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구입하려다 품절상태여서 구입을 못했던 나나난 키리코의 '호박과 마요네즈'를 이번에 구입했다.
이 작가의 작품이 흡족했던 것일까? 딱히 그런 건 아닌 듯 하다. 그냥 아는 작가가 없어서...? ㅎㅎ
곰곰이 생각하면 나의 책 구입의 대부분은 영화 감상의 연장에 있다. 영화를 보고 구미가 당겨서
원작도 챙겨보는 선에 머무는 듯해서 참신함이 부족한게 아닐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블루,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에 이어서 세번째로 구입한 호박과 마요네즈. 그런데 호박과 마요네즈의
그림체를 보고서 아무래도 이 책이 마지막 나나난 키리코의 작품이 될 듯 하다. 블루의 그림체는 마음에
들었지만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의 그림체에는 애정이 생기지 않았고 호박과 마요네즈 책을 기다리면서
블루처럼 간결한 맛이 있었으면 했는데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처럼 두터움이 느껴지는 그림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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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들고서 신나는 기분도 잠시 뒷페이지를 보니 제본이 딱 맞지 않다. 그래 이 정도면 그냥 넘길 정도지...
그냥 넘어가려고 해도 자꾸 그 쪽으로 눈이 쏠린다. 소심함 때문일지. 못견디고 교환신청을 했다. 그런데
yes24에서 구입했는데 교환이 될지....;; 이번에 구입하면서 보니깐 만화책은 도서 항목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일반(?) 책을 구입해야 배송비 면제가 되는구나. 만원 짜리 소설을 사면 배송비 면제가 되고 만원
어치 만화를 사면 배송비를 물어야 한다니 이거 참... 그런데 덕분에 깜빡 잊고 있던 소설책을 사긴 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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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그 Bug (1975)

영화노트 2010. 12. 16. 02:11

http://www.imdb.com/title/tt0072750/

지진으로 인해 지상에 출현하게 된 괴생명체의 공격을 그린 호러물로서 불을 일으키는
능력을 보여준다는 것에서 색다름을 느끼게 한다. 불을 일으키는 여자 초능력자 이야기인
'크로스파이어'에서 보여지는 사람을 불태우는, 화려한 파이어 장면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던게
떠올랐는데 '버그'의 파이어 효과는 빈약하지만 실내에서 스멀스멀 기어나와 상대방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버그의 습격 장면은 나름 소소한 재미를 주기도 한다. 영화 상에서는 벌레 한
마리가 활약해서 공격을 펼치는데 아무래도 당시 제작환경의 제약에 따른 것이겠지만 지금
생각하면 조금 더 떼를 이룬 공격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기도 한다. 지금 업그레이드된
기술력으로 다시 만들어도 꽤 재미있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버그의 몇차례 습격 장면이 있고
이후 주인공인 제임스 파미터 교수가 버그를 처음 발견한 학생과 버그를 퇴치하는 내용이겠거니
예상했는데 후반부는 아내를 잃고 이성을 상실한 파미터 교수가 바퀴벌레와 교배를 해 새로운
교배종을 만들어내는 실험장면으로 채워진다. 보노라면 명색이 벌레에 해박한 교수라는 사람이
실험 상자의 잠금상태도 허술하게 관리한다는 게 영 미덥지 못한 사내로 느껴졌다. ㅎㅎ 자신이
새로운 교배종을 제어할 수 있으리란 교수의 예상 범위를 뛰어넘는 새로운 종의 영악함은 결국
비극으로 이끌게 된다. 버그의 활약상이 기대만큼 풍성하진 않지만 실험실에서 교수와 버그 간의
긴장관계는 나름의 밀도가 느껴져서 인상에 남는 부분이다. 우리도 벌레들이 활약하는 영화를
한 편쯤 만들어도 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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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제임스 파미터 교수. 이 표정은 왠지 로저 코먼의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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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놈들은 날고기를 좋아한다.' 이런 류 영화에 나오는 자칭 교수라는 인물은 항상 같은 실수를 한다. ㅎㅎ
자신이 종을 확실히 제어할 수 있다고 자만하다가 희생양이 된다는 것이다. 바글바글거리는 벌레를 위한
테마송 Pearl Jam의 Bugs. 가사와는 별개로 무척 귀염성이 느껴지는 곡이다. ㅎㅎ
'I got bugs
I got bugs in my room
Bugs in my bed
Bugs in my ears
Their eggs in my head
Bugs in my pockets
Bugs in my sho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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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에서 묘사하고 있는 장면이 바로 이 여성의 테러 장면이다. 전화기를 집어들다
피해자가 된다. 영화 상에서 적나라하게 묘사를 하고 있지 않아서 김이 새는 감이 있지만
상상을 하면 할수록 몸이 움찔하게 된다. 그런게 벌레가 등장하는 영화의 묘미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적나라한 느낌을 주는 건 의외로 희생되는 사람들이 아니라 첫 희생물이
되는 고양이다. 버그를 얕잡아보다가 순식간에 불덩어리가 되는 고양이의 모습이 꽤 처참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이 여성도 그렇고 파미터 교수의 부인도 그렇고 상당히 매력적인 마스크의
소유자들이다. 두 여성이 함께 등장하는 장례식 장면은 그래서 이상한 유쾌함마저 느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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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인터뷰

