음] 제가 메이크업을 지우고 의상을 벗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면 엔진을 켜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차에 타자마자 바로 출발입니다. 역 앞에 정차해서는 '그럼 내일 봐' 그러고는 바로 출발입니다. 아주 친절한 사람이었습니다. 범인 역으로 오디션을 본 사람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제 친구들도 꽤 있었습니다. 동급생들도 있었습니다. 배우 학교의 동급생 한 명은 형사 중 한 명으로 출연했습니다. 저를 미행하는, 하와이 셔츠로 변장한 형사였습니다. 춤을 잘 추는 친구였습니다. 촬영이 끝나고 얼마되지 않아 세상을 뜨게 되었습니다. 아주 친하게 지내던 친구여서 그 장면을 볼 적마다 그 친구가 생각납니다. 가슴이 아파옵니다.

당시 연극을 하고 있었는데 셰익스피어같은 번안극이었습니다. 저의 건들거리는 걸음에 대해 말하자면 당시 일본의 셰익스피어극은 배우들이 발레를 하는 듯이 움직였습니다. 그런 세계에서 제가 건들거리며 걸으니깐 연극계에서는 평판이 안 좋았습니다. '야마자키는 걷는 법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구로사와 영화 팀에 들어가서는 '자네는 걷는 법이 상당히 좋다'라고 구로사와 감독으로부터 얘길 들어서 조금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걷는 법은 중요합니다. 즉, 하반신을 이용해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캐릭터의 걷는 리듬이 캐릭터이기도 하고 캐릭터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구로사와 감독의 인정을 받아서 기뻤습니다. 선글라스 역시 구로사와 감독의 아이디어였습니다. 시나리오에는 쓰여져 있지 않았습니다. 제 연기에 관해 얘기하자면 지금 한다면 조금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지만 하지만 그 당시의, 25살 그 때의 오만이나, 잘못된 허세나 서투름은 지금에서는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연기라는 것은 그 순간 순간의 것입니다. 구로사와 감독은 저에게는 연기에 관한 충고를 해주지 않으셨습니다. 아마도 이 녀석에게는 소용없다고 생각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새파란 어린 배우였으니깐요. 하고 싶은대로 연기하도록 하셨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저도 제멋대로 할 생각이었지만 결국 구로사와 감독의 손바닥 안에서 놀았던 것입니다.

[체포된 범인과 마주하는 라스트장면]
진실은... 왜 범행을 저질렀는가 범인은 어떤 캐릭터인가는 라스트 신에서 자신의 입에서 밝혀집니다. 이 캐릭터는 범죄마저도 용인받을 수 있는 특별한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라스콜리니코프와 닮은 면이 있습니다. 시나리오에도 이 캐릭터에 대한 어떤 동정같은 것이 쓰여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구로사와 감독이 영화를 만들면서 그런 동정같은 것이 훨씬 커저버렸습니다. 범죄인에 대해, 범죄인과 범행에 대해서는 완전히 용인하지 않으면서도 그 젊은이에 대한 동정을 느낍니다. 그것이 구로사와 감독의 위대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웠던 장면은 역시 라스트 신이었습니다. 눈 앞이 하얘졌습니다. 어떻게 하고 있는지 스스로도 몰랐습니다.
어느 순간 일어서서 눈 앞의 철장을 부여잡았습니다. 그것은 즉흥적으로 한 것이었습니다. 철장은 조명이 강렬해서 뜨거웠습니다. 화상을 입고 말았습니다. 화상에도 불구하고 눈치를 못 챘습니다. 연기가 끝나고 알아차렸습니다. 그 정도로 빠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잘 했는지 못 했는지 조차도 몰랐습니다. 실은 이 장면 이후에 실질적인 라스트 신이 있었습니다만 그것은 잘라내고 이것을 라스트 신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무척 기뻤습니다. 책임을 다한 기분이었습니다.

여전한 현역 야마자키 츠토무. 근래 우리 극장가를 찾았던 '굿' 바이'에서도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다.

