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베르데호 Luis Berdejo: ...ya no puede caminar. (2001)
http://www.imdb.com/title/tt0302051/

벌레에 대한 공포심을 지닌 소년 파체코. 아버지는 벌레가 든 병을 침실에 두게 하면서
두려움을 잊도록 한다. 하나, 둘, 셋 점차 병의 갯수가 늘어나는 만큼 파체코의 수집욕구는
비이상적으로 강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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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다이 다츠야 인터뷰 ['여자가 계단을 오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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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연극배우 출신인데 이후 영화일에 뛰어 들게 되었어요. 당시는 계약에 의해서 토호의 배우는 토호의 영화에만 나오고 쇼치쿠의 배우는 쇼치쿠의 영화에만 나오고 다이에이이 배우는 다이에의 영화에만 나오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연극배우 출신이어서 어디든 출연할 수 있었어요. 감독이 나를 쓰고 싶다고 하면 출연할 수 있었던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운이 좋았고 여러 감독과 작업할 수 있었어요. 물론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고바야시 마사키 감독, 키노시타 케이스케 감독, 이치가와 곤 감독 등의 영화에 나올 수 있었죠. 그 중에서 역시 나루세 미키오 감독만이 왠지 독특했습니다. 뭐가 독특했냐면 조용함이었죠. 조용하게 배우에게 다가와서 조용하게 말을 건넵니다. '움직이지 않고 그저 가만히 있기만 하면 돼'라고 말하고는 촬영을 합니다. 내면까지는 모르겠지만 나루세 감독 자신이 굉장히 조용한 사람이었습니다. 나루세 감독의 영화를 보면 차분함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지금에 와서도 굉장히 독특한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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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세 감독의 영화를 하면서 뭔가 성에 차지 않은 기분이 들면서도 한 번 완성된 영화를 보게 되면... 나루세 감독과 작업한 첫 작품이 '아라쿠레'였기때문에 '아라쿠레'를 보면서 굉장한 영화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토 다이스케 상과 다카미네 히데코 상이 부부인데 직원으로 제 캐릭터가 들어가 있습니다. 부부관계가 점점 뜻대로 되지 않고 마지막 장면에 내가 '네... 네...' 하면서 전화를 받을 때 이 직원이 일을 떠맡게 되는구나라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사는 읽는 듯이 해도 괜찮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다만 지금 생각해보면 인물이 느끼는 것이 눈에서 나온다는 의미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스스로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느낌이랄까 다소 제멋대로인 느낌이랄까. 자연체와 같은 것이랄까. 배우의 가장 자연스러운 연기를 원하셨습니다. 나는 여러 역할을 했지만 '여자가 계단을 오를 때'는 상당히 보기 드문 역할이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자랑스러워 할 것도 없는 민망스러운 얘기지만 160편의 영화를 한 가운데 상당히 이색적인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다 강렬한 역할이나, 보다 악랄한 역할 등 여러 역할을 했지만 모호하면서도 어떤 류의 차가움을 지니고 있고 내면은 뜨거운 이런 역은 상당히 이색적입니다.  당시엔 내가 20대여서 나루세 감독과는 연령적인 차이가 물론 있었지만 어쨌든 함께 작업하면서 '이 부분은 이렇게 하고 싶습니다'라거나 '이 부분은 이렇게 하면 안될까요'라는 식의 얘기를 못했습니다. 아직 20대 초반이어서 말할 용기가 없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을 배우로서 몸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해 조금 더 공부해야 한다고 느꼈고 시키는대로 하였습니다. 그것이 나루세 감독과의 커뮤니케이션이었습니다. 그 때 깨달은 것은 가감이었습니다. 강하게 하라고 하면 배우는 종종 너무 강하게 해버리지요. 조금 톤을 낮추라고 하면 너무 낮춰 버리기도 합니다. 적절히 가감을 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는 것을 그 때 깨달았습니다. 연극과 영화 연기의 차이는 이런 것이구나 라고 깨달은 것이 나루세 감독의 영화였습니다. 