음악 2010. 12. 14. 21:40
요며칠 잠자리에서 듣고 있는 수면음악 역할을 하고 있는 음반이라고 할까?
ME:MO라는 중국 일렉트로닉 뮤지션의 'Acoustic View' 앨범을 듣고 있다. 격한 구석 없이 마냥
차분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 음악인데 앨범 자켓이 음악과 잘 어울린다. 평소 음악듣는 취향을
따져보면 일렉트로닉 음악이라고 해봐야 왕년의 크라우트록 시절의 관련 뮤지션을 제외하면
나와는 그다지 친근하지 않은 장르인데 오랜만에 듣는 (근래의) 일렉트로닉 계열 음악이다. 뭐하는
양반인지 궁금해서 뒤져보니 중국어의 압박이! 일본 블로그에 인터뷰라고 올려진 글이 있어서 옮겨본다.
--------------------------------------------------------------------------------------------------------------

ME:MO(미모)
http://www.myspace.com/memozhairuixin
http://h1753510.stratoserver.net/w/ME:MO

북경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일렉트로닉 뮤지션. 80년생. 2001년부터 창작활동을 시작하였다. 2003년 자주레이블 'Fruity Shop'을 통해 'me:mo'를 릴리즈. 국내외 컴필레이션 앨범에 참가하는 한편, 2006년 모던스카이 레이블을 통해 솔로 앨범 '정경 静景 /Static Scenery'을 릴리즈. 곧이어 샨슈이 레코드(山水)를 통해 '원경 原景/Acoustic View'을 릴리즈했다.

2006년 모던스카이 레이블을 통해  일렉트로니카, 앰비언트, 클릭 등의 수법을 축으로 완성한 솔로 앨범 '정경'을 릴리즈하며 메이저 데뷔.  감성적이고 세련된 악곡이 주목을 받은 ME:MO는 곧이어 새 앨범 '원경'을 발표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새 앨범 '원경'의 곡은 언제부터 만들기 시작하신 겁니까?
이전 앨범 '정경'이 완성되고 난 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수록곡 '耐夜'는 2005년, 비교적 이전 작품으로 다른 것은 06년도와 07년도에 걸쳐서 만들었습니다.

-이전 앨범 '정경'과 이번 앨범 '원경' 모두 풍경을 테마로 하고 있습니다만 '원경'이라는 앨범명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습니까?
새 앨범명은 실제 중국어와 영어 제목을 맞춰보며 지어낸 것입니다. 영어로는 'Acoustic View'이고 그걸 중국어로 옮기면 '원경'이 되는, 감각적으로 딱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원경'의 컨셉트는 무엇입니까?
이 앨범을 듣는 분들이 편한 기분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이 앨범을 만들 때가 바로 휴식을 취하던 시기였고 그 시기에 저는 항상 북경의 북해공원이나 경산공원에 햇볕을 쬐러 갔습니다. 북경의 겨울은 무척이나 춥기는 하지만 태양이 쬘 때는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습니다. 앨범에 있는 많은 작품의 구상은 당시의 그러한 여유로운 상태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원경'이라 함은 어떤 풍경인가요?
저에게 '원경'은 제 기억 속에 있는 북경의 풍경입니다. 지금 존재하는 북경의 모습이 아닙니다. 제 어릴 적 풍경이 그립습니다. 당시의 북경은 현대도시와 같은 풍경은 아니었지만 생활의 활력이 가득차 있었습니다. 그러한 생활의 활력은 당시 북경이 지닌 독특한 것으로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북경은 저에게 차갑게 느껴집니다. 이번 앨범 '원경'에서 제 유년시절과 북경 생활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나 있습니다.

