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작곡: 호소노 하루오미
※美しい二人の夢見る約束 사랑스런 두 사람이 꿈꾸는 약속
青空探しに行くんだよ あの街へ 푸른 하늘을 찾으러 가는 거야 그 거리로
春の陽は久し振りと 봄 햇살은 오랜만이라며
涙ぐむ君を寄せ 눈물을 머금는 너를 끌어 기대게 하면서
ちぎれ雲数えてみる 恥ずかし※ 조각구름을 세어 본다 쑥스러워

恋する二人は夢見る空の果て 사랑하는 두 사람은 꿈꾸는 하늘끝까지
真心探しに立つんだよ あの崖に 진심을 찾기 위해 서본다 그 벼랑에
木の葉が好きなのよと 나뭇잎이 좋다며
微笑む君の肩に 웃음 짓는 너의 어깨에
手をかけ誓う未来 恥ずかし 손을 얹으며 맹세하는 미래 쑥스러워

△君とならいつも楽しい明るくさわやか 너와 함께라면 언제나 즐거운 명랑하고 상쾌한
ピクニック ピクニック 피크닉 피크닉
高鳴るはハートのリズム明るくさわやか 빠르게 뛰는 심장의 리듬 명랑하고 상쾌한
プラトニック プラトニック LOVE△ 플라토닉 플라토닉 러브

峠を歩けば 夕陽がはえるよ  고개를 올라가면 석양이 빛날거야
落日さよなら 輝く草の野辺 석양이여 안녕 반짝이는 들판
さぁ そこに腰をおろし 風の声聞きましょう 자... 그곳에 앉아서 바람의 소리를 들어보자
膝枕心地良く 恥ずかし 팔베개가 기분이 좋아 쑥스러워

노래 도입부에 호소노 하루오미가 레코드를 구입한 분들을 위한 서비스 음성이라고 말하는
재미있는 인사말이 흘러나온다. '소노시트 버전'이라고 표기된 걸 보니 아마 일본에서 해당음반이
나왔을 무렵 이 곡이 담긴 소노시트가 부록으로 딸려왔던 듯 하다. 90년대 초반에 국내 음악잡지
에서 기타리스트 안회태 씨 등의 기타강좌 소노시트를 부록으로 끼워주던 것이 생각이 나는데 CD만
익숙한 어린 친구들은 소노시트라는 말 자체가 생소할지도 모르겠다.



TV방송 '우리들의 음악' 중 호소노 하루오미와 UA의 협연



토가와 준 '꿈꾸는 약속'. 원작자도 모른채 여태 토가와 준 버전으로만 듣다가 며칠전 호소노 하루오미 원곡임을
알고서 놀라운 기분이 들었다. 역시 원곡도 참 좋구나 싶은 마음이 들면서 토가와 준 버전도 여전히 좋은 느낌이
드니 참 행복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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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핀: The Juche Idea (2008)
http://www.imdb.com/title/tt1233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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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연주자 야마시타 카즈히토가 1994년에 녹음한 작곡가 요시마츠 다카시 작품집 CD에 수록된
작곡가 본인의 해설글을 옮긴 것임.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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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시타 카즈히토 씨에 대한 노트 -요시마츠 다카시

야마시타 카즈히토 씨와의 만남은 1980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이미 세 개의
국제콩쿠르를 제패한 19세의 질주하는 천재소년. 나는 아직도 데뷔작조차 발표하지 못한
27세의 늦깍이 작곡가. 그것이 신기한 경위로, 하라다 이사오라는 프로듀서의 소개로 만나게
되어 도쿄에 있을 야마시타 씨의 미니 콘서트를 위해 곡을 쓰게 되었다. 그것이 '리트머스 디스
턴스'라는 곡이다. 하지만 그의 연주를 가까이에서 듣고 생각한 것은 '그의 기타는 이미 기타가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그의 기타는 그랜드 피아노이고, 보통의 기타 음악이 개인적인 로맨스를
속삭이는 악기라면 그의 기타는 거대한 인간의 존재를 음악으로 구축할 수 있는 장대한 악기.
이것은 이미 도마뱀과 공룡의 격차와 같다.
그로부터 '진정으로 야마시타 카즈히토 씨의 기타에 걸맞는 규모와 속도 그리고 환타지를 지닌
기타 협주곡'을 쓰리라는 꿈을 향한 칠전팔기가 시작되었다.  곡을 완성하기까지 몇번이고 그의
조언을 받았지만 '이것은 연주할 수 없어요. 보세요' 라고 말하며 기타를 치게 되면 그 테크닉에
아연해질 뿐이었다. 그리고 거의 4년이 흘러 '천마효과(페가수스 이펙트)'라는 이름의 기타 협주곡
을 완성. 1985년 3월에 초연했다. 그는 초연을 암보(暗譜)로 연주를 마쳤고 내 꿈에 훌륭하게 응답해
주었다. 이것은 이미 작곡가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다.
그 후에도 도쿄에 갈 적 마다 술을 마시거나 하는 만남이 이어졌고 예리한 칼과 같은 그의 테크닉도
(나이에 걸맞는) 원숙미가 더해져갈 무렵 '이제 또 기타 곡을 쓰고 싶지 않으신가요?'라는 권유를
받게 되어서 새로운 작품을 쓰기로 약속을 하게 되었다. 콘체르토 초연으로부터 7년이 된 해의 겨울
이었다. 그 때 쓴 'Wind color Vector'라는 곡을 단서로 시작한 연작이 이 CD에 수록된 '3부작'인 것
이다. 생각해보면 최초의 '리트머스' 때는 야마시타 씨가 10대였고 나는 20대, '천마효과' 때는 야마
시타 씨가 20대였고 나는 30대, 그리고 이번의 '3부작' 때는 야마시타 씨가 30대였고 나는 40대.
작곡가와 묘하게도 이렇게 길게 함께 해 온 것이 연주가인 그에게는 행운인지 불운인지 모르겠지만
초일류 연주가와 동시대를 살아가며 작품을 제공할 수 있었던 나에게는 행운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긴 시간을 함께한 신기하고도, 그리고 지금부터도 소중히 하고 싶은 멋진 만남이다.