구로사와 감독의 영화라면 네 대의 카메라로 원 신 원 커트로... 필름 원 롤이 10분 정도되니깐 굉장히 연극적인 연기가 됩니다. 그와 반대로 나루세 감독은 한 커트를 찍고 '어 저기 누군가 상대인물이 있다' 그런데도 그것을 무시하고 다음 신을 계속 이어서 동일한 커트로 찍습니다. 그런 차이를 느꼈습니다. 그러니깐 결국 두 인물이 있는 신을 한다면 한 배우만 찍어내고 전부 편집으로 이어냅니다. 카메라가 나를 찍고 이 번엔 다카미네 상을 찍으려면 조명을 조절하는데 시간이 걸리겠죠. 돈절약이라는 게 아니더라도 그런 기술을 나루세 감독은 지니고 있어서 한 배우의 신을 모두 찍고 조명을 조절하고 다음 배우의 신을 또 모두 찍고 결국 모두 편집으로 이어냅니다. 자신의 연출능력을 믿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래서 한 번은 조감독이 '다카미네 상의 시선은 여기입니다.'라고 외치면서 종이로 만든 큰 눈을 들고 있어서 야단을 맞은 적도 있습니다. [웃음] 그 위치를 맞춰서 내 대사를 합니다. 다음 신은 다카미네 상이 대사를 하겠지만 대신 나의 반응 커트를 찍습니다. 다카미네 상은 이 쪽으로 조금 움직였다는 얘기를 듣고 그 쪽을 보고 또 대사를 합니다. 그것은 역시 연출기술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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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계단을 오를 때'의 모델이 된 '바'가 있을 겁니다.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바'가 있었습니다. 긴자에서 유명한 '바'였습니다.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아마 그 곳이 모델이 된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영화의 대부분은 세트였습니다. 곳곳에 로케를 한 것도 있지만 80퍼센트 이상은 세트였을 겁니다. 거리를 걷는 장면이 있어서 로케를 했습니다만 토호에는 긴자 세트가 있었습니다. 영화에 많은 호스테스가 나오지 않습니까? 모두 구김살이 없습니다. 나루세 감독의 다른 영화를 봐도 여성 중심이지요. 강한 여성이고 그것을 대표하는 여배우는 다카니메 히데코 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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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여성을 그리는 것을 나루세 감독은 좋아했습니다. 단지 예쁘다거나 귀엽다거나 하는 여성의 매력이 아닌... 물론 여성적인 매력이 있는 배우이지만 여성이 지닌... 지금에서 보자면 니힐리즘과 같은 것을 나루세 감독은 강하게 느껴서 함께 작업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니힐리즘이라는 표현이 너무 과하게 말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여성이 지닌 숙명에 대한 저항감. 그것을 깨달으면서 헤쳐나가는 여자의 강인함과 같은 것을 다카미네 히데코라는 배우를 통해 느꼈던 것이라고 봅니다. 다카미네 히데코 상은 그렇게 애교가 넘치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상냥하다거나 애교가 있다거나 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카메라 앞에 서면 완전히 바껴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녀와는 나이차가 있었습니다. 나는 그저 머리를 숙이기만 하고 잘 부탁드린다고... [웃음] 영화연기에 있어서는 그녀는 나에게 가장 훌륭한 연기 선생님이었습니다. 일상적인 모습을 연기하는 '사실연기'라고 할까요. '그렇게 눈을 크게 뜨지 않아도 돼요' 그렇게 나의 선생님이었습니다. 하지만 무서웠어요. [웃음] 몇 살 차이였더라... 8살 차이였을 겁니다. 예를 들어 차를 마시잖아요. 차를 마시고 찻잔을 내리죠. 내리면 커트를 합니다. 다음은 내 얼굴 클로즈업입니다. 찻잔 위치는 어떻게 하지 우물쭈물하고 있으면 '화면에 나오지 않아요. 전혀 안 나와요. 치워버려도 돼요'라는 식의 조언을 해줍니다. 또는 '큰 소리 내지 않아도 돼요. 마이크가 바로 밑에 있으니깐' 무서웠어요. 무서웠지만 기본적으로 친절한 사람이었습니다. 말은 쌀쌀맞지만 친절한 사람이었습니다. 두 번 그녀를 때리는 연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한 번은 키노시타 감독의 영화에서였습니다. 때리는 연기를 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나루세 감독은 진심으로 때리라고 했습니다. 나는 어리니깐 못한다고도 못하고... [웃음] 다만 귀는 고막이 울리니깐 대신 뺨을 세게 때리라고 했습니다. 감독님의 지시였지요. 많은 말을 쏟아내는 것보다 한 대 때리면서 모든 감정을 표출하게 하는 것이 나루세 감독답다고 느껴졌습니다. 인물이 '매니저'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있다면 지루한 역할이 되겠지요. 밖으로 펑하고 본심을 드러내면서 해방시키는 것이 인물을 흥미롭게 만듭니다.