-이 앨범에는 기타 생음이 담겨 있는데 기타 음을 넣은 건 왜인가요?
이 앨범에는 기타와 아코디언, 그리고 보컬이 약간 들어 있습니다. 저에겐 보다 풍부한 음악성이라는 것은 제가 추구하는 방향의 하나로서, 일렉트로닉 음악은 제가 표현하려는 음악성에서 한 종류의 수단에 지나지 않습니다. 기타라는 악기는 제가 줄곧 좋아하던 악기이기도 했고 '어쿠스틱'이라는 건 확실히 실제악기를 지칭하는 것이기도 하니깐. 저는 그것을 통해서 일종의 음악의 원풍경을 가져오고 싶었습니다. 아마도 지금부터 저의 음악은 전혀 일렉트로닉 음악적인 음색을 없애고 가장 전통적인 음악표현의 형식으로 돌아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생활하고 있는 북경은 보시기에 어떤 도시입니까? 북경을 표현한다면 어떤 풍경인가요?
북경은 본래 세게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무서운 도시가 되어 버렸습니다. 터무니 없을 정도로 크고, 시끄럽고, 불안하고, 수많은 인위적인 원인으로 인해서 예전의 아름다움을 다시는 완전히 되찾기가 이미 어려워져버렸습니다. 이제부터의 북경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그것은 제 마음 속에 있는 북경과는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북경은 변화가 극심하고 저는 새로운 북경에 적응해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때때로 괴롭습니다.

-음악을 창작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생활

-2001년부터 창작활동을 시작하게 된 경위를 알려주십시오.
정식으로 창작활동을 시작한 것은 2003년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수많은 일렉트로닉 뮤지션이 그렇듯이 우리들은 모색과 실현 속에서 성장해갑니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가 제 창작의 초기단계였고 2006년부터 저의 방향성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저만의 방법으로 음악을 창작하고 싶고 '원경'이야말로 저만의 창작방법을 완성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부족한 부분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저의 방향성을 대표하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앨범은 저의 스타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음악은 서정적이고 서사적이기도 합니다만 뮤지션으로서 영향을 주는 것이나 인물이 있습니까?
수많은 것들이 제 창작에 영향을 줍니다. 하지만 가장 큰 것은 역시 저의 생활패턴입니다.

-당신의 음악은 무척 고요합니다만 평소 생활이 그러한 건가요? 생활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요?
생활 속의 저는 무척 평범합니다. 보통의 사람과 마찬가지로 일을 하며 생활을 하고 있고 조용한 생활을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조용하게 내버려두지 않는 일이 무척 많습니다. 어쩔 수 없게 만듭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도 자신의 마음을 연마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도 생활의 일부분일겁니다.

-당신의 음악과 일렉트로닉 음악씬과의 관련성에 대해 알려주십시오.
저는 이미 씬의 영향을 받지 않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렉트로닉 음악씬은 상당히 변화가 빠릅니다. 다음의 음악씬이 어떻게 될까 누가 알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역시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기만의 음악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2007년 당신이 즐겨들은 10장의 앨범을 알려주십시오
10장을 고르는 것이 어렵군요. 하지만 GUTEVOLK의 'TINY PEOPLE SINGING OVER THE RAINBOW'는 제가 무척 즐겨듣던 앨법입니다.  그리고 TRANS AM의 'SEX CHANGE'와 SEA AND CAKE의 'Everybody'도. 그리고 나머지는 07년 릴리즈된 앨범은 아니지만 예를 들어 MOHA!의 'RAUS AUS STAVANGER' (2006)와 ADRIANO LANZI & OMAR SODANO의 'LA VITA PERFETTA' (2004) 같은... 그리고 저와 여러 친구들이 SORA의 새 앨범을 무척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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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미즈 히로시: 아리가토 상 有りがたうさん (1936)
http://www.imdb.com/title/tt0027307/
http://www.criterion.com/films/1087-mr-thank-you
*아래 글은 오구리 고헤이 감독 홈페이지에 올려진 오구리 고헤이 감독의 에세이를 옮긴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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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회 무라 영화상영회