 


콧수염을 한 미후네 도시로와 선글라스를 쓴 구로사와 감독

 


'천국과 지옥' 라스트 신
'내 집은 겨울엔 추워서 못 자고 여름엔 더워서 못 잡니다. 좁은 내 방에서 보면 당신 집은 천국처럼 보였습니다.
매일 보면서 점점 당신이 미워지기 시작했습니다.'
Posted by javaopera

댓글을 달아 주세요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7144445 [구로사와 아키라의 꿈은 천재이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글과 인터뷰를 모은 '꿈은 천재이다'의 말미에 수록되어 있는
'구로사와 아키라가 선정한 100편의 영화' 리스트. 영화에 대한 감상을 밝히는 짤막한
코멘트도 덧붙여져 있다. 더이상 '7인의 사무라이'같은 영화를 (비싼 말을 수급할 수
없는, 제작비의 문제로 인해) 만들 수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푸념에서부터 오래
도록 고집하던 흑백을 뒤로하고 컬러영화에 도전한 계기에 대한 내용 등이 책에 담겨
있다.


절친했던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와 함께...
'꿈은 천재이다'에서는 타르코프스키와의 에피소드를 찾아볼 수 있다. 구로사와 영화의
열혈팬이었던 타르코프스키는 영화 에세이와 일기를 통해 애정의 흔적을 남겨 놓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기타노 다케시와의 대화 '자네 영화 아주 좋더구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짓밟힌 꽃 (1919) 데이빗 W. 그리피스 D.W. Griffith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 (1919) 로베르트 비네 R. Wiene
마부제 박사 (1922) 프리츠 랑 Fritz Lang
황금광 시대 (1925) 찰리 채플린 C. Chaplin
어셔가의 몰락 (1928) 장 엡스탱 Jean Epstein
안달루시아의 개 (1928) 루이스 부뉴엘 Luis Buñuel

모로코 (1930) 요제프 폰 슈테른베르크 Joseph Von Sternberg
회의는 춤춘다(춤추는 의회) (1931) 에릭 차렐 Erik Charell
서푼짜리 오페라 (1931) 게오르그 빌헬름 파브스트 Georg W. Pabst
부드럽게 간청하라 나의 노래여 (미완성 교향악) (1933) 윌리 포스트 Willi Forst
그림자 없는 남자 (1934) 윌리엄 에스 반 다이크 W.S. II Van Dyke
이웃집 야에짱 隣の八重ちゃん (1934) 시마즈 야스지로 島津保次郎
단게 사젠: 백만냥의 항아리 丹下左膳余話 百万両の壺 (1935) 야마나카 사다오 山中貞雄
아카니시 가키타 赤西蠣太 (1936) 이타미 만사쿠 伊丹万作
위대한 환상 (1937) 장 르노와르 Jean Renoir
스텔라 달라스 (1937) 킹 비더 King Vidor
작문 교실 綴方教室 (1938) 야마모토 카지로 山本嘉次郎
흙 土 (1939) 우치다 토무 内田吐夢
니노치카 Ninotchka (1939) 에른스트 루비치 Ernst Lubitsch

이반 대제 (1944) 세르게이 M. 에이젠슈타인 Sergei M. Eisenstein
내 사랑 클레멘타인 (1946) 존 포드 John Ford
멋진 인생 (1946) 프랭크 카프라 Frank Capra
빅 슬립 (1946) 하워드 혹스 Howard Hawks
자전거 도둑 (1948) 비토리오 데시카 Vittorio DeSica
푸른 산맥 青い山脈 (1949) 이마이 타다시  今井正
제 3의 사나이 (1949) 캐롤 리드 Carol Reed
만춘 晩春 (1949) 오즈 야스지로 小津安二郎

오르페 (1950) 장 콕토 Jean Cocteau
카르멘 고향으로 돌아오다 カルメン故郷に帰る (1951) 키노시타 케이스케 木下恵介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1951) 엘리아 카잔 Elia Kazan
테레즈 라껭 (1952) 마르셀 카르네 Marcel Carné
오하루의 일생 西鶴一代女 (1952) 미조구치 겐지 溝口健二
이탈리아 여행 (1954) 로베르토 로셀리니 Roberto Rossellini
고지라 ゴジラ (1954) 혼다 이시로 本多猪四郎
길 (1954) 페데리코 펠리니 Federico Fellini
부운 浮雲 (1955) 나루세 미키오 成瀬巳喜男
길의 노래 (1955) 사트야지트 레이 Satyajit Ray
키다리 아저씨 (1955) 진 네굴레스코 Jean Negulesco
자랑스런 사나이 (1956) 로버트 D. 웹 Robert D. Webb
막말태양전 幕末太陽伝 (1957) 카와시마 유조 川島雄三
젊은 사자들 (1957) 에드워드 드미트릭 Edward Dmytryk
사촌들 (1959) 끌로드 샤브롤 Claude Chabrol
400번의 구타 (1959) 프랑소와 트뤼포 François Truffaut
네 멋대로 해라 (1959) 장 뤽 고다르 Jean-Luc Godard
벤허 (1959) 윌리엄 와일러 William Wyler