때때로 영화가 그 때의 유행에 따라서 큰 인기를 얻게 됩니다. 큰 인기를 얻으면서도 5년이 지나면 사라지는 영화가 있습니다. 반면 30년전의 영화이지만... 30년전의 영화라면 오래된 영화이지요... 그래도 지금 봐도 신선한 작품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나루세 미키오 감독의 '여자가 계단을 오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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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프랑스어 교재로 썼던 PANORAMA. 잠수를 타고 있던 책들을 뒤적거리다가
눈에 띄여서 찍어 봤습니다. 책내용을 많이 파진 못해서 아쉬움이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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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 교재에 마련된 여러 섹션 중에서 영화로 배우는 프랑스어 코너가 등장하면 눈이 번쩍하게
되더군요. ^^ 무척 좋아하는 감독님 에릭 로메르의 사랑스러운 영화 '내 친구의 친구'에서 레아와 블랑슈가
만나는 장면의 대사가 실려 있네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고 너무 소심한 여주인공의 사랑 찾기가
가슴을 두근두근하게 만드는 영화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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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브리스 루키니와 주디스 앙리 주연의 '은밀한 여인 La discrète (1990)'이 실려 있네요. 파브리스 루키니는 사람 좋아보이는 외모가 호감도 상승에 한 몫 하기도 하는데 에릭 로메르 영화의 단골배우였다는 점 때문에 기억에 남아있는 프랑스 남자배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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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영화의 소개글이 실려 있네요. 콜린느 세로의 '위기 La Crise (1992)', 크리스티앙 뱅상의 '이별 La séparation (1994)', 에티엔느 샤틸리에즈의 '인생은 길고 고요한 강물 La vie est un long fleuve tranquille (1988)'
'이별'이라는 영화는 이자벨 위페르와 다니엘 오테이유 두 배우의 연기 때문에 기억에 남아 있는데 우리영화 '봄날은 간다'가 생각납니다. 서서히 감정의 균열이 일어나는 커플의 이야기. 이 영화에서는 부부로 나오지만 결국엔 걷잡을 수 없이 되어버리는 상황이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은 길고 고요한 강물'은 나중 하네케의 영화에서 이자벨 위페르와 공연하는 브노와 마지멜이 인상 깊은 아역(!) 연기를 하고 있어서 색다른 흥미를 돋우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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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자키 츠토무(山崎努) - 천국과 지옥(天国と地獄) 인터뷰
*크라테리온 콜렉션 '천국과 지옥' DVD에 수록된 야마자키 츠토무의 인터뷰를 옮긴 것임.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천국과 지옥'에서 유괴범을 연기한 야마자키 츠토무의 인터뷰.
인상 깊었던 야마자키 츠토무의 출연작들을 꼽아보니 '고 GO'의 스기하라 아버지, '팔묘촌'의
살인광, '도톤보리가와'의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진 중년 남자 등 수많은 인물이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오른팔 역할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이타미 주조 영화에서 보였던 자기 중심 확실한
캐릭터들은 깊은 인상으로 남아있다. 이제는 중견 중의 중견이 된 야마자키 츠토무의 신참 시절
에피소드는 초짜 배우시절 단역 연기에도 벌벌 떨었다는 로버트 드니로의 유쾌한 전설같은 이야기가
생각날만큼이나 미소를 짓게 만든다.
배우로서 구로사와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 것은 영광이었습니다. 정말 행운이었습니다. 이 작품 이후에도 몇 작품을 할 기회가 있었고 여러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야마자키는 뻔뻔하다'고 '이렇게 뻔뻔한 녀석은 본 적이 없다'고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어느날 제가 '아니요, 사실... 저는 겁이 많고 소심합니다'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구로사와 감독이 알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를 잘 파악하고 계셨던 것이었습니다. 구로사와 감독은 아마도 영화 경험이 전혀 없는 신인을 찾고 있었던 듯 싶습니다. 저는 사실 이전에 몇 작품을 한 바가 있습니다. 그 조건에 부합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구로사와 감독의 아이디어에 어울리는 신인이 없어서 저에게까지 기회가 왔습니다. 그래서 오디션도 거의 막바지였습니다. 굉장히 긴장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구로사와 영화의 팬이었기 때문에 '7인의 사무라이'는 고교시절 아홉번을 보았습니다. 두려워서 떨렸습니다. 앞에는 구로사와 감독이 있고 양 옆에는 십수명의 관계자가 있었던 걸로 생각되는데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구로사와 감독이 라스트 신을 연기 해보라고 선글라스를 벗으며 말씀하셨습니다. 그 당시에 저는 얼굴을 붉히기 일쑤여서 사람 눈을 마주보는게 안 되었습니다. 바로 앞에 구로사와 감독이 있으니깐 '이거 큰 일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구로사와 감독의 눈이 따뜻하고 친절해서 '창피해도 괜찮잖아? 두려워 하는 기분은 잘 알고 있어' 그런 말을 하는 듯한 정말 친절한 눈이었습니다. 그 눈에 빠져들어서는 상당히 긴 장면이었는데 계속 눈을 마주보며 연기를 하는게 가능했습니다. 그것이 무척 기뻐서... 오디션 보다도 눈을 마주보며 연기를 했다는 것이 기뻐서 돌아갔던게 생각납니다. 무척 힘들듯 싶어서 '솔직히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촬영이 1년동안 이뤄진다는 얘길 들었던 탓입니다. 그랬더니 구로사와 감독이 '영화라는 것은...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쥬스를 뽑아먹는 것과 같을 리가 없지 않나? 하나씩 하나씩 눈 앞에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 하나씩 하나씩, 순간 순간 눈 앞에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 그러다보면 어느샌가 끝나 있는 것일세' 그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수로를 걸어가는 범인의 첫 등장장면]
요코하마라는 도시는 외국인이 붐비던 곳으로 이국적인 분위기의 도시입니다. 언덕이 있고 바다를 접하고 있습니다. 지형적으로 이 영화의 다이나믹함을 표현하기 쉬운 곳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선택한 것일겁니다. 범인이 등장하는 수로 장면입니다. 수로는 쓰레기가 흐르고 있습니다. 메탄 가스가 뿜어져 나올 듯한 더러운 수로입니다. 그것이 구로사와 감독이 생각한 이미지였습니다. 하지만 실제 그 수로는 굉장히 깨끗했습니다. 깨끗한 수로를 그토록 지저분하게 보이게 하는 것이 잘 되지 않아서 조감독들이 상당히 야단을 맞았습니다.