수록작품에 대해서
기타 소나타 '하늘빛 텐서' Sky Color Tensor (1992)
[기타의 동적인 추진력과 다면성을 하늘빛을 한 텐서(장력)에 흉내낸 5개의 악장 소나타.]
1. 낮 [한낮의 푸른 하늘을 질주하는 구름의 프레스토]
2. 황혼 [붉은 빛 황혼의 비가]
3. 밤 [메마른 밤을 위한 스케르초]
4. 한밤중 [한밤중을 지나쳐 가는 무도]
5. 새벽 [새벽의 태양을 위한 드론]
이 곡은 '어쨌든 장대하고 거대한 구조를 지닌 교향곡 같은 기타 곡'이라는 발상으로
쓰여진 곡이다. 처음은 전체 7악장 40여분의 구상이었지만 아무래도 너무 장대하다는
생각이 들어 단념했다. 최종적으로 절반 정도의 길이가 되었다.
소나타인 동시에 하늘에 대한 라가(Raga)이기도 한, 이른바 묘사음악은 아니지만 질주하는
한낮의 프레스토로 시작해서 황혼과 밤을 지나, 최후엔 태양이 지평선에 떠오르는 장대한
드론까지를 기타 하나로 그려낸다. 초연은 1992년 10월 도쿄문화회관 소강당에서 야마시타
씨의 리사이틀.

바람빛 벡터 Wind color Vector (1991)
[기타의 정적이고 투명한 울림을 바람빛을 한 벡터(방향량)에 흉내낸 세 개의 부분으로 이뤄진 전주곡.]
1. 바람이 불어가는 곳으로 [바람의 조짐과 먼 꿈의 기억에 대하여]
2. 바람이 그친 후 [정지한 바람의 노래에 대하여]
3.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바람이 가져다 준 이국의 무도에 대하여]
3부작 중 가장 처음 썼던 이 곡은 '리사이틀 용의 가벼운 10분 정도의 곡'이라는 의뢰를 받고
쓴 곡이다. 처음엔 아주 짧은 미니 사이즈의 소품이었지만 후반의 얼마간 동적인 부분을 첨가
해서 현재의 형태가 되었다.
바람에 스치며 소리를 내는 '현'과 바람이 멈춘 후의 고요함, 그리고 바람에 실려서 들려오는
이국음악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무척 편안한 기타 용의 규모와 악상을 지닌 곡을 만들 생각
이었지만 야마시타 씨에 따르면 '그렇게 편안한 곡은 아니네요'라고 했다. 반성한다.
초연은 1992년 1월 도쿄 카잘스 홀에서 야마시타 씨의 리사이틀.

물빛 스칼라 Water color Scalor (1993)
[기타의 샘물과 같은 리듬을 물빛의 스칼라(실수량)에 흉내낸 의사(疑似) 고전풍 다섯개의 작은 무곡집.]
1. 전주곡 [경쾌하게 질주하는 작은 전주곡]
2. 간주곡 A [정지한 듯한 짧은 안단테]
3. 댄스 [의사고전 풍의 2중구조의 무곡]
4. 간주곡 B [멀리 북소리가 들려오는 간주곡]
5. 론도 [질주하는 작은 피날레]
3부작 중 가장 마지막으로 쓴 이 곡은 '플레이아데스무곡집'이라는 피아노 연작의 자매
작으로 불러도 될 작품으로 르네상스음악의 류트에 의한 의사고전풍의 무곡으로 현대적
으로 번안한 작품이다. 8분음표와 16분음표만이 악보에 그려져 있어서 얼핏 보기엔
평온한 듯이 보이지만 이상한 변박자와 기묘한 패시지의 연속이기 때문에 야마시타 씨에
따르면 '반복해서 치다보면 손가락이 삔다'고 한다.
1993년 7월에 후쿠오카의 리사이틀에서 초연했다.