남동생 おとうと (1960) 이치가와 곤 市川崑
이처럼 긴 부재 (1960) 앙리 콜피 Henri Colpi
빨간 풍선 (1960) 알베르 라모리세 Albert Lamorisse
태양은 가득히 (1960) 르네 클레망 René Clément
지하철의 소녀 (1960) 루이 말 Louis Malle
지난 해 마리앙바드에서 (1960) 알랭 레네 Alain Resnais
베이비 제인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가? (1962) 로버트 알드리치 Robert Aldrich
아라비아 로렌스 (1962) 데이비드 린 David Lean
지하실의 멜로디 (1963) 앙리 베르누이 Henri Verneuil
새 (1963) 알프레드 히치콕 Alfred Hitchcock
붉은 사막 (1964)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Michelangelo Antonioni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 (1966) 마이크 니콜스 Mike Nichols
보니 앤 클라이드 (1967) 아서 펜 Arthur Penn
밤의 열기 속으로 (1967) 노만 쥬이슨 Norman Jewinson
경기병대의 돌격 (1968) 토니 리차드슨 Tony Richardson
미드나잇 카우보이 (1969) 존 슐레진저 John Schlesinger

매시 (1970) 로버트 알트만 Robert Altman
자니, 총을 들다 (1971) 도날드 트럼보 Donald Trumbo
프렌치 커넥션 (1971) 윌리엄 프리드킨 William Friedkin
벌집의 정령 (1972) 빅토르 에리세 Victor Erice
솔라리스 (1972)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Andreï Tarkovski
자칼의 날 (1973) 프레드 진네만 Fred Zinnemann
가족의 초상 (1974) 루키노 비스콘티 Luchino Visconti
대부 2 (1974)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Francis Ford Coppola
산다칸 8번 창관 망향 サンダカン八番娼館 望郷 (1974) 쿠마이 케이 熊井啓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1975) 밀로스 포먼 Milos Forman
유랑 극단 (1975) 테오 앙겔로풀로스 Theo Angelopoulos
배리 린든 (1975) 스탠리 큐브릭 Stanle Kubrick
대지의 자장가 大地の子守唄 (1976) 마스무라 야스조 増村保造
애니 홀 (1977) 우디 알렌 Woody Allen
피아노를 위한 미완성 희곡 (1977) 니키타 미할코프 Nikita Mikhalkov
파드레 파드로네 (1977) 파올로 & 비토리오 타비아니 Paolo & Vittorio Taviani

글로리아 (1980) 존 카사베츠 John Cassavetes
아득히 먼 산울림 遙かなる山の呼び声 (1980) 야마다 요지 山田洋次
라 트라비아타 (1982) 프랭코 제피렐리 Franco Zefirelli
화니와 알렉산더 (1982) 잉마르 베리만 Ingmar Bergman
피츠카랄도 (1982) 베르너 헤어조크 Werner Herzog
코미디의 왕 (1983) 마틴 스콜세지 Martin Scorsese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 (1983) 오시마 나기사 大島渚
킬링 필드 (1984) 롤랑 조페 Roland Joffé
천국보다 낯선 (1984) 짐 자무시 Jim Jarmush
동동의 여름방학 (1984) 허우 샤오시엔 侯孝賢
파리 텍사스 (1984) 빔 벤더스 Wim Wenders
위트니스 (1985) 피터 위어 Peter Weir
바운티풀 여행 (1985) 피터 매스터슨 Peter Masterson
아빠는 출장중 (1985) 에밀 쿠스트리차 Emir Kusturica
죽은 자들 (1987) 존 휴스턴 John Huston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1987)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Abbas Kiarostami
바그다드 카페 (1987) 퍼시 애들론 Percy Adlon
8월의 고래 (1987) 린제이 앤더슨 Lindsay Anderson
허공에의 질주 (1988) 시드니 루멧 Sidney Lumet
이웃집 토토로 (1988) 미야자키 하야오 宮崎駿
친구 あ・うん (1989) 후루하타 야스오 降旗康男

