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다 다이하치 吉田大八:腑抜けども、悲しみの愛を見せろ
http://www.imdb.com/title/tt0910888/
http://www.tojapan.co.kr/culture/movie/pds_content.asp?number=1084
출연: 사토 에리코(스미카), 사츠카와 아이미(키요미), 나가사쿠 히로미(마치코), 나가세 마사토시(신지)
원작: 모토야 유키코
주제가: チャットモンチー (Chatmonchy)『세상이 끝나는 밤에 世界が終わる夜に

근자에 재미있게 본 일본영화을 꼽아보자면 '텐텐'과 '바보들아 슬픈 사랑을 보여줘'가 되겠다.
다른 스타일을 선보이는 두 영화이지만 공교롭게도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공중정원'
이래로 뚜렷한 인상의 가족 드라마를 찾지 못하던 차에 만나게 된 반가운 작품들이었다. '텐텐'은
오다기리 죠의 이름값 때문이겠지만 곧 국내 극장가를 찾아올 예정이어서 큰 스크린으로 만날 반가운
기회가 생길 듯 싶다. '바보들아...'는 '시모츠마 이야기(불량공주 모모코)'나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의
나카시마 테츠야와 유사한 만화적인 비쥬얼이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작품이다. 신인 감독이지만 광고계
에서 일했던 경력이 크게 작용을 한 탓인 듯 싶다.

사토 에리코(스미카), 사츠카와 아이미(키요미), 나가사쿠 히로미(마치코), 나가세 마사토시(신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바보들아...'의 히로인 와고 스미카는 자의식이 지나쳐서 자신의 배우로서의 경력을 키워나가지
못하고 또한 성공하지 못한 것을 가족들의 뒷바라지가 부족했기때문이라는 이유를 댄다. 고향으로
돌아와서 오빠에게 더 지원해줄 것을 종용하고 새 언니 마치코를 업수이 여기고 동생인 키요미를
학대한다. '바보들아...'가 흥미진진해지는 지점은 스미카의 전원생활로 인해서 세세한 변화를 보여주게
되는 오빠 신지, 새 언니 마치코, 동생 키요미의 모습들이다. 오빠 신지는 스미카를 무척이나 아끼는
인물임에는 분명하지만 스미카를 보호하려는 마음이 지나치게 강해져서인지 (혹은 그저 오빠로서 임무를
다했다는 자기위안을 삼으려는 생각이 강해서인지) 연인과도 같은 관계로 까지 이어지게 되는, 최후에는
가장 딱한 인물이라는 판명이 나게 된다. '바보들아...'에서 가장 놀라움을 주는 인물은 바로 새 언니 마치코
이다. 친가족 구성원 서로를 자극하고 학대하는 이들 사이에서 이방인이라고 할 수 있는 마치코는 마치 오즈
야스지로 영화의 여주인공 마냥 착하고 인내하고, 심지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순수하기까지 하다. 블랙
코미디톤인 이 영화에서 그녀의 존재가 영화를 한층 파워업 시켰다고 생각이 된다. 동생 키요미는 자신의
만화 세계에 몰입해 있기만 한 소극적인 캐릭터이지만 스미카를 끊임없이 자극하는 동력원이자 최후에는
급반전을 선사하는(동생 키요미 역시 예술가적인 자의식이 강해서 가족관계 파탄에 일조를 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4인4색 가족극 '바보들아..'는 각 캐릭터의 색깔을 확실히 하면서 그 힘을 발판으로 결국엔 자기만 위할 줄
아는 인물들의 모습을 신랄하게 그리고 있다.

만화가를 지망하는 키요미의 존재 때문에 자연스레 스미카를 포악한 괴물로까지 묘사한 만화 컷이 곳곳에
모습을 보인다. 극 중에 등장하는 만화 컷들은 호러만화가인 '노로이 미치루 呪みちる'라는 작가의 작품이라고
한다.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만화 컷을 이용해 긴박감있게 연출했다. 찰스 버넷의 '초보형사 JJ'에서 만화 컷을
활용해 오프닝을 인상적으로 장식한 예가 생각이 난다.

키요미 (사츠카와 아이미)
전반적으로 마냥 언니에게 구박을 받는 착한 피해자 이미지인 키요미이지만 결국엔 그녀 역시 언니와
비슷한 면을 지닌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언니로 인해 더욱 드러났다는 것일 수 있다. 키요미를 연기한
사츠카와 아이미는 드라마 '걸서클/가르샤' 1회에서 구박을 받고 자살을 시도하려는 여학생으로 나온 바가
있는데 동글동글 귀여운 외모 탓에 순둥이같은 이미지가 느껴진다. 그 덕에 라스트가 더욱 통쾌한 감도
있다.

마치코 (나가사쿠 히로미)
고통스러워 하는 이에게 평온을 안겨주는 마리아의 존재 마냥 신지에게 웃음을 지어보이며 등장을 하는 마치코.
줄곧 혼자였던 과거로 인해 오히려 지극히 착하고 모질지 않은 성격이 되어버린 마치코를 보고 있노라면 더
한층 안타깝고 연민에 가까운 마음이 든다. 마치코를 연기한 나가사쿠 히로미의 천연덕스러운 착한 주부 연기는
감탄스럽기만 하다. '좋아해'에서의 담백한 연기로 흠뻑 빠지게 했던 그녀의 또다른 변신이 놀랍다.


Posted by javaop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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