두 개의 소품
[쓸쓸한 물고기와 하얀 풍경에 대한 두 개의 소품]
1. 성가 [외로운 물고기에 대한 성가]
2. 노엘 [하얀 풍경 속의 크리스마스]
두 개의 소품은 원래 기타 곡이 아니고 모두 피아노 소품을 어레인지한 작품이다.
'성가'는 10대 시절 쓴 피아노 소품의 하나이다. 피아노 곡집 '꿈의 동물원' (동아
음악사) 제 3권에 '외로운 물고기의 성가'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다. '노엘'은
플룻, 하프 그리고 파고트를 위해 쓴 '세 개의 하얀 풍경' (1992)이라는 작품 중
하프가 연주하는 멜로디다.
'앙코르 곡과 같은 편안한 소품'이라는 주문에 맞춰 옛곡에서 기타에 어울릴 법한 소품을
여러곡 골라서 기타 용으로 편곡을 했지만 이번 앨범에는 그 중 가장 느리고 가장 심플한
두 곡을 수록하게 되었다. 편안하기도 편안하지만 두 곡 모두 '기타를 치면 점점 느려지고,
점점 조용해지는' 위태로운 곡이기도 하다.

리트머스 디스턴스 Litumas Distance (1980)
[꿈 속에 엷은 색을 한 푸른 사막과 붉은 사막이 있다. 그곳엔 건조한 눈을 한 베두인족이
살고 있다. 산성의 베두인, 그리고 알칼리성의 베두인. 결국은 리트머스 시험지 위에 가공의
사막 같은 것이지만 그들은 사막 위에 앉아서 기타를 무척 닮은 현악기를 품으면 먼 환상과
같은 신비로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나는 그것을 채보해서 리트머스에 놓인 디스턴스(원경)
을 상상한다.]
1. Bedouin in Acid [산성의 베두인]
2. Bedouin in Alkali [알칼리성의 베두인]
이 곡은 야마시타 씨를 위해 쓴 최초의 곡으로 아라비아의 우드와 같은 것을 상정해서 의사(疑似)
민족음악이라고 불러도 되는 곡이다. 아라비아 음계 풍의 특수한 조현을 사용함과 더불어
후반에는 연주를 하면서 기타 몸통을 두드리며 리듬을 만드는 동시에 튜닝팩에 걸려있는
풍경(을 울리는 아크로바트와 같은 테크닉이 요구된다.
초연은 1980년 10월 도쿄 미니콘서트. 다음다음해 야마시타 씨의 '모던 콜렉션'이라는 앨범에
수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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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젊은이라면 君が若者なら' (1970)
http://www.imdb.com/title/tt0203620/

영화의 시작
독립프로덕션인 '신성영화'라는 영화사가 계속 의식하고 만들어 오던게 무엇이냐면 젊은이들의 삶의 방식 속
에서 어떤 가능성이라는 것을 발견해서 용기를 북돋아줄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그래서 TV 드라마 중에서 '젊
은이들'이라는 시리즈가 방영되었을 때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이미 인기를 얻은 TV 드라마가 있었던
것입니다. '젊은이들'과 같은 영화를 만들 수 없을까, 말하자면 하나의 가능성을 젊은이들에게서 발견해서 그들
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없을까 라는 것입니다.  그건 아마도 제가 생각하고 있던 어떤 젊은이들
의 범죄성향같은 것을 포함한 다른 방향성을 프로덕션에서도 찾고 있었던 듯 합니다.


과거, 현재, 미래의 젊은이

프로듀서와 가장 큰 차이가 있었던 것은 프로듀서는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희망을 주고 싶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희망이라는 것을 이루기 위한 현실이라는 것은 너무나 냉엄합니다. '그대가 젊은이라면'을 만들 때 이미
그런 냉엄한 현실에 우리들이 놓여져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주인공이 그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러가지로
분투를 합니다. 집단취직이라는 상황에서 도망치기 위해 여러가지 분투를 하지만 아무래도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에는 친구가 범한 범죄에 말려들어 자신들도 어쩔 수 없게 됩니다. 어떤 좌절감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것이 친구의 일이라면 그렇게 절망적이진 않습니다. 자신의 일이라면 또다른 이야기가 되겠지만. '배틀로얄'
의 경우는 냉엄하고 상황에 몰리게 되는 젊은이들. 게다가 미래에 대한 어떤 희망도 보이지 않고 사람들 각자가 필
사적으로 저항해 나갑니다. 그것이 '배틀로얄'의 테마였습니다. '그대가 젊은이라면'이 그보다 덜 절망적이라고 하
는 건 상황이 그렇다기 보다는 적어도 사람을 신뢰할 수 있는 시대라는 것입니다.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면 어쩔 수
없습니다. 사람 속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시도가 하나의 끊임없는 흐름이었습니다. 범죄는 많고 살아가기 힘든 시대
였지만 사람을 믿으려고 하는 마음만큼은 남아있었습니다. 지금은 사람을 믿을 수 없게 되엇습니다. 아이가 어른을
믿지 못하게 되고 자신에게 무언가를 가르쳐 주는 학교, 선생이나 선배들을 믿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배틀
로얄'의 상황이고 '그대들이 젊은이라면'은 신뢰를 회복하려고 하는, 친구 서로가 신뢰를 회복하려고 하는 것이 영화
의 모티프이며 테마입니다. 저도 그런 드라마를 열심히 만들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런 차이점이 있다고 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희망
'그대가 젊은이라면'에서 젊은이들이 문제를 맞닥드리게 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느냐? '배틀 로얄'
에서도 같은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을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렇게 받아들인 것을 관객은 어떻게 받
아들일까를 봤습니다. 제가 만든 작품이 나름대로 반향을 일으키는 것은 만든 보람도 있고 특히 '배틀로얄'의 경우
는 넓은 범위로, 예를 들어 영국이나 프랑스에서도 여러 반응이 있어서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대답을 해야할까 생
각해야합니다. 하지만 갑자기 상황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어려운 문제라는 것은 테러리즘이라고 하는 것을 작품
속에서 어떻게 다룰 수 있을까 입니다. 1950년대 이래로 내 작품 속에서 다뤄왔던 공포, 그에 대한 좌절감 같은 것
을 다루면서도 지금의 아프칸 문제, 테러리즘의 문제에 유효한 답을 찾아서 관객에게 제시할 수 있을까. 굉장한 어
려운 상황으로 무척 힘든 영화연출 상황에 몰려 있다는 의식을 할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관객과 해외관
객에 그리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각광을 받고 있는지도 실감하고 있진 않습니다. 어려운 문제를 이
제부터 어떻게 다뤄낼까? 대답을 마련하기엔 다소 늦었다는 생각도 들고 지금 나이가 되어서는 쉽지 않다는 생각
도 듭니다. 새롭게 떠오르는 의문에 대답이 될 수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
해 지금 악전고투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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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세 미키오: 四つの恋の物語 第二話 別れも愉し [옴니버스 '네 개의 사랑이야기 중 2화 '헤어짐도 즐겁다']
http://www.imdb.com/title/tt0040010/
http://www.jmdb.ne.jp/1947/bw000160.htm
출연: 고구레 미치요(미츠코 역), 누마자키 이사오(아리타 역)

