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연주자 야마시타 카즈히토가 1994년에 녹음한 작곡가 요시마츠 다카시 작품집 CD에 수록된
작곡가 본인의 해설글을 옮긴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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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시타 카즈히토 씨에 대한 노트 -요시마츠 다카시

야마시타 카즈히토 씨와의 만남은 1980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이미 세 개의
국제콩쿠르를 제패한 19세의 질주하는 천재소년. 나는 아직도 데뷔작조차 발표하지 못한
27세의 늦깍이 작곡가. 그것이 신기한 경위로, 하라다 이사오라는 프로듀서의 소개로 만나게
되어 도쿄에 있을 야마시타 씨의 미니 콘서트를 위해 곡을 쓰게 되었다. 그것이 '리트머스 디스
턴스'라는 곡이다. 하지만 그의 연주를 가까이에서 듣고 생각한 것은 '그의 기타는 이미 기타가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그의 기타는 그랜드 피아노이고, 보통의 기타 음악이 개인적인 로맨스를
속삭이는 악기라면 그의 기타는 거대한 인간의 존재를 음악으로 구축할 수 있는 장대한 악기.
이것은 이미 도마뱀과 공룡의 격차와 같다.
그로부터 '진정으로 야마시타 카즈히토 씨의 기타에 걸맞는 규모와 속도 그리고 환타지를 지닌
기타 협주곡'을 쓰리라는 꿈을 향한 칠전팔기가 시작되었다.  곡을 완성하기까지 몇번이고 그의
조언을 받았지만 '이것은 연주할 수 없어요. 보세요' 라고 말하며 기타를 치게 되면 그 테크닉에
아연해질 뿐이었다. 그리고 거의 4년이 흘러 '천마효과(페가수스 이펙트)'라는 이름의 기타 협주곡
을 완성. 1985년 3월에 초연했다. 그는 초연을 암보(暗譜)로 연주를 마쳤고 내 꿈에 훌륭하게 응답해
주었다. 이것은 이미 작곡가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다.
그 후에도 도쿄에 갈 적 마다 술을 마시거나 하는 만남이 이어졌고 예리한 칼과 같은 그의 테크닉도
(나이에 걸맞는) 원숙미가 더해져갈 무렵 '이제 또 기타 곡을 쓰고 싶지 않으신가요?'라는 권유를
받게 되어서 새로운 작품을 쓰기로 약속을 하게 되었다. 콘체르토 초연으로부터 7년이 된 해의 겨울
이었다. 그 때 쓴 'Wind color Vector'라는 곡을 단서로 시작한 연작이 이 CD에 수록된 '3부작'인 것
이다. 생각해보면 최초의 '리트머스' 때는 야마시타 씨가 10대였고 나는 20대, '천마효과' 때는 야마
시타 씨가 20대였고 나는 30대, 그리고 이번의 '3부작' 때는 야마시타 씨가 30대였고 나는 40대.
작곡가와 묘하게도 이렇게 길게 함께 해 온 것이 연주가인 그에게는 행운인지 불운인지 모르겠지만
초일류 연주가와 동시대를 살아가며 작품을 제공할 수 있었던 나에게는 행운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긴 시간을 함께한 신기하고도, 그리고 지금부터도 소중히 하고 싶은 멋진 만남이다.


수록작품에 대해서
기타 소나타 '하늘빛 텐서' Sky Color Tensor (1992)
[기타의 동적인 추진력과 다면성을 하늘빛을 한 텐서(장력)에 흉내낸 5개의 악장 소나타.]
1. 낮 [한낮의 푸른 하늘을 질주하는 구름의 프레스토]
2. 황혼 [붉은 빛 황혼의 비가]
3. 밤 [메마른 밤을 위한 스케르초]
4. 한밤중 [한밤중을 지나쳐 가는 무도]
5. 새벽 [새벽의 태양을 위한 드론]
이 곡은 '어쨌든 장대하고 거대한 구조를 지닌 교향곡 같은 기타 곡'이라는 발상으로
쓰여진 곡이다. 처음은 전체 7악장 40여분의 구상이었지만 아무래도 너무 장대하다는
생각이 들어 단념했다. 최종적으로 절반 정도의 길이가 되었다.
소나타인 동시에 하늘에 대한 라가(Raga)이기도 한, 이른바 묘사음악은 아니지만 질주하는
한낮의 프레스토로 시작해서 황혼과 밤을 지나, 최후엔 태양이 지평선에 떠오르는 장대한
드론까지를 기타 하나로 그려낸다. 초연은 1992년 10월 도쿄문화회관 소강당에서 야마시타
씨의 리사이틀.