[마약굴 장면]
그건 구로사와 매직이었습니다. 아연 철판으로 만들어 낸 벽에 헤로인 가루같은 것들이 잔뜩 붙어 있습니다.
그것이 굉장했습니다. 조명이 뜨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촬영 대부분 더웠습니다. 구로사와 감독은 촬영기간이 1년이었습니다. 그러니깐 여름 장면은 여름에 찍으면 좋지 않겠습니까? 여름 장면에서는 하얀 와이셔츠 한 장을 걸칩니다. 그걸 겨울에 찍는 겁니다. 실외 세트였습니다. 그래서 땀 흘린 모습을 위해 스프레이를 뿌렸습니다. 그것에 대해서 구로사와 감독에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왜 여름 장면을 여름에 찍지 않습니까?' 그랬더니
'여름에는 연기하는 사람도, 찍는 사람도 당연히 더우니깐 덥다는 것을 표현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게 되네. 추울 때는 어떻게 해서 따뜻함을 표현할까 궁리를 하게 되지. 그래서 겨울에 여름 장면을 찍는 걸세' '과연 그렇군!'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모두 더울 때는 덥다는 것이 당연히 영상에 보여진다고 생각하지만 역시 영상이라는 것은 읽어낼 수 있도록 궁리를 해야 하는 겁니다. 과연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유괴범과의 전화장면]
보통 전화통화 장면은 한 사람의 목소리를 미리 녹음한 후에 테이프를 틀어놓고서 촬영을 하는 것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스튜디어 안에 부스를 만들어서 유괴한 어린아이를 옆에 앉히고 소리를 지르게 했습니다.
'아빠!' 소리를 지르게 하고서는 입을 막았습니다. 부스에서 한 것입니다. 재미있었습니다.