누드모델 (1991) 자크 리베트 Jacques Rivette
하나비 (1997) 기타노 다케시 


Posted by javaopera

댓글을 달아 주세요

원폭 관련 영화

영화노트 2008. 12. 27. 14:31

구로사와 아키라: 생존의 기록 / 산 자의 기록 (1955)
http://www.imdb.com/title/tt0048198/
이 영화는 전후 일상을 뒤찾고도 원폭에 대한 잠재적인 공포를 지닌 일본인을 그려낸 영화이다.
노인은 원폭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족의 극구반대에도 불구하고 지상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여기는
브라질로 이민을 가려 한다. 주위 사람들과의 갈등 속에 노인이 깨닫는 건 지구상에 발을 내딛고
살면서는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공포스러운 진실 뿐이다. 결국 정신병원에 감금된 노인은 그제서야
지구라는 행성에서 탈출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을 느끼며 붉게 타오르는 태양을 향해 '지구가
타오른다'는 안타까운 외침을 내뱉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쿠로키 카즈오: 아버지와 살 수 있다면 (2004)
http://www.imdb.com/title/tt0419634/
친구와 아버지를 원폭으로 잃어버린 여주인공은 그 고통에서 벗어날 줄 모른다. 여자는 자신을
향한 한 남자의 연심도 몰라주고 스스로 고립되기만 할 뿐이다. 남겨진 딸이 걱정된 아버지의
영혼은 매일같이 그녀 앞에 나타나고 어린 딸이 다시 희망을 갖고 살아갈 힘을 불어넣어준다.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언제나 삶의 희망을 놓지 말라고 전하는 하라다 요시오와 미야자와 리에의
조촐한 2인극.



이마무라 쇼헤이: 검은 비 (1989)
http://www.imdb.com/title/tt0097694/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4101249
피폭을 당한 여자는 일상적인 행복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그 날'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매일을 보낸다.
결국 '그 날'이 오고 여자는 담담히 죽음을 맞이한다. 피폭의 모습을 처절하게 그려낸 영상의 사실성과
함께 전쟁을 도발한 일본 국가에 대한 분노의 언질도 빼놓지 않는 드문 일본영화이기도 하다.



사사베 기요시: 저녁뜸의 거리 벚꽃의 나라 (2007)
http://www.imdb.com/title/tt0997193/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0753494

말하자면 이 영화는 '검은 비' 그 후에 방점을 찍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피폭자로서 언제 자신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닥칠 것인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일상을 살아가던 미나미는 결국 또 한 명의
원폭 희생자가 되고 만다. 그 후 노년에 이른 미나미의 남동생 아사히는 딸 나나미와 함께 누나의 묘소에
참배를 하게 되면서 다시는 비극없는 행복한 삶을 자식 세대가 살아가길 기원하게 된다. '간장선생' 이후 십년,
이 번엔 방관자의 역할이 아닌 희생자의 역할을 연기한 아소 쿠미코의 원숙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영화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알라 과장 (2005)  (0) 2008.12.29
여름 이야기 (1996)  (0) 2008.12.28
원폭 관련 영화  (0) 2008.12.27
애프터 스쿨 (2008)  (0) 2008.12.26
나가사와 츠구미 [도쿄잔혹경찰]  (0) 2008.12.25
가족의 비밀 (2006)  (0) 2008.12.24
Posted by javaopera

댓글을 달아 주세요

구로사와 아키라: 악인이 더 편히 잔다 / 악인일수록 더 편히 잔다 悪い奴ほどよく眠る
http://www.imdb.com/title/tt0054460/
http://www.jmdb.ne.jp/1960/cj004290.htm