바람빛 벡터 Wind color Vector (1991)
[기타의 정적이고 투명한 울림을 바람빛을 한 벡터(방향량)에 흉내낸 세 개의 부분으로 이뤄진 전주곡.]
1. 바람이 불어가는 곳으로 [바람의 조짐과 먼 꿈의 기억에 대하여]
2. 바람이 그친 후 [정지한 바람의 노래에 대하여]
3.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바람이 가져다 준 이국의 무도에 대하여]
3부작 중 가장 처음 썼던 이 곡은 '리사이틀 용의 가벼운 10분 정도의 곡'이라는 의뢰를 받고
쓴 곡이다. 처음엔 아주 짧은 미니 사이즈의 소품이었지만 후반의 얼마간 동적인 부분을 첨가
해서 현재의 형태가 되었다.
바람에 스치며 소리를 내는 '현'과 바람이 멈춘 후의 고요함, 그리고 바람에 실려서 들려오는
이국음악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무척 편안한 기타 용의 규모와 악상을 지닌 곡을 만들 생각
이었지만 야마시타 씨에 따르면 '그렇게 편안한 곡은 아니네요'라고 했다. 반성한다.
초연은 1992년 1월 도쿄 카잘스 홀에서 야마시타 씨의 리사이틀.

물빛 스칼라 Water color Scalor (1993)
[기타의 샘물과 같은 리듬을 물빛의 스칼라(실수량)에 흉내낸 의사(疑似) 고전풍 다섯개의 작은 무곡집.]
1. 전주곡 [경쾌하게 질주하는 작은 전주곡]
2. 간주곡 A [정지한 듯한 짧은 안단테]
3. 댄스 [의사고전 풍의 2중구조의 무곡]
4. 간주곡 B [멀리 북소리가 들려오는 간주곡]
5. 론도 [질주하는 작은 피날레]
3부작 중 가장 마지막으로 쓴 이 곡은 '플레이아데스무곡집'이라는 피아노 연작의 자매
작으로 불러도 될 작품으로 르네상스음악의 류트에 의한 의사고전풍의 무곡으로 현대적
으로 번안한 작품이다. 8분음표와 16분음표만이 악보에 그려져 있어서 얼핏 보기엔
평온한 듯이 보이지만 이상한 변박자와 기묘한 패시지의 연속이기 때문에 야마시타 씨에
따르면 '반복해서 치다보면 손가락이 삔다'고 한다.
1993년 7월에 후쿠오카의 리사이틀에서 초연했다.



두 개의 소품
[쓸쓸한 물고기와 하얀 풍경에 대한 두 개의 소품]
1. 성가 [외로운 물고기에 대한 성가]
2. 노엘 [하얀 풍경 속의 크리스마스]
두 개의 소품은 원래 기타 곡이 아니고 모두 피아노 소품을 어레인지한 작품이다.
'성가'는 10대 시절 쓴 피아노 소품의 하나이다. 피아노 곡집 '꿈의 동물원' (동아
음악사) 제 3권에 '외로운 물고기의 성가'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다. '노엘'은
플룻, 하프 그리고 파고트를 위해 쓴 '세 개의 하얀 풍경' (1992)이라는 작품 중
하프가 연주하는 멜로디다.
'앙코르 곡과 같은 편안한 소품'이라는 주문에 맞춰 옛곡에서 기타에 어울릴 법한 소품을
여러곡 골라서 기타 용으로 편곡을 했지만 이번 앨범에는 그 중 가장 느리고 가장 심플한
두 곡을 수록하게 되었다. 편안하기도 편안하지만 두 곡 모두 '기타를 치면 점점 느려지고,
점점 조용해지는' 위태로운 곡이기도 하다.

리트머스 디스턴스 Litumas Distance (1980)
[꿈 속에 엷은 색을 한 푸른 사막과 붉은 사막이 있다. 그곳엔 건조한 눈을 한 베두인족이
살고 있다. 산성의 베두인, 그리고 알칼리성의 베두인. 결국은 리트머스 시험지 위에 가공의
사막 같은 것이지만 그들은 사막 위에 앉아서 기타를 무척 닮은 현악기를 품으면 먼 환상과
같은 신비로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나는 그것을 채보해서 리트머스에 놓인 디스턴스(원경)
을 상상한다.]
1. Bedouin in Acid [산성의 베두인]
2. Bedouin in Alkali [알칼리성의 베두인]
이 곡은 야마시타 씨를 위해 쓴 최초의 곡으로 아라비아의 우드와 같은 것을 상정해서 의사(疑似)
민족음악이라고 불러도 되는 곡이다. 아라비아 음계 풍의 특수한 조현을 사용함과 더불어
후반에는 연주를 하면서 기타 몸통을 두드리며 리듬을 만드는 동시에 튜닝팩에 걸려있는
풍경(을 울리는 아크로바트와 같은 테크닉이 요구된다.
초연은 1980년 10월 도쿄 미니콘서트. 다음다음해 야마시타 씨의 '모던 콜렉션'이라는 앨범에
수록되었다.
Posted by javaop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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