미후네 상의 교섭과 분노 연기는 매우 박력이 있었습니다. 그걸 보고 있으면 자연적으로 전장에서 패전을
맞이한 병사의 괴로움을 느끼게 했습니다. 그건 아마도 '들개 (1949)'에서 미후네 상이 귀향한 병사의 모습으로 마을을 헤매는 장면이 있습니다만 제가 그 모습을 연결시킨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미후네 상 자신도 공군에서 복무를 했었습니다. 그런 인상이 있습니다. 우리들이 경험하지 못한 지옥을 경험한 사람같은... 정말 친절한 사람이고 사람들을 잘 돌봐줬습니다. '천국과 지옥' 촬영 때도 저는 전차로 통근을 했는데 미후네 상이 빨간 2인승 MG 스포츠카로 역까지 바래다 줬습니다. 하지만 굉장히 조급한 성격이었습니다. 저도 그다지 느긋한 성격은 아니지만 미후네 상은 정말 조급한 성격이었습니다. [웃음] 제가 메이크업을 지우고 의상을 벗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면 엔진을 켜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차에 타자마자 바로 출발입니다. 역 앞에 정차해서는 '그럼 내일 봐' 그러고는 바로 출발입니다. 아주 친절한 사람이었습니다. 범인 역으로 오디션을 본 사람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제 친구들도 꽤 있었습니다. 동급생들도 있었습니다. 배우 학교의 동급생 한 명은 형사 중 한 명으로 출연했습니다. 저를 미행하는, 하와이 셔츠로 변장한 형사였습니다. 춤을 잘 추는 친구였습니다. 촬영이 끝나고 얼마되지 않아 세상을 뜨게 되었습니다. 아주 친하게 지내던 친구여서 그 장면을 볼 적마다 그 친구가 생각납니다. 가슴이 아파옵니다.

당시 연극을 하고 있었는데 셰익스피어같은 번안극이었습니다. 저의 건들거리는 걸음에 대해 말하자면 당시 일본의 셰익스피어극은 배우들이 발레를 하는 듯이 움직였습니다. 그런 세계에서 제가 건들거리며 걸으니깐 연극계에서는 평판이 안 좋았습니다. '야마자키는 걷는 법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구로사와 영화 팀에 들어가서는 '자네는 걷는 법이 상당히 좋다'라고 구로사와 감독으로부터 얘길 들어서 조금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걷는 법은 중요합니다. 즉, 하반신을 이용해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캐릭터의 걷는 리듬이 캐릭터이기도 하고 캐릭터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구로사와 감독의 인정을 받아서 기뻤습니다. 선글라스 역시 구로사와 감독의 아이디어였습니다. 시나리오에는 쓰여져 있지 않았습니다. 제 연기에 관해 얘기하자면 지금 한다면 조금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지만 하지만 그 당시의, 25살 그 때의 오만이나, 잘못된 허세나 서투름은 지금에서는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연기라는 것은 그 순간 순간의 것입니다. 구로사와 감독은 저에게는 연기에 관한 충고를 해주지 않으셨습니다. 아마도 이 녀석에게는 소용없다고 생각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새파란 어린 배우였으니깐요. 하고 싶은대로 연기하도록 하셨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저도 제멋대로 할 생각이었지만 결국 구로사와 감독의 손바닥 안에서 놀았던 것입니다.

[체포된 범인과 마주하는 라스트장면]
진실은... 왜 범행을 저질렀는가 범인은 어떤 캐릭터인가는 라스트 신에서 자신의 입에서 밝혀집니다. 이 캐릭터는 범죄마저도 용인받을 수 있는 특별한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라스콜리니코프와 닮은 면이 있습니다. 시나리오에도 이 캐릭터에 대한 어떤 동정같은 것이 쓰여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구로사와 감독이 영화를 만들면서 그런 동정같은 것이 훨씬 커저버렸습니다. 범죄인에 대해, 범죄인과 범행에 대해서는 완전히 용인하지 않으면서도 그 젊은이에 대한 동정을 느낍니다. 그것이 구로사와 감독의 위대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웠던 장면은 역시 라스트 신이었습니다. 눈 앞이 하얘졌습니다. 어떻게 하고 있는지 스스로도 몰랐습니다.
어느 순간 일어서서 눈 앞의 철장을 부여잡았습니다. 그것은 즉흥적으로 한 것이었습니다. 철장은 조명이 강렬해서 뜨거웠습니다. 화상을 입고 말았습니다. 화상에도 불구하고 눈치를 못 챘습니다. 연기가 끝나고 알아차렸습니다. 그 정도로 빠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잘 했는지 못 했는지 조차도 몰랐습니다. 실은 이 장면 이후에 실질적인 라스트 신이 있었습니다만 그것은 잘라내고 이것을 라스트 신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무척 기뻤습니다. 책임을 다한 기분이었습니다.