올해 역시 군마현 오라마치에서 위의 영화상영회가 있습니다. 나는 프로그램 선정 등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번 상영회에서는 시미즈 히로시 감독의 '아리가토 상'을 선정했습니다. 아래의 원고는 지난 달 도쿄상공회의소의 공보지 '트윈 아치'에 썼던 글입니다. 옮겨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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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미즈 히로시 감독의 '아리가토 상'이라는 영화가 있다. 이게 더할 나위 없이 빼어나다.
시미즈 히로시 감독은 1903년에 태어나 오즈 야스지로 감독과 동갑이다. 쇼치쿠 카마타 스튜디오에서도 함께였고 두 사람은 친밀한 사이였다고 한다. 탄생백년을 맞아 국내외에서 몇 번의 특집상영과 심포지움이 있었다. 오즈 감독은 지금도 유럽에서 신처럼 추앙을 받고 있어서 당연한 듯 하지만, 시미즈 감독은 근래의 프로그램이 재평가의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쇼치쿠에서 DVD 박스셋을 발매했고 나 역시 그것으로 '아리가토 상'을 보게 되었다.
 
1936년 작품으로 일본영화가 본격적으로 토키 시대를 맞이할 시기였다. 시미즈 감독은 이때 이미 백편 이상의 영화를 연출한, 한마디로 잘 팔리는 상업감독이었다. 아이들을 무척 빼어나게 담아내는 사람으로 영화 '바람 속의 아이'는 무척 유명하다.

'아리가토 상'의 타이틀에는 '원작 가와바타 야스나리'라고 쓰여져 있지만 나는 배움이 짧아서 원작을 알지 못한다. 초기에 이즈를 무대로 한 소설집에 포함되어 있을지 모르겠다. 승하차 버스가 고개를 넘나든다. 시모타에서 미시마 부근까지의 여정인 듯 한데 이즈의 아마기 길은 당시 완연한 산속길이었다. 인부, 봇짐장수, 나무를 등에 지고 옮기는 사람, 짐마차, 짐수레 등등 걸어서 왕래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버스를 타려면 돈이 들었다. 일본은 불황의 한복판에 있었다.

승하차 버스를 운전하는 이가 젊은 시절의 우에하라 켄이다.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버스가 다가설 때마다 모두가 한결같이 금방 옆으로 비켜주고 버스길이 터진다. 그럴 때마다 운전수는 손을 들고 '아리가토(고맙습니다)... 아리가토...'라고 외친다. 그래서 '아리가토 상'이라고 불린다. '아리가토'라는 말의 울림이 뮤지컬 영화를 보는 것 마냥 왠지 모를 푸근함이 전해져서 나는 기적 같은 영화로 느껴질 정도였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인생을 안고서 버스에 오른다. 구와노 미치코가 연기하는 떠돌이 작부. 인생의 쓴맛 단맛을 다 보고 꺼리낌없이 말하는, 이른바 감초 역할. 도쿄에 하녀로 팔려가는 소녀가 타고 있다. 딸을 보내지 않으면 생활이 어려운 어머니는 딸을 적어도 역까지라도 배웅하려고 함께 버스에 오른다.

아리가토 상은 중고 시보레를 구입해서 영업하려는 계획이 있다. 하지만 고개를 넘어서 마을을 나간 소녀들은 되돌아온 적이 없다. 작부가 아리가토 상에게 시보레를 포기하면 소녀 한 명을 도울 수 있다고 부추기며 떠본다.

창 밖에는 출렁거리는 바다의 흰 물결, 길가로 늘어선 집들, 햇빛을 받아 빛나는 밭. 여행을 통해 극이 보여주는 건 로드무비라고 불리는 장르다. 물론 당시 일본영화에는 그런 호칭은 없다. 세계적으로도 60년대, 70년대가 되어서 나오게 된 호칭이다. 그 배경에는 두 개의 이유가 있다.

하나는 촬영기자재의 문제. 옛날에는 무거워서 다루기가 부자유스러웠다. 무대에 모두 설치하고 찍는게 기본이었다. 하지만 '아리가토 상'은 전편 로케로 찍은 영화다. 버스 안 장면도 모두 실재 버스에서 찍은 것이다. 시미즈 감독은 예전부터 롱쇼트를 즐겨 썼다. 풍경 속의 사람을 찍는 것이 탁월해서 다른 작품에서도 다르지 않다. 평론가 사토 타다오 씨가 DVD 부클릿에 오즈 감독의 시미즈 감독에 대한 평을 인용하고 있다. '시미즈 감독은 세트촬영에서도 로케처럼 찍는다'라고 쓰여져 있다.