'이 작품에서부터 나는 제작을 하게 되었다. 그럼 첫 작품으로 무엇을 할까 고심하면서
처음부터 흥행을 노려서 돈만 생각해서는 관객에게 실례가 아닌가, 무언가 사회적인
의의가 있는 제재를 찾고 싶었다.
그 때 가장 사회적 문제가 되는게 무엇일까 생각한 결과, 독직 사건의 진상을 다뤄보자고 마음
먹게 되었다. 악당에도 상당히 여러 종류가 있지만 독직관계의 악당만큼 나쁜 악당은 없다.
거대 조직의 그늘에 숨어서 보통 사람은 할 수 없는 악을 저지른다. 이것을 어떻게든 도려내
보이려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javaopera

댓글을 달아 주세요

여전히 정정하신 모습인 나카다이 다츠야의 짤막한 인터뷰입니다.
그런데 '7인의 사무라이'에서 엑스트라로 출연한 건 몰랐네요. ^^
재밌는 사실이네요. 다양한 인물을 연기하셨는데 그 중에서 오카모토
키하치의 '키루 (1968)'에서 젓가락 신공을 펼치는 유쾌한 남자 '겐타' 역이나
'대보살 고개'의 서슬퍼런 악당 카리스마 '류노스케' 역은 정말 매력적으로
기억되네요.
http://cinematoday.jp/page/N0014300
뉴욕에 있는 영화관 필름포럼에서 영화 '인간의 조건 완결편'이 상영되어, 주연인 나카다이
다츠야가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나카다이는 이번 이벤트를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 기자회견이
있기 전 본 작이 상영되어 영화의 높은 완성도와 연기자들의 놀라운 연기에 미국인 관객들은
감탄했다.

-다시 '인간의 조건'을 감상하니 느낌이 어떠신가요?
내가 수십년 전에 일본에서 이 영화를 봤습니다만 그 때보다도 훨씬 아름답고 신선한 영상이었
습니다. '이렇게 젊은 때가 있었구나'라고 생각하며 보았습니다. [웃음] 20대에 이 영화를 찍었
으니깐 당시는 자신의 결점만 눈에 걸려서 객관적으로 볼 수가 없었습니다. 75세가 된 지금 다시
한번 보게 되니 역시 이 영화는 반전영화라는 사실을 재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이 번에 객석에서
보면서 마음 속으로 주인공을 연기하는 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무척 피곤해졌습니다. [웃음]

-나카다이 상은 이 영화로 고바야시 마사키 감독을 만나시게 된 겁니까?
내가 처음으로 고바야시 감독과 작업을 하게 된 것은 영화 '검은 강 黒い河'이었고 그로부터 4년 뒤
이 작품에 참가했습니다. '인간의 조건' 시리즈는 4년이 걸렸습니다. 전부 6부작으로 되어 있는데
2부씩 제작이 되어 반년 촬영, 반년 휴식을 반복했습니다. 그 반년 동안의 휴식기간 동안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요짐보', '츠바키 산주로'에 출연했습니다. 실은 구로사와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기
전에 고바야시 감독에게 구로사와 감독의 영화에 출연해도 되겠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고바
야시 감독은 '출연을 해 보게. '인간의 조건'의 주인공 '카지'와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이고 구로사와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 '인간의 조건'에도 좋은 효과가 있을 걸세'라면서 등을 떠밀어 주었습
니다.

-영화 '7인의 사무라이'에서 지나가는 인물로도 출연을 하셨는데 촬영은 어떤 느낌이었나요?
그 촬영 때 아침 9시부터 출연을 해서 오후 3시까지 걷는 연기를 했습니다. NG 투성이었습니다.
이렇게나 걷는다면 영화 크레딧에 작게나마 이름이 나오겠지 생각했는데 전혀 없었습니다. [웃음]
엑스트라이니깐 전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7년 후 출연했던 '요짐보' 촬영 때는 구로사와
감독에게 야단도 맞지 않고 끝마쳤습니다. [웃음]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javaopera

댓글을 달아 주세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스크립터였던 노가미 테루요의 인터뷰입니다.

http://cinematoday.jp/page/N0014322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스크립터로서, 1950년작 영화 '라쇼몽'부터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작품에 참가한 노가미 테루요 상이 뉴욕에서 펼쳐진 재팬 소사이어티 이벤트에
게스트로 등장했다. 실생활에서도 개인적으로 구로사와 감독과 친밀했던 노가미가 일본
영화황금시대의 활약과 숨겨진 촬영비사를 들려준다.