헤어짐도 즐겁다? 헤어짐마저도 즐겁다니 정겨움이 느껴지는 제목이 아닌가.
친구와 술 한잔 하고 기분 좋은 걸음으로 집으로 되돌아가는 상황이 떠오른다.
보다 낭만적인 사연이 생각나면 좋으련만. 흥겨운 나루세 미키오의 영화일까
기대하며 본 단편작 '헤어짐도 즐겁다'는 역시나 익숙한 남겨지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히로인 미츠코는 남편과 이혼 후 새로운 연인 아리타를 만났다. 그런데
아리타에 관한 소문을 듣게 된다. 아리타에게 새 여자가 생겼다는 것이다. 미츠코는
그 소식을 듣고도 호기롭게 한순간의 흔들림일테고 머지않아 자신의 진가를 깨닫게
되리라 확신을 보인다. 곧이어 나타난 아리타는 뜻밖에도 새롭게 만난 여자로 인해
지금까지의 한심한 한량생활을 접고 직장을 구해 열심히 살아가겠다는 결심을 보인다.
흐트러짐 없는 아리타의 고백에 미츠코는 아리타를 위해 헌신할 그 여자의 모습을 확연히
그려낼 수 있게 된다. 자신 역시 다른 연인이 생겼다는 거짓말을 하고 미안한 마음없이
떠나라고 한다. 자존심에 따른 허세였을까, 아니면 아리타를 생각하는 깊은 배려심때문
이었을까. 아리타가 떠나고 미츠코는 허탈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헤어짐도 즐겁다!
연인의 이별은 궁색맞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지만 제목을 살짝 읖조려보니 애써 정감이
우러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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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구입하려다 품절상태여서 구입을 못했던 나나난 키리코의 '호박과 마요네즈'를 이번에 구입했다.
이 작가의 작품이 흡족했던 것일까? 딱히 그런 건 아닌 듯 하다. 그냥 아는 작가가 없어서...? ㅎㅎ
곰곰이 생각하면 나의 책 구입의 대부분은 영화 감상의 연장에 있다. 영화를 보고 구미가 당겨서
원작도 챙겨보는 선에 머무는 듯해서 참신함이 부족한게 아닐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블루,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에 이어서 세번째로 구입한 호박과 마요네즈. 그런데 호박과 마요네즈의
그림체를 보고서 아무래도 이 책이 마지막 나나난 키리코의 작품이 될 듯 하다. 블루의 그림체는 마음에
들었지만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의 그림체에는 애정이 생기지 않았고 호박과 마요네즈 책을 기다리면서
블루처럼 간결한 맛이 있었으면 했는데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처럼 두터움이 느껴지는 그림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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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들고서 신나는 기분도 잠시 뒷페이지를 보니 제본이 딱 맞지 않다. 그래 이 정도면 그냥 넘길 정도지...
그냥 넘어가려고 해도 자꾸 그 쪽으로 눈이 쏠린다. 소심함 때문일지. 못견디고 교환신청을 했다. 그런데
yes24에서 구입했는데 교환이 될지....;; 이번에 구입하면서 보니깐 만화책은 도서 항목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일반(?) 책을 구입해야 배송비 면제가 되는구나. 만원 짜리 소설을 사면 배송비 면제가 되고 만원
어치 만화를 사면 배송비를 물어야 한다니 이거 참... 그런데 덕분에 깜빡 잊고 있던 소설책을 사긴 했다. ㅎㅎ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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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그 Bug (1975)