'오즈 감독은 나와는 반대다' 라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보통 이 정도까지 넓은 화면으로 잡으면 풍경도 인물도 함께 잡아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사이즈 이상으로 시미즈 감독은 사이즈가 롱쇼트가 된다. 이것은 기법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그 사람에게 자리잡은 자연관, 말하자면 풍경을 사고하는 방식에서 오는 선천적인 부분이다. 그래서 로드무비라고 해도 빔 벤더스나 짐 자무시의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

이것은 두번째 이유와도 관계된 부분이기도 한데 여행을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그릴 수 없다 라는 사고가 구미의 일부 영화감독에게 있었다. 구미사회의, 말하자면 구미문화의, 숨이 막힐 듯한 폐쇄감으로부터 이탈이며, 도피이며, 또한 재생이다. 벤더스의 빼어난 시정도 결국은 폐쇄공간의 여행이 아닐까 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리가토 상'에는 그러한 기운은 털끝만치도 없다. 오히려 지역사회에 보다 훌륭히 담겨지기 위해 풍경을, 풍경 속의 사람들을 영화라는 프레임 속에서 응시한다.

친절하고, 미남자이며, 인기가 좋은 아리가토 상은 여정의 도중에 여러가지 부탁을 받는다. 버스는 그때마다 정차를 한다. 걸어서 고개를 넘어온 예능인은 오늘 머물 곳이 바꼈다는 것을 뒤따라 오는 아이들에게 전해달라고 한다. 뽕을 따는 아가씨들은 도시에서 유행하는 레코드를 사와달라고 부탁한다.

흰색 치마 저고리를 입은 조선인 남녀를 아리가토 상의 버스가 지나쳐 간다. 버스는 터널 바로 앞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여자들은 다가와 이야기를 걸지만 그 전의 휴식 모습의 묘사가 무척이나 좋다. 산, 흘러가는 구름, 승객들은 버스 밖으로 나와서 기지개를 켜고 절벽을 향해 돌을 던진다. 이유같은 건 없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한다. 하녀로 가게 되는 소녀를 향한 아리가토 상의 마음도 흔들린다.

한 무리의 조선인은 도로공사를 위해 일하러 온 사람들이다. 그 일이 끝나면 다음엔 신슈의 터널을 파러 간다고 한다. 길이 뚫려서 버스가 다닐 수 있게 되어도 자신들은 버스를 탈 수가 없다. 여자는 일본 기모노를 입고서 한 번 아리가토 상의 버스를 타고 싶었다고 한다. 이 대사는 감독이 한껏 타협한 것으로 보이는데 쇼와 10년대의 일본영화로서는 이마저도 어려웠을 것이다. 징용과 강제연행으로 수많은 조선인이 중노동에 종사할 수 밖에 없던 시대였다.


'저 곳에 길이 생기면 한 번 일본의 기모노를 입고서 아리가토 상의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우리들이 만들어 놓은 길을 한 번도 걸어보지도 못하고 다시 길이 없는 산으로 가서 길을 만들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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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가토 상'에는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이동하게 되면서 무언가가 해결된다거나  무언가가 바껴간다는 인상은 없다. 오히려 조선인 노동자들 무리를 비롯해서 여러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즈 지방, 생활터전의 전체상이 사람이 이동하고 버스가 이동함으로써 새롭게 떠오르는 듯 하다. 이동해서 어딘가로 가는, 그런 홀가분한 로드무비가 아니라는 것은 명확하다.

인생의 여운과 애정을 오가는 삶의 리듬과 스피드 같은 것이 있다. 그것보다도 조금 더 빠른 스피드로 버스가 달리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조금 더 빠를 뿐이어서 그 버스가 사람들을 지나칠 적마다 '아리가토 상'이라고 말을 걸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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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파크에서 중고책 세일이벤트를 한다는 소리에 둘러보다가 '레베카'를 발견했다.
진작에 보고 싶었지만 돈이 궁해서 못 사봤던 레베카가 세일목록에 있다니! 1300원
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감격했다. 사고 싶었던 '외과실', '새' 등도 함께 구입을 했다.
물건을 받고 보니 슬그머니 욕심이 생겨서는 책을 조금 더 살까 하는 충동이 일어
난다. 아무튼 연말은 차분히 소설 좀 보게 될 듯. 매년 연말을 너무 차분하게 보내는게
식상할 지경이긴 한데...

