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따리 (1991)

영화노트 2009. 7. 4. 11:48

오바야시 노부히코: 후따리/두 자매  ふたり (1991)
http://www.imdb.com/title/tt0101930/
http://search.pifan.com/Detail.asp?f_num=2&cat1=15&cat2=0&uid=617 [부천영화제]
원작: 아카가와 지로
음악: 히사이시 죠
출연: 이시다 히카리(키타오 미카 역), 나카지마 토모코(키타오 치즈코 역)

채널을 돌리다가 NHK에 잠시 멈추어 보니 소설가 시가 나오야에 대한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접해보지 못한 작가여서 한동안 보는데 시가 나오야가 머물렀다는 '오노미치'의 풍광이 모습을 보인다. 옛스러운 건물과 가파른 오르막길 그리고 항구. 어렸을적 부산을 떠올리게 하는 친근한 느낌이 푸근하다. 땅을 밟아보지도 못한 곳에 대한 아련함이라니! 왠지 우습기도 하다.

'오노미치'라는 도시가 익숙한 이름이 된 건 이 곳을 배경으로 영화를 만들었던 오바야시 노부히코 감독의 덕이다. '오노미치 3부작'이라 불리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전학생','사비신보' 등 오노미치의 구석구석을 멋지게 로케이션 장소로 활용한 감독의 안목이 빛을 발하고 있다. 영화의 흥행으로 관광객이 급증, 시 기관에서 상도 받았다니 실질적인 공헌도 적지 않은 듯 하다. 오바야시 노부히코 감독의 영화 중 '후따리'는 오노미치를 배경으로 한 또 한 편의 영화이다. 배경의 아름다움도 아름다움이지만 '후따리'는 이전 '오노미치 3부작'처럼 판타지와 결합한 슬픈 이야기를 들려준다. 공부도 잘하고 뭐든 척척 해내서 어머니조차도 의지를 하는, 든든한 언니 치즈코가 사고로 죽게 되자 소심한 여동생 미카는 홀로 남게 된다. 소심함이 지나쳐 위태위태한 동생 앞에 죽은 언니의 유령이 나타나서 위기상황이 되면 동생을 도와준다. 이전 3부작에서 나타났듯이 함께 할 수 없는 사람과의 재회와 이별 그리고 주인공의 성숙해져가는 과정은 오바야시 노부히코 감독의 영화에서는 익숙한 이야기 공식이다. 감독의 감상적인 취향은 꾸준한 변주를 지금까지도 시도하게끔 하는 듯 하다. 무엇보다 '후따리'가 빛을 발하는 것은 코믹하거나 잔혹한 순간을 절묘하게 배치하여 슬픔에 쳐져서 진부해질 순간을 모면하는 (대부분 성공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는 것이다. 죽은 치즈코가 절명의 위기에 빠진 동생 앞에 모습을 보이는 장면의 코믹하면서도 급박함, 피아노 연주를 앞두고 안절부절하는 동생 앞에 나타나서 약을 올리며 은근슬쩍 힘을 북돋아주거나, 달리기 시합에서 지친 동생과 함께 달리며 완주케하는 우스꽝스런 모습 등 감정을 저울질하는 다채로운 묘사의 세밀함이 돋보인다. 여동생 미카의 좌충우돌하는 코믹한 상황이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이젠 함께 할 수 없는 언니를 그리워하는 동생의 간절함은 엔딩에 이르기까지 가슴을 뜨겁게 하는 부분이다. 동생을 찾아온 언니의 유령은 언제 떠나게 될까? 누구든 언니와 동생의 가슴 아픈 이별을 예상할 것이고 성숙해진 동생의 모습을 보고서 떠나게 되리란 것을 짐작할 것이다. 언제나 똑부러진 언니 치즈코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아픔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동생 미카가 스스로 이겨나가려는 다부진 마음을 먹게 되면서 언니는 이별의 순간이 다가왔음을 직감하게 된다. 동생은 죽은 언니의 나이가 되고 언니가 다니던 학교의 교복을 입는다. 더이상 실패에 울지 않는 동생을 뒤로 하고 언니는 떠난다. 재회와 이별의 모습이 더할 나위없이 아름답게 그려진 영화이다.

'후따리(두 사람)'라는 영화제목에 걸맞게 소심한 미카와 의지가 되는 언니 치즈코의 뚜렷하게 대비되는 배역
설정이 탁월하다. 동생 미카 역의 이시다 히카리는 한 눈에 보아도 동글동글한 귀여운 인상에 졸린 듯한 목소리
설정이 역할에 잘 맞고 있다. 언니와 대화 장면에서 무신경하게 읇조리는 듯한 말투가 주는 감정의 여운이 크다.
언니 치즈코 역의 나카지마 토모토는 딱 부러진 언니라고 하면 떠올립 법한 이미지를 그대로 재현해준다. 그렇다
보니 무엇이든 거침없이 헤쳐나갈 것 같은 언니 치즈코가 고통을 살짝 토로하는 과거회상 장면은 짧은 순간이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다.

예고편



나카지마 토모코: 풀의 기억
오바야시 노부히코 감독이 작사, 히사이시 죠가 작곡한 메인테마 '풀의 기억 草の想い'.
엔딩테마로 쓰인 '풀의 기억'은 오바야시 노부히코와 히사이시 죠가 함께 부른 듀엣버전이다.
나카지마 토모코가 부른 버전은 치즈코의 테마라고 할 수 있는 곡인데 영화상에서는 만날 수
있지만 정작 OST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다.



草の想い(Two Of Us)

Posted by javaop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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