영화노트 2010. 12. 16. 02:11

http://www.imdb.com/title/tt0072750/

지진으로 인해 지상에 출현하게 된 괴생명체의 공격을 그린 호러물로서 불을 일으키는
능력을 보여준다는 것에서 색다름을 느끼게 한다. 불을 일으키는 여자 초능력자 이야기인
'크로스파이어'에서 보여지는 사람을 불태우는, 화려한 파이어 장면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던게
떠올랐는데 '버그'의 파이어 효과는 빈약하지만 실내에서 스멀스멀 기어나와 상대방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버그의 습격 장면은 나름 소소한 재미를 주기도 한다. 영화 상에서는 벌레 한
마리가 활약해서 공격을 펼치는데 아무래도 당시 제작환경의 제약에 따른 것이겠지만 지금
생각하면 조금 더 떼를 이룬 공격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기도 한다. 지금 업그레이드된
기술력으로 다시 만들어도 꽤 재미있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버그의 몇차례 습격 장면이 있고
이후 주인공인 제임스 파미터 교수가 버그를 처음 발견한 학생과 버그를 퇴치하는 내용이겠거니
예상했는데 후반부는 아내를 잃고 이성을 상실한 파미터 교수가 바퀴벌레와 교배를 해 새로운
교배종을 만들어내는 실험장면으로 채워진다. 보노라면 명색이 벌레에 해박한 교수라는 사람이
실험 상자의 잠금상태도 허술하게 관리한다는 게 영 미덥지 못한 사내로 느껴졌다. ㅎㅎ 자신이
새로운 교배종을 제어할 수 있으리란 교수의 예상 범위를 뛰어넘는 새로운 종의 영악함은 결국
비극으로 이끌게 된다. 버그의 활약상이 기대만큼 풍성하진 않지만 실험실에서 교수와 버그 간의
긴장관계는 나름의 밀도가 느껴져서 인상에 남는 부분이다. 우리도 벌레들이 활약하는 영화를
한 편쯤 만들어도 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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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제임스 파미터 교수. 이 표정은 왠지 로저 코먼의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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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놈들은 날고기를 좋아한다.' 이런 류 영화에 나오는 자칭 교수라는 인물은 항상 같은 실수를 한다. ㅎㅎ
자신이 종을 확실히 제어할 수 있다고 자만하다가 희생양이 된다는 것이다. 바글바글거리는 벌레를 위한
테마송 Pearl Jam의 Bugs. 가사와는 별개로 무척 귀염성이 느껴지는 곡이다. ㅎㅎ
'I got bugs
I got bugs in my room
Bugs in my bed
Bugs in my ears
Their eggs in my head
Bugs in my pockets
Bugs in my sho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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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에서 묘사하고 있는 장면이 바로 이 여성의 테러 장면이다. 전화기를 집어들다
피해자가 된다. 영화 상에서 적나라하게 묘사를 하고 있지 않아서 김이 새는 감이 있지만
상상을 하면 할수록 몸이 움찔하게 된다. 그런게 벌레가 등장하는 영화의 묘미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적나라한 느낌을 주는 건 의외로 희생되는 사람들이 아니라 첫 희생물이
되는 고양이다. 버그를 얕잡아보다가 순식간에 불덩어리가 되는 고양이의 모습이 꽤 처참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이 여성도 그렇고 파미터 교수의 부인도 그렇고 상당히 매력적인 마스크의
소유자들이다. 두 여성이 함께 등장하는 장례식 장면은 그래서 이상한 유쾌함마저 느껴졌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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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인터뷰

음악 2010. 12. 14. 21:40
요며칠 잠자리에서 듣고 있는 수면음악 역할을 하고 있는 음반이라고 할까?
ME:MO라는 중국 일렉트로닉 뮤지션의 'Acoustic View' 앨범을 듣고 있다. 격한 구석 없이 마냥
차분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 음악인데 앨범 자켓이 음악과 잘 어울린다. 평소 음악듣는 취향을
따져보면 일렉트로닉 음악이라고 해봐야 왕년의 크라우트록 시절의 관련 뮤지션을 제외하면
나와는 그다지 친근하지 않은 장르인데 오랜만에 듣는 (근래의) 일렉트로닉 계열 음악이다. 뭐하는
양반인지 궁금해서 뒤져보니 중국어의 압박이! 일본 블로그에 인터뷰라고 올려진 글이 있어서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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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미모)
http://www.myspace.com/memozhairuixin
http://h1753510.stratoserver.net/w/ME:MO

북경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일렉트로닉 뮤지션. 80년생. 2001년부터 창작활동을 시작하였다. 2003년 자주레이블 'Fruity Shop'을 통해 'me:mo'를 릴리즈. 국내외 컴필레이션 앨범에 참가하는 한편, 2006년 모던스카이 레이블을 통해 솔로 앨범 '정경 静景 /Static Scenery'을 릴리즈. 곧이어 샨슈이 레코드(山水)를 통해 '원경 原景/Acoustic View'을 릴리즈했다.

2006년 모던스카이 레이블을 통해  일렉트로니카, 앰비언트, 클릭 등의 수법을 축으로 완성한 솔로 앨범 '정경'을 릴리즈하며 메이저 데뷔.  감성적이고 세련된 악곡이 주목을 받은 ME:MO는 곧이어 새 앨범 '원경'을 발표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새 앨범 '원경'의 곡은 언제부터 만들기 시작하신 겁니까?
이전 앨범 '정경'이 완성되고 난 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수록곡 '耐夜'는 2005년, 비교적 이전 작품으로 다른 것은 06년도와 07년도에 걸쳐서 만들었습니다.