생각의 나무 기담문학 총서를 이전에 구입하려다 망설였던 이유가 바로 표지 디자인이
유치해 보여서 였는데 웹상에서 보던 느낌과 다르게 실제로 보니 꽤 괜찮은 느낌을 준다.
히치콕 영감의 '레베카'를 본게 언제인지 까마득 한데 소설을 마치면 다시 즐거운 감상이
필요할 듯 싶다. 영화 '레베카'의 조안 폰테인을 보고 답답한 미인이라는 생각을 했던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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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DVD가 메인, 책은 꼽사리 신세인데 이번엔 책만 샀다. ㅎㅎ
에펠은 일전에 본 '에펠'에 관한 EBS 드라마가 생각이 나서 산거라 읽을 거리가 있을 듯
한데 '천년의 여행자'와 '브루클린 느와르'는 순전히 제목빨로 샀다. 그래서 왠지 읽기 전인데
불안하다. 방금 이즈미 교카의 '외과실' 책을 살펴보다 여태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즈미
교카가 남자였던 것이다. -.-; 지금껏 '여자 몸으로 당시에 글을 쓰다니 참 대단한 인물이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놀랍다. 순전히 이름 때문에 오판한 경우다. 비슷한 이름의 스즈키 교카라는
여배우가 있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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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써클 DVD

영화노트 2010. 11. 26. 00:11
11월 DVD 할인제품을 살펴보다 눈에 들어온 박기형 감독의 '폭력써클' DVD.
영화 자체만으로는 취향과는 동떨어진 영화여서 싼 가격이라도 구입욕구가
크지 않을 영화인데 구입이유는 오로지 장희진 양의 존재. 후후...
장희진 양 출연한 작품은 예전 아리랑 TV에서 방영해줬던 어떤 드라마를 본 게
유일하다. 외모가 일본배우 하즈키 리오나를 무척 닮았다고 느껴서 놀란 기억이
있다. TV를 열심히 보는 편이면 출연작을 좀 챙겨볼텐데 아쉬움이 크다.

하즈키 리오나. 지금은 나이가 꽤 되었지만 한창 때는 꽤 미모? ㅎㅎ
'검은 천사'의 호텔방 씬에서 담배를 문 하즈키 리오나. 조력자 남자와
신나게 춤을 벌이는 장면인데 유쾌함이 느껴져서 좋아하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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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진 양 싸인이 들어있을까 싶어서 두근두근 개봉. 그런데 이태성의 싸인.
실망도 잠시 '사랑니'에서 나름 괜찮았던 걸 떠올리며 위안을 삼았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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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여유있게 볼 짬은 안되고 '희진의 셀프 카메라'라는 셔플을 잠시 돌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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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 날아갈 듯한 남자지만 吹けば飛ぶよな男だが
http://www.youtube.com/watch?v=-zQv9zkBZoI

星のように光る汗流しながら
별처럼 빛나는 땀을 씻어내며
ぼうだ滝流るる如く 泣きながらうた
쉴새 없이 쏟아지는 폭포수처럼 울며 노래하자

底辺の者よ 労働者諸君よ
밑바닥의 그대여 노동자들이여
忘れまじや若き日に 抱きし大志をば
젊은 날 품은 야망을 차마 잊을 수 있으랴

親の為にでなく 彼 彼女でなく

<a href="http://www.3131.info/%E6%88%B8%E5%B7%9D%E7%B4%94/%E5%90%B9%E3%81%91%E3%81%B0%E9%A3%9B%E3%81%B6%E3%82%88%E3%81%AA%E7%94%B7%E3%81%A0%E3%81%8C/">吹けば飛ぶよな男だが 歌詞<a> - <a href="http://www.3131.info">J-POP 歌詞<a>