-노가미 상의 일을 상세히 설명해 주시겠어요?
스크립터라고 하는 것은 아주 간단히 말하면 일반적으로 촬영은 순서대로 촬영하지 않는데
편집 담당하는 사람이 처음부터 보는 것처럼 이건 몇 번째 장면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도
록 기록하는 일이에요. 편집을 염두에 둔 일이죠.

-'라쇼몽'의 촬영현장은 어땠나요?
빛과 그림자의 조절을 위해 반사판을 잘 이용해서 촬영을 했죠. 숲을 걷고 있던 시무라 다카시
상의 뒤로, 만든 잎사귀를 치켜들고 있던 일도 있었어요. 이 작품만큼 숲 속 깊숙이 들어가서
촬영한 것도 당시에는 드물었고 이만큼 아름답게 촬영된 작품도 없지요. 녹음도 모두 동시
녹음이었어요.

-'이키루'의 촬영현장은 어땠나요?
시무라 상이 그네를 타고 '곤돌라의 노래'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때의 인물 설정은 말기 암을
앓고 있다는 것이어서 시무라 상의 음성이 평소보다 다르게 들리도록 필름의 회전수를 바꾸거나
구로사와 감독도 부르거나 했어요. 그리고 이 장면 촬영 때 내리게 한 눈은 실은 밀기울이었어요.
최근엔 발포 스티로폼 등을 하지만요. 습기가 차거나 하면 그것이 들러붙고 말아서 힘들었죠. [웃음]

-구로사와 감독의 자살미수에 대해서
이것은 나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실제 자살하려고 한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요.
그렇지만 해외에 가게 되면 신문기자가 이 질문을 자주 해요. 해외에서는 구로사와 감독이
'도라! 도라! 도라!'의 쇼크로 자살 기도를 했다고 생각하는 쪽이 많지만 그건 틀려요. 구로사와
감독은 '도라! 도라! 도라!' 사건 이후 영화 '도데스카덴'을 찍었어요. 그 후로 자살을 기도한 것이
니깐 오히려 이 작품이 영향을 끼친거라고 봐요.
*도데스카덴: 빈민촌 이야기를 밝은 터치로 그려낸 구로사와의 첫 컬러 작품. 미후네 도시로를
페르소나로 한 시기를 마감하고 새롭게 시도한 실험작이었으나 흥행은 참패로 끝난다.

-'라쇼몽'은 노가미 상에게 어떤 작품인가요?
구로사와 감독과의 첫 작품이기도 하고 무척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다만 구로사와 감독은 당시
도호 영화사에 소속된 감독이어서 도호 노동쟁의로 일을 못하게 되자 다이에이 영화사에서
'라쇼몽'을 찍게 된 거예요. 나는 다이에이 영화사에서 일을 시작한지 겨우 3개월만에 이 작품에
참가하게 된 것이지만 이 영화 덕분에 내가 지금도 영화계에서 있을 수 있게 되어서 무척 기쁩니다.
*도호쟁의: 1948년 사회주의 지향 영화인들이 주도해서 발생한 도호 노동쟁의. 경찰과
미군의 개입으로 해결이 되었으나 이후 영화인들 간의 극한 대립으로 이어지게 된다.

'곤돌라의 노래'

*곤돌라의 노래

인생은 짧은 것 사랑하라 소녀여
붉은 입술이 바래기 전에
뜨거운 피가 식기 전에
내일의 세월은 없으니

인생은 짧은 것 사랑하라 소녀여
자아, 손을 잡고 그의 배 위로
자아, 뜨거운 빰을 그대의 빰에
이 곳에는 아무도 오지않으니.

인생은 짧은 것 사랑하라 소녀여
물결에 따라 헤매이는 배처럼
부드러운 그대의 손을 내 어깨에
이 곳에는 아무도 보는 사람 없으니

인생은 짧은 것 사랑하라 소녀여
검은 머리가 바래기 전에
마음의 불꽃이 사라지기 전에
오늘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으니


Posted by javaopera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