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두 체험

일반 2015. 3. 30. 22:47

지난 열흘간 색다르고 신비로운(?) 체험을 했다. 수두 환자 체험.
나는 수두에 걸린 것이다. 일전에 대상포진에 걸린 친척 두 사람과
접촉이 있었는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게 화근이었는지 수두를
옮게 되었다. 대상포진 환자에게서 수두를 옮을 수 있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되었다.

이것은 나의 병상 일지다. ㅎㅎ;;
3월 19일 목요일 아침. 눈을 뜨니 머리가 깨어질 듯이 아팠다. 여태까지의
머리 전체적으로 꾹꾹 쑤시는 두통과 다르게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머리를
칼로 베는 듯 했다. 유난스런 두통이구나 싶었다. 아스피린 한 알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3월 20일 금요일 아침. 눈을 뜨니 여전히 머리가 아팠다. 이번엔 몸살 기운마저
느껴졌다. 멀쩡해졌으리란 기대로 아침에 눈을 떴는데 차도가 없다면 얼마나
실망스럽겠는가. 몸살 감기가 심하게 온 것이구나 생각하면서 아스피린 한 알을
먹고 이 날 잠자리에 들었다.

3월 21일 토요일 아침. 눈을 뜨니 여전히 머리가 아프고 얼굴에 투명한 물집이
드문드문 보인다. 배에도 물집이 생겼다. 아... 이건 감기가 아니구나.
당장 병원에 가야 겠구나. 하지만 오늘은 토요일... 나는 시골에 살고 있다...
번잡스런 생각이 머리를 가득 메웠다. 시골 생활 환타지를 자극하면서 맛있게
요리를 해먹던 리틀 포레스트의 여주인공 생각마저 나면서 화가 난다. ㅎㅎ;;
병원을 찾아가니 역시나 진료를 안 하고 인근 의원을 하나하나 수소문을 해도
진료를 하는 곳이 없다. 한 곳을 찾아 처방을 받았다. 조제약 설명글을 보니 항히스타민제
(알레르기 질환, 감기, 가려움 증상완화, 구토 억제제, 진정작용), 해열제, 제산제 라고
쓰여져 있다. 아하... 이 약 먹고서 물집이 빨리 치료가 되리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물집은 자연치유되기를 기다려야 하는 듯 하다.

3월 22일 일요일. 새벽에 잠을 못 잘 정도로 열이 났다. 쉼 없는 얼음 찜질. 아침에 눈을 뜨고서
거울을 보니 얼굴 가득히 물집이 생겼다. 배 뿐 아니라 다리에도 물집이 자리를 잡았다.
제일 귀찮은 녀석은 뒷머리에 난 물집이었다. 도무지 머리를 대고서 잠을 잘 수가 없는 것이다.
시원하게 삭발을 했다. 물집이 생긴 와중에 머리카락을 밀려고 하니깐 이것도 어찌나 아프던지.
목에서도 살짝 통증이 느껴진다.

3월 23일 월요일. 계속 되는 열에도 잠을 자려고 애쓰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다가 내 머리가 익어버릴
수도 있겠구나. 머리에 열이 있으니 생각이 어지럽다. 그나마 두통은 잡혀서 감사했다. 그런데 목이 부어서
밥을 먹을 수 없게 되었다. 힘겹게 세 숟갈 정도의 한 끼 식사를 했다.

3월 24일 화요일. 열은 여전하고 목은 아프다. 물집은 서서히 검게 변해가는 게 느껴진다.

3월 25일 수요일. 열은 이젠 별로 없고 목도 통증이 많이 가셨다. 물집도 서서히 딱지로 앉는 듯 하다.

3월 26일 - 현재. 딱지는 남아있고 살짝 가려움이 있지만 일상생활은 가능. ㅎㅎ 세수도 못 하고 면도도 못 하고
이건 정말 고문이다.

Posted by javaop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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