부모를 위해서가 아닌 그를, 그녀를 위해서가 아닌
ひとりおのれ自身の為だけにただうたおう
단지 자신을 위해 노래하자

さあ底辺の者よ 労働者諸君よ
자... 밑바닥의 그대여 노동자들이여
忘れまじや青き日の 輝ける夢をば
푸르른 날 빛나던 꿈을 차마 잊을 수 있으랴

さあ底辺の者よ 労働者諸君よ
자... 밑바닥의 그대여 노동자들이여
忘れまじや若き日に 抱きし大志をば
젊은 날 품은 야망을 잊을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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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cinematoday.jp/page/N0028029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이 학교를 세웠다고 해서 관심이 가던 학교인데 대학인가가 난 모양이다.
국내감독으로는 '나의 결혼원정기'를 만들었던 황병국 감독이 이 학교 출신이기도 하다. 학교
홈페이지에 출신감독이라고 황병국 감독의 사진이 떡하니 있다. ㅎㅎ

 [시네마투데이] 2011년 4월에 일본 최초의 영화대학이 되는 '일본영화대학'이 시작한다. 대학의 모체가 되는 일본영화학교는 고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이 개강, 대학화는 이마무라 감독의 오랜 꿈이었다.

일본영화대학의 모체가 되는 일본영화학교는 이마무라 감독이 1975년에 요코하마 방송영화 전문학원으로 개교했다. 1986년에 요코하마시에서 카와사키시로 이전 후 학교명도 일본영화학교로 개칭, 30여년 동안 일본영화계를 지탱하는 재능을 배출해왔다. 졸업생에는 미이케 다카시 감독, 모토히로 카츠유키 감독, 이상일 감독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학화는 이마무라 감독의 숙원으로 직접 작성한 '일본영화대학 취지서'에서 '영화를 배우는 것은 보다 깊이 인간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이라고 쓰고 있다. 일본최초의 영화대학의 탄생이 일본영화계의 모든 면에서 수준을 끌어올리는데 일조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과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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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sanspo.com/geino/news/101028/gnj1010281350030-n1.htm

영화계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1910 - 1998)이 초기에 참여한 영화와 라디오드라마의 각본 3편이 28일 현재까지 발견되었다. 구로사와 작품을 살펴보는데 귀중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발견된 작품은 영화 '칸오케마루의 사람들,'내일을 만드는 사람들'과 라디오드라마 '활기찬 공장'의 초기 원고와 본 원고. 하마노 야스키 도쿄대 교수(미디어론)가 '대계 구로사와 아키라'(고단샤) 편찬하는 과정에서 확인하였다.

효고현 이치카와 하시모토 시노부 기념관에서 발견된 '칸오케마루의 사람들'은 구로사와 감독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각본가 하시모토가 집필. 미후네 도시로 주연으로 51년 공개예정이었지만 도중 제작이 중단되었다. 낡은 운송선의 선원들이 악천후를 이겨나가는 스토리로 감독의 액션영화의 계보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활기찬 공장'은 구로사와 감독이 조감독 시절 썼던 작품으로 42년 8월 NHK 라디오드라마로 방송된 후 와세다 대학 연극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었다.

'내일을 만드는 사람들'은 46년 도호 노동조합이 기획. 다른 감독과의 공동작품으로 명시되어 있지만 구로사와 감독은 생전 자신의 작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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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구치 모모에의 '밤으로'는 야마구치 모모에의 가수 활동의 막바지 시기인
79년에 발표한 'Face in a vision' 앨범 수록곡이다. 소마이 신지 감독의 '러브 호텔
(1985)'에서 주인공 무라키가 자신의 택시에 여주인공 나미를 태우고 가는 장면에서
흐르는 곡이다. 기분 좋은 나른한 분위기가 일품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작사작곡을 담당한 '우자키 류도(좌)'와 '아키 요코(우)'


작곡 우자키 류도, 작사 아키 요코

수라, 수라, 아수라, 수라
모정, 질투, 화신
용서해요... 날 보내줘요...
새틴, 새틴, 염주, 새틴
속옷, 주홍색, 사악함
용서해요... 날 보내줘요...
신비롭고 달콤한 밤으로...
다정하고 포근한 밤으로...
밤으로...

처녀, 처녀, 소녀, 처녀
미약, 미소, 암캐
용서해요... 날 보내줘요...
낙화, 낙화, 쾌락, 낙화
봄바람, 애증, 무정
용서해요... 날 보내줘요...
천천히 살포시 밤으로...
슬며시 남몰래 밤으로...
밤으로...

수라, 수라, 아수라, 수라
밤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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