-이전 앨범 '정경'과 이번 앨범 '원경' 모두 풍경을 테마로 하고 있습니다만 '원경'이라는 앨범명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습니까?
새 앨범명은 실제 중국어와 영어 제목을 맞춰보며 지어낸 것입니다. 영어로는 'Acoustic View'이고 그걸 중국어로 옮기면 '원경'이 되는, 감각적으로 딱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원경'의 컨셉트는 무엇입니까?
이 앨범을 듣는 분들이 편한 기분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이 앨범을 만들 때가 바로 휴식을 취하던 시기였고 그 시기에 저는 항상 북경의 북해공원이나 경산공원에 햇볕을 쬐러 갔습니다. 북경의 겨울은 무척이나 춥기는 하지만 태양이 쬘 때는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습니다. 앨범에 있는 많은 작품의 구상은 당시의 그러한 여유로운 상태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원경'이라 함은 어떤 풍경인가요?
저에게 '원경'은 제 기억 속에 있는 북경의 풍경입니다. 지금 존재하는 북경의 모습이 아닙니다. 제 어릴 적 풍경이 그립습니다. 당시의 북경은 현대도시와 같은 풍경은 아니었지만 생활의 활력이 가득차 있었습니다. 그러한 생활의 활력은 당시 북경이 지닌 독특한 것으로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북경은 저에게 차갑게 느껴집니다. 이번 앨범 '원경'에서 제 유년시절과 북경 생활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나 있습니다.

-이 앨범에는 기타 생음이 담겨 있는데 기타 음을 넣은 건 왜인가요?
이 앨범에는 기타와 아코디언, 그리고 보컬이 약간 들어 있습니다. 저에겐 보다 풍부한 음악성이라는 것은 제가 추구하는 방향의 하나로서, 일렉트로닉 음악은 제가 표현하려는 음악성에서 한 종류의 수단에 지나지 않습니다. 기타라는 악기는 제가 줄곧 좋아하던 악기이기도 했고 '어쿠스틱'이라는 건 확실히 실제악기를 지칭하는 것이기도 하니깐. 저는 그것을 통해서 일종의 음악의 원풍경을 가져오고 싶었습니다. 아마도 지금부터 저의 음악은 전혀 일렉트로닉 음악적인 음색을 없애고 가장 전통적인 음악표현의 형식으로 돌아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생활하고 있는 북경은 보시기에 어떤 도시입니까? 북경을 표현한다면 어떤 풍경인가요?
북경은 본래 세게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무서운 도시가 되어 버렸습니다. 터무니 없을 정도로 크고, 시끄럽고, 불안하고, 수많은 인위적인 원인으로 인해서 예전의 아름다움을 다시는 완전히 되찾기가 이미 어려워져버렸습니다. 이제부터의 북경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그것은 제 마음 속에 있는 북경과는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북경은 변화가 극심하고 저는 새로운 북경에 적응해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때때로 괴롭습니다.

-음악을 창작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생활

-2001년부터 창작활동을 시작하게 된 경위를 알려주십시오.
정식으로 창작활동을 시작한 것은 2003년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수많은 일렉트로닉 뮤지션이 그렇듯이 우리들은 모색과 실현 속에서 성장해갑니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가 제 창작의 초기단계였고 2006년부터 저의 방향성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저만의 방법으로 음악을 창작하고 싶고 '원경'이야말로 저만의 창작방법을 완성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부족한 부분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저의 방향성을 대표하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앨범은 저의 스타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음악은 서정적이고 서사적이기도 합니다만 뮤지션으로서 영향을 주는 것이나 인물이 있습니까?
수많은 것들이 제 창작에 영향을 줍니다. 하지만 가장 큰 것은 역시 저의 생활패턴입니다.

-당신의 음악은 무척 고요합니다만 평소 생활이 그러한 건가요? 생활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요?
생활 속의 저는 무척 평범합니다. 보통의 사람과 마찬가지로 일을 하며 생활을 하고 있고 조용한 생활을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조용하게 내버려두지 않는 일이 무척 많습니다. 어쩔 수 없게 만듭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도 자신의 마음을 연마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도 생활의 일부분일겁니다.

-당신의 음악과 일렉트로닉 음악씬과의 관련성에 대해 알려주십시오.
저는 이미 씬의 영향을 받지 않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렉트로닉 음악씬은 상당히 변화가 빠릅니다. 다음의 음악씬이 어떻게 될까 누가 알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역시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기만의 음악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2007년 당신이 즐겨들은 10장의 앨범을 알려주십시오
10장을 고르는 것이 어렵군요. 하지만 GUTEVOLK의 'TINY PEOPLE SINGING OVER THE RAINBOW'는 제가 무척 즐겨듣던 앨법입니다.  그리고 TRANS AM의 'SEX CHANGE'와 SEA AND CAKE의 'Everybody'도. 그리고 나머지는 07년 릴리즈된 앨범은 아니지만 예를 들어 MOHA!의 'RAUS AUS STAVANGER' (2006)와 ADRIANO LANZI & OMAR SODANO의 'LA VITA PERFETTA' (2004) 같은... 그리고 저와 여러 친구들이 SORA의 새 앨범을 무척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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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미즈 히로시: 아리가토 상 有りがたうさん (1936)
http://www.imdb.com/title/tt0027307/
http://www.criterion.com/films/1087-mr-thank-you
*아래 글은 오구리 고헤이 감독 홈페이지에 올려진 오구리 고헤이 감독의 에세이를 옮긴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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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회 무라 영화상영회