여전한 현역 야마자키 츠토무. 근래 우리 극장가를 찾았던 '굿' 바이'에서도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다.

 


콧수염을 한 미후네 도시로와 선글라스를 쓴 구로사와 감독

 


'천국과 지옥' 라스트 신
'내 집은 겨울엔 추워서 못 자고 여름엔 더워서 못 잡니다. 좁은 내 방에서 보면 당신 집은 천국처럼 보였습니다.
매일 보면서 점점 당신이 미워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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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Snow (2005)

영화노트 2009. 5. 13. 01:52
Dustin Feneley: 눈 Snow (2005)
http://www.imdb.com/title/tt0821016/

제작국가: 호주 상영시간: 15분
눈으로 뒤덮힌 산 속. 소년은 생명이 꺼져가는 토끼를 통해 삶과 죽음의 가는 경계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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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카와 미와 西川美和: 디어 닥터 ディア・ドクター
http://www.deardoctor.jp/
http://www.imdb.com/title/tt1257557/
출연: 쇼후쿠테이 츠루베 笑福亭鶴瓶, 에이타 瑛太, 야치구사 카오루, 카가와 테루유키
시골 진료소를 운영하는 의사 '이노'. 마을사람들의 치료에 온 힘을 기울
이는 그에 대한 신망은 두텁다. 어느날 진료를 위해 찾아온 카즈코로
인해 감춰져 있던 그의 과거가 드러난다.

쇼후쿠테이 츠루베, 니시카와 미와, 에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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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샤 히데오: 女殺油地獄
http://www.imdb.com/title/tt0105060/

후지타니 미와코 藤谷美和子, 히구치 카나코 樋口可南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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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가와 준 유닛 戸川純ユニット: 안구기담 眼球綺譚 [앨범 '극동위안창가 極東慰安唱歌']
작사 作詞: 토가와 준 戸川 純


忘我の裂け目から 溢れる河のよに
얼이 빠진 채 갈라진 틈에서 넘쳐 흐르는 강물처럼

悲愴の赤い花 散って舞う花弁のように
비통한 붉은 꽃 지는 꽃잎처럼

エーンエーン エーンと
엉엉엉

泣きすぎて枯れ果てた
울다 지쳐 말라버린

目から なお流れる 赤い涙
눈에서 다시 흐르는 붉은 눈물

I'll never forget you
I'm cryin'

衰弱の裂け目から まだ洩れる息のよに
쇠약한 갈라진 틈에서 다시 새어나오는 숨결처럼

悲愴の夕刻を染めるあの斜陽のように
비통하게 저녁을 물들이는 지는 태양처럼

エーンエーン エーンと
엉엉엉

泣きすぎて枯れ果てた
울다 지쳐 말라버린

目から なお流れる 赤い涙
눈에서 다시 흐르는 붉은 눈물

I'll never forget you
I'm cryin'

雨の降る坂道 口笛を吹きながら
비가 내리는 언덕길 휘파람을 불면서

うつむいて思い出すあの夏の空の色
고개를 숙이며 떠올리는 그 여름의 하늘빛

エーンエーン エーンと
엉엉엉

泣きすぎて枯れ果てた
울다 지쳐 말라버린

目から なお流れる 赤い涙
눈에서 다시 흐르는 붉은 눈물

I'll never forget you
I'm cryin'
I'll never forget you
I'm cry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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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경이라는 DVD출시사에서 출시한 몇몇 제품은 DVD판권이 의구심이 가지만 흥미로운 작품들이 적지 않게 포진하고 있다. 5월 출시작 중에서는 야나기마치 미츠오의 '까뮈 따윈 몰라'가 눈에 들어온다. 예대 학생들이 영화를 찍으면서 겪는 갈등국면을 재미있게 엮어가는 영화이다. 고전 명작들에 대한 오마쥬(혹은 인용)장면들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재미도 재미지만 현실과 허구가 뒤섞이며 흥분감을 느끼게 하는 엔딩이 무척 강렬하다. 지금 시기에는 다소 세게 느껴지는 DVD가격 탓에 할인을 기다리게 하는데 대경은 할인도 족족한다는 게 위안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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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기주: 연옥 에로이카 (1970)
ver. 0.9 한글자막제작 2009. 4. 27.
ver. 0.91 싱류오류수정 2009.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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