올해 역시 군마현 오라마치에서 위의 영화상영회가 있습니다. 나는 프로그램 선정 등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번 상영회에서는 시미즈 히로시 감독의 '아리가토 상'을 선정했습니다. 아래의 원고는 지난 달 도쿄상공회의소의 공보지 '트윈 아치'에 썼던 글입니다. 옮겨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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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미즈 히로시 감독의 '아리가토 상'이라는 영화가 있다. 이게 더할 나위 없이 빼어나다.
시미즈 히로시 감독은 1903년에 태어나 오즈 야스지로 감독과 동갑이다. 쇼치쿠 카마타 스튜디오에서도 함께였고 두 사람은 친밀한 사이였다고 한다. 탄생백년을 맞아 국내외에서 몇 번의 특집상영과 심포지움이 있었다. 오즈 감독은 지금도 유럽에서 신처럼 추앙을 받고 있어서 당연한 듯 하지만, 시미즈 감독은 근래의 프로그램이 재평가의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쇼치쿠에서 DVD 박스셋을 발매했고 나 역시 그것으로 '아리가토 상'을 보게 되었다.
 
1936년 작품으로 일본영화가 본격적으로 토키 시대를 맞이할 시기였다. 시미즈 감독은 이때 이미 백편 이상의 영화를 연출한, 한마디로 잘 팔리는 상업감독이었다. 아이들을 무척 빼어나게 담아내는 사람으로 영화 '바람 속의 아이'는 무척 유명하다.

'아리가토 상'의 타이틀에는 '원작 가와바타 야스나리'라고 쓰여져 있지만 나는 배움이 짧아서 원작을 알지 못한다. 초기에 이즈를 무대로 한 소설집에 포함되어 있을지 모르겠다. 승하차 버스가 고개를 넘나든다. 시모타에서 미시마 부근까지의 여정인 듯 한데 이즈의 아마기 길은 당시 완연한 산속길이었다. 인부, 봇짐장수, 나무를 등에 지고 옮기는 사람, 짐마차, 짐수레 등등 걸어서 왕래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버스를 타려면 돈이 들었다. 일본은 불황의 한복판에 있었다.

승하차 버스를 운전하는 이가 젊은 시절의 우에하라 켄이다.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버스가 다가설 때마다 모두가 한결같이 금방 옆으로 비켜주고 버스길이 터진다. 그럴 때마다 운전수는 손을 들고 '아리가토(고맙습니다)... 아리가토...'라고 외친다. 그래서 '아리가토 상'이라고 불린다. '아리가토'라는 말의 울림이 뮤지컬 영화를 보는 것 마냥 왠지 모를 푸근함이 전해져서 나는 기적 같은 영화로 느껴질 정도였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인생을 안고서 버스에 오른다. 구와노 미치코가 연기하는 떠돌이 작부. 인생의 쓴맛 단맛을 다 보고 꺼리낌없이 말하는, 이른바 감초 역할. 도쿄에 하녀로 팔려가는 소녀가 타고 있다. 딸을 보내지 않으면 생활이 어려운 어머니는 딸을 적어도 역까지라도 배웅하려고 함께 버스에 오른다.

아리가토 상은 중고 시보레를 구입해서 영업하려는 계획이 있다. 하지만 고개를 넘어서 마을을 나간 소녀들은 되돌아온 적이 없다. 작부가 아리가토 상에게 시보레를 포기하면 소녀 한 명을 도울 수 있다고 부추기며 떠본다.

창 밖에는 출렁거리는 바다의 흰 물결, 길가로 늘어선 집들, 햇빛을 받아 빛나는 밭. 여행을 통해 극이 보여주는 건 로드무비라고 불리는 장르다. 물론 당시 일본영화에는 그런 호칭은 없다. 세계적으로도 60년대, 70년대가 되어서 나오게 된 호칭이다. 그 배경에는 두 개의 이유가 있다.

하나는 촬영기자재의 문제. 옛날에는 무거워서 다루기가 부자유스러웠다. 무대에 모두 설치하고 찍는게 기본이었다. 하지만 '아리가토 상'은 전편 로케로 찍은 영화다. 버스 안 장면도 모두 실재 버스에서 찍은 것이다. 시미즈 감독은 예전부터 롱쇼트를 즐겨 썼다. 풍경 속의 사람을 찍는 것이 탁월해서 다른 작품에서도 다르지 않다. 평론가 사토 타다오 씨가 DVD 부클릿에 오즈 감독의 시미즈 감독에 대한 평을 인용하고 있다. '시미즈 감독은 세트촬영에서도 로케처럼 찍는다'라고 쓰여져 있다.

'오즈 감독은 나와는 반대다' 라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보통 이 정도까지 넓은 화면으로 잡으면 풍경도 인물도 함께 잡아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사이즈 이상으로 시미즈 감독은 사이즈가 롱쇼트가 된다. 이것은 기법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그 사람에게 자리잡은 자연관, 말하자면 풍경을 사고하는 방식에서 오는 선천적인 부분이다. 그래서 로드무비라고 해도 빔 벤더스나 짐 자무시의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

이것은 두번째 이유와도 관계된 부분이기도 한데 여행을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그릴 수 없다 라는 사고가 구미의 일부 영화감독에게 있었다. 구미사회의, 말하자면 구미문화의, 숨이 막힐 듯한 폐쇄감으로부터 이탈이며, 도피이며, 또한 재생이다. 벤더스의 빼어난 시정도 결국은 폐쇄공간의 여행이 아닐까 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리가토 상'에는 그러한 기운은 털끝만치도 없다. 오히려 지역사회에 보다 훌륭히 담겨지기 위해 풍경을, 풍경 속의 사람들을 영화라는 프레임 속에서 응시한다.

친절하고, 미남자이며, 인기가 좋은 아리가토 상은 여정의 도중에 여러가지 부탁을 받는다. 버스는 그때마다 정차를 한다. 걸어서 고개를 넘어온 예능인은 오늘 머물 곳이 바꼈다는 것을 뒤따라 오는 아이들에게 전해달라고 한다. 뽕을 따는 아가씨들은 도시에서 유행하는 레코드를 사와달라고 부탁한다.

흰색 치마 저고리를 입은 조선인 남녀를 아리가토 상의 버스가 지나쳐 간다. 버스는 터널 바로 앞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여자들은 다가와 이야기를 걸지만 그 전의 휴식 모습의 묘사가 무척이나 좋다. 산, 흘러가는 구름, 승객들은 버스 밖으로 나와서 기지개를 켜고 절벽을 향해 돌을 던진다. 이유같은 건 없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한다. 하녀로 가게 되는 소녀를 향한 아리가토 상의 마음도 흔들린다.

한 무리의 조선인은 도로공사를 위해 일하러 온 사람들이다. 그 일이 끝나면 다음엔 신슈의 터널을 파러 간다고 한다. 길이 뚫려서 버스가 다닐 수 있게 되어도 자신들은 버스를 탈 수가 없다. 여자는 일본 기모노를 입고서 한 번 아리가토 상의 버스를 타고 싶었다고 한다. 이 대사는 감독이 한껏 타협한 것으로 보이는데 쇼와 10년대의 일본영화로서는 이마저도 어려웠을 것이다. 징용과 강제연행으로 수많은 조선인이 중노동에 종사할 수 밖에 없던 시대였다.


'저 곳에 길이 생기면 한 번 일본의 기모노를 입고서 아리가토 상의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우리들이 만들어 놓은 길을 한 번도 걸어보지도 못하고 다시 길이 없는 산으로 가서 길을 만들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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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가토 상'에는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이동하게 되면서 무언가가 해결된다거나  무언가가 바껴간다는 인상은 없다. 오히려 조선인 노동자들 무리를 비롯해서 여러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즈 지방, 생활터전의 전체상이 사람이 이동하고 버스가 이동함으로써 새롭게 떠오르는 듯 하다. 이동해서 어딘가로 가는, 그런 홀가분한 로드무비가 아니라는 것은 명확하다.

인생의 여운과 애정을 오가는 삶의 리듬과 스피드 같은 것이 있다. 그것보다도 조금 더 빠른 스피드로 버스가 달리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조금 더 빠를 뿐이어서 그 버스가 사람들을 지나칠 적마다 '아리가토 상'이라고 말을 걸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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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파크에서 중고책 세일이벤트를 한다는 소리에 둘러보다가 '레베카'를 발견했다.
진작에 보고 싶었지만 돈이 궁해서 못 사봤던 레베카가 세일목록에 있다니! 1300원
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감격했다. 사고 싶었던 '외과실', '새' 등도 함께 구입을 했다.
물건을 받고 보니 슬그머니 욕심이 생겨서는 책을 조금 더 살까 하는 충동이 일어
난다. 아무튼 연말은 차분히 소설 좀 보게 될 듯. 매년 연말을 너무 차분하게 보내는게
식상할 지경이긴 한데...

생각의 나무 기담문학 총서를 이전에 구입하려다 망설였던 이유가 바로 표지 디자인이
유치해 보여서 였는데 웹상에서 보던 느낌과 다르게 실제로 보니 꽤 괜찮은 느낌을 준다.
히치콕 영감의 '레베카'를 본게 언제인지 까마득 한데 소설을 마치면 다시 즐거운 감상이
필요할 듯 싶다. 영화 '레베카'의 조안 폰테인을 보고 답답한 미인이라는 생각을 했던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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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DVD가 메인, 책은 꼽사리 신세인데 이번엔 책만 샀다. ㅎㅎ
에펠은 일전에 본 '에펠'에 관한 EBS 드라마가 생각이 나서 산거라 읽을 거리가 있을 듯
한데 '천년의 여행자'와 '브루클린 느와르'는 순전히 제목빨로 샀다. 그래서 왠지 읽기 전인데
불안하다. 방금 이즈미 교카의 '외과실' 책을 살펴보다 여태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즈미
교카가 남자였던 것이다. -.-; 지금껏 '여자 몸으로 당시에 글을 쓰다니 참 대단한 인물이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놀랍다. 순전히 이름 때문에 오판한 경우다. 비슷한 이름의 스즈키 교카라는
여